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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제는 약진vs.규모 있는 영화제는 부진

호평 속 마무리 된 '여성'과 '환경', 고전하는 '전주' '부천' '제천'

13.06.03 20:16최종업데이트13.06.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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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30일까지 열렸던 15회 여성영화제 폐막식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난 5월 9일~15일까지 치러진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관객 수가 50% 가까이 증가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0일 폐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역시 주말 비가 내렸지만 좌석점유율이 88.4%로 지난해 83.6%보다 월등히 증가했다. 30일 개막한 인디포럼은 86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독립영화제지만, 국내 신작들이 대거 선보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개최됐던 전주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램과 운영 면에서 문제점을 지적받으며 예년만큼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국내 2위 영화제로 평가받던 전주영화제는 핵심 작품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혹평도 감수해야 했다.

올해 상반기 개최된 영화제들 중에서 작은 규모의 영화제들이 규모가 큰 영화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차게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이나 상영 작품 수는 적지만 영화제에서 발굴한 작품들이 호평이 이어졌고, 관객들의 관심도 늘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영화제들은 이름값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제천음악영화제 역시 안팎으로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며 불안하게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객 수 늘고 화제작 주목받은 '환경'과 '여성', 열기 뜨거운 인디포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 대상 수상작인 <팔당사람들>. 4대강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지난 5월 9일~16일까지 치러진 환경영화제는 개막작으로 맷 데이먼 주연의 <프라미스드 랜드>을 상영해 영화제의 주제의식을 잘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10회를 맞이한 올해 최열 위원장이 법원의 판결로 수감되면서 우려도 있었지만,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객 수가 급증하며 예년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나타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전체 관객수가 지난해 9천 명 정도였다면 올해는 1만 4천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환경영화제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역대 1만 관객을 넘긴 경우가 드물었는데, 올해 성과는 역대 최고에 해당한다.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은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팔당사람들>과 최근 개봉한 <춤추는 숲>이 주요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등 대중적인 환경영화들이 올해 영화제를 통해 주목 받았다.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도 좋았지만 영화와 환경을 결부시킨 다양한 시도가 올해 성과의 발판이 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관객 점유율이 88%를 나타내며 영화제에 대한 관심 크게 늘어났다. 특히 프리미어로 공개된 작품들이 호평을 받으며 영화제 측을 고무시켰다. <노라노>와 <탐욕의 제국>, <한나 아렌트> 등이 주목받았는데, 인기가 좋았던 <한나 아렌트>는 폐막일 특별상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학술대회를 통해 세계 여성영화제들과의 연대를 위한 틀도 마련됐다.

이중 <탐욕의 제국>은 삼성이 여성영화제 지원을 끊게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탐욕의 제국>은 여성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는데, 삼성 측이 이 과정에서 항의와 함께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음에도 여성영화제가 의연하게 행동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레드마리아>의 경순 감독은 "삼성의 항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여성영화제가 영화를 끝까지 지지해 주면서 영화제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일 인디포럼 2013을 찾아 영화 관람 후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배우 이선균 ⓒ 인디포럼


30일 개막한 인디포럼 역시 작은 규모지만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국내 신작 독립장단편 영화들에 대한 관심 높아지는 가운데 매진되는 작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산이 없어 개막 전 요리대회까지 열며 고군분투 했지만 대부분이 대가없이 자원봉사를 자처해 영화제를 도우며, 독립영화의 패기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주말에는 김태용 감독과 이선균 류현경등 배우들도 극장을 찾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독립영화를 응원했다. 김태용 감독은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널리 보여 져야 하는데 그 통로가 많이 한정돼 있다"며 독립영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낸 후 "다양한 삶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보여 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디포럼"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관객들의 큰 환대를 받은 배우 이선균은 "원래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이런 영화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작은 영화제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도의회 의장 외유 지원한 부천, 칸 방문은 형식? 

이에 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 국내 4대 영화제로 꼽히는 주요 영화제들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내부적인 갈등으로 실무진들이 바뀐 데 따른 후유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팎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박한 평가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7월과 8월 개최 예정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모두 비슷비슷하다. 작은 영화제들의 약진과는 대조적으로 큰 영화제들은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이다.

7월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7월에 개막을 앞두고 있는 부천영화제는 막바지 준비로 바쁜 와중에 최근 경기도의회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도의회 의장이 칸 영화제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번 외유를 주선한 영화제 측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의회 의장 등이 칸 영화제를 보러 갔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파리 관광이 주요 일정이었음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들이 경비를 자진 반납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했음에도 비난 여론으로 인해 부천영화제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김영빈 집행위원장이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장의 일방적인 스타일이 결국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는 있다는 것이다. 부천영화제에서 일했던 한 전직 스태프는 "지난해 위원장님이 부천시장을 칸 영화제에 데리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도의회 의장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장님이 만일 시장님이 갈 경우 그쪽 시장이나 주요 관계자들과의 만남 등을 주선해 보라는 지시를 내려 실무자가 난처해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스태프는 또 "지난해 경기도의회 의원들도 홍콩영화제에 다녀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비용을 어느 쪽에서 부담했고 어떤 과정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무원들 상대하느라 당시 사무국장님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칸영화제에 다녀온 영화계의 관계자는 "도의회 의장 일행의 칸영화제 일정 중 마켓 관람 등이 잡혀 있었다고 하던데, 칸 마켓은 영화제 관계자자 영화사 직원 등이 아닐 경우 배지(아이디카드) 발급이 되지 않는다"며 "부천영화제의 경우 마켓 배지는 위원장과 프로그래머 3명만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 하루만 머문 사람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천영화제 관계자는 "도의회 의장 일행이 영화나 마켓 관람을 하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어 "이들이 하루 동안 머물며 일반적인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거치는 코스로 칸영화제를 둘러봤다"면서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돌아가면서 안내를 했고, 영화제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부천영화제 측이 칸 방문을 주선했지만 마켓이나 영화 관람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주변만 잠깐 둘러보고 온 셈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무슨 영화제를 관람했겠냐면서 말은 영화제 참관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관광을 다녀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진호 감독 집행위원장 선임한 제천, 영화인들 불편한 감정 풀릴까?

8월 개막하는 제천영화제는 지난 4월 허진호 감독을 새로운 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위원장 공백을 해소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오동진 위원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제천시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영화인들의 불편한 감정은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8월 개막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제천시에서 오동진 위원장을 밀어내기 위해 영화제 통장을 막는 형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우 졸렬한 방식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마치 자기들이 영화제 위원장이라도 된 듯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이 바뀌지 않는 한 영화제에 간섭이 계속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영화제의 한 위원장도 "제천영화제가 내부적으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듯 안타깝다"면서 "새로 위원장도 선임됐으니 어수선했던 부분들이 잘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선임된 허진호 집행위원장에 대해서는 "좋은 인물이 선임된 것 같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본인 하기에 달렸지만 허 감독이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기에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해야 하는 감독이 영화제를 길게 이끌 수가 있겠냐"며 "임시방편적인 인사가 아니겠냐"는 시선도 엿보인다.

이 같은 영화계의 분위기에 대해 제천시의 관계자는 "우리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이야기 안 하는 것"이라면서 "오동진 전 위원장이 열심히 했지만 소통과정에 문제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영화제가 10회를 맞이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위원장 논란으로 인해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일단 새로운 위원장과 함께 분위기를 잘 추슬러서 올해 행사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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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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