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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뫼비우스' 제한상영? 표현의 가치 극복할 문제"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에 김기덕 의견서 제출

13.06.11 10:40최종업데이트13.06.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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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 참여한 김기덕 감독. ⓒ 이정민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신작 영화 <뫼비우스>가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데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영화 <뫼비우스>는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성장한 남자가 속세를 떠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성적 욕망이 강하게 묘사됐고, 근친상간의 이미지도 담겨있는 게 특징이다. 배우 조재현, 서영주, 이은우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뫼비우스>는 지난 5월에 열린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됐으며 당시 해외 마켓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뫼비우스>는 지난 1일 국내 영등위 심사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국내에 제한상영 등급 전용 극장이 없다는 점에서 해당 등급 판정은 사실상 개봉 불가와 같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1일 김기덕 필름 측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지난 5일 영등위 위원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영화에 대한 의견서를 보냈다. 해당 의견서에서 김기덕 감독은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고,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몇 차례 제작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김기덕 감독은 "결국 논란은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물리적으로 그렇게 보일 순 있지만 영화의 전체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며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는 인간의 수많은 문제 중의 하나인 성과 성기에 대해 질문하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영화라고 본다"며 "예전 <올드보이> 역시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있지만 세계적 마니아가 있다. <뫼비우스>가 선정성과 폭력성과 범죄적인 영화라고 판단한다면 어쩔 순 없지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이 영등위에 보낸 의견서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먼저 소중한 시간을 내어 <뫼비우스> 등급심사를 해 주셔서 먼저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작자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제한 상영가에 대한 의견을 드립니다.

영화 <뫼비우스>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데 창작자의 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동안 싸웠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뫼비우스>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었습니다.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제 자신을 의심하며 몇 차례 제작 중단을 했었습니다.

최종 포기상황에서 시나리오를 본 한 유명 여배우와 존경하는 한 감독님이 영화가 꼭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며 지지와 용기를 주셔서 다시 만들기로 결심하고 스태프와 배우들을 꾸려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중에도 '내가 왜 이런 영화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나?' 라고 수없이 자문자답했습니다.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창작이 뭔데 이런 고통을 겪으며 영화를 찍어야 하나?'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습니다. 저는 <뫼비우스>로 그 정체를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성은 무엇이고 성기는 무엇이기에 이 시대 우리들은 이렇게 욕망과 고통에서 허우적거릴까? 이것은 저 자신만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뫼비우스>의 줄거리는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고 결국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영화는 항상 제가 판단하는 결론이 아니라 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영등위에서 제한 상영가 결정의 핵심 이유는 엄마와 아들의 근친 성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면 엄마와 아들의 성관계가 아니라 결국 엄마와 아버지의 성관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출을 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에도 불구하고 영등위원 분들 생각에는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며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라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심의 권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차이와 생각도 일반 성인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 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들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칸 마켓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들보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 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 고름을 짜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의미 있는 주제보다 물리적인 영상만을 못 보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엄마와 아들의 금기인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습니까? 전 그동안 제 18편의 영화 중 한편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9월 배급사 '뉴'에서 배급을 하기로 한 상태인데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이들은 <뫼비우스> 공동제작자로 국내 극장수익 지분도 50%가 있습니다.

영등위원 여러분 다시 한 번 영화의 진정한 의미와 주제를 헤아려 다시 조정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뫼비우스>는 인간의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인 성과 성기에 대해 질문하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간곡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뫼비우스>를 선정성과 폭력성과 범죄적인 영화라고 만 판단해 결국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제가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영화를 잘 못 만들었거나 영화를 다르게 이해 한 영등위원들의 의식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인 영등위원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말할 수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나요? 심의위원들만 특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19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들도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으로 영등위원들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 꿈 장면은 본래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보여주는 거였음에도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윤리로 볼 때 작가로서 깊은 고민 끝에 꿈으로 표현했음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런 제 간절한 의견에도 제한상영가 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와 스태프 지분을 제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습니다.

<뫼비우스>로 깊은 고민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그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기회를 주십시오.



김기덕 뫼비우스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베니스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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