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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농구대회가 달갑지 않은 이유

KBL 내부 문제도 많은데 외부시선 의식하는 일

13.05.31 13:02최종업데이트13.05.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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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나는 남북통일농구대회를 기억하는 글을 썼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때를 회상했다. 당시 남북통일농구대회는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 이후 남북 스포츠 교류였다는 의의를 가졌다.

얼마 지나 KBL은 오는 8월, 북한 남자농구단을 초청해 '남북 농구대잔치(가칭)'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선교 총재는 통일부로부터 사전접촉허가서를 발급 받았다고 전했다.

한 총재는 2011년 취임 당시부터 남북농구교류를 언급했다. "당장은 힘들지만 2013년에 남북농구대회를 성사시키겠다"고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언론 인터뷰가 있기에 이번 일이 갑작스런 것은 아니다. 취임 때부터 가진 계획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현재 상황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개성공단은 문을 닫았고 남북 연락망은 끊겼다. 다시 남북 대화부터 차근차근 평화의 물꼬를 터야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농구대회가 대중 앞에 섰을 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또 뭐 퍼주고 이런 일을 벌이느냐"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런 것들은 일반 시민으로서 바라본 것들이다. 농구팬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남북농구대회의 취지는 좋다. 성사되면 농구는 보다 많은 대중들 앞에 설 수 있다. 수많은 언론들의 취재대상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조금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농구계 전체가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공중파 메인뉴스에 농구소식이 등장하는 장면도 그려진다. 

남북 긴장감 해소에 농구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든다. 이런 모든 것들을 제외하고라도 "스포츠는 정치와 별개"라는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말을 농구가 시연해볼 수 있다.

남북농구대회는 이런 장점들이 있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부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농구대회로 반짝 인기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섣부른 나서기는 비난의 표적이 확률이 높다. KBL은 현재 전혀 탄탄하지 않다. 내부 문제들을 다듬어야 있는 팬들도 붙잡아 둘 수 있는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는 FA제도 문제 언제 바뀌나

KBL FA제도는 헐겁다. 선수에게 불리하다. 말만 자유계약이지 사실상 선택의 자유가 없다. FA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전 소속구단에게 보상금을 내줘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 계약이 끝났음을 인식하는 게 첫째다. 선수는 FA자격을 얻으면 재계약 전까지 예전 구단의 소속이 아니다. 하지만 KBL에서는 이런 개념이 약하다.

이번 FA시장에서 LG는 문태종 영입에 6억8000만 원을 썼다. "몸값이 왜 이렇게 높아"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지간한 선수를 영입하고 거기에 보상금까지 준다고 했을 때 문태종 영입은 결코 큰돈이 아니다. LG는 거액을 제시함으로써 문태종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그를 얻었다. 

LG측도 이런 계산 끝에 문태종 영입에 나섰음을 언론에 밝혔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올해에도 번졌다. 반복되는 FA제도 비판에도 KBL은 불통으로 대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FA는 구단들의 눈치싸움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FA기간 중반쯤 되면 대어급 선수들 대부분은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 한다. 이후 '사인앤 트레이드'라는 제도 허점을 이용한 편법으로 몇몇 선수들이 팀을 옮긴다. 이밖에도 포지션랭킹에 의거한 영입제한도 있다. '자유'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제도는 복잡해졌다. 팬들은 납득을 못하고 있다.

프로아마최강전 올해도 그냥 그렇게?

프로아마최강전은 부실하다. 대학팀, 상무팀, 프로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올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회 대회는 KBL이 시즌 중반 무리하게 추진했다.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올해는 8월에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기만 바뀌었을 뿐이다. 시즌을 앞두고 프로 구단들이 최선을 다할지는 의문이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손해는 고스란히 구단 몫이다. KBL은 대회가 주는 그 어떤 혜택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54경기를 치르고 6강 플레이오프까지 진행하는 KBL 일정은 이미 빡빡하다. 한국농구 전체 시장과 선수 수급을 고려했을 때 부담스럽다.

이러다보니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부상선수들은 늘어난다. 수준 낮은 경기들은 매년 속출한다. 그런데 여기에 프로아마 최강전까지 더해졌다. 구단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지난 프로아마최강전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은 결코 유쾌하지 못했다.

농구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압축하는 것이다. 매일 매일 경기하는 야구와 다른 점이다. 지지부진하게 시즌을 늘린다면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경기수를 줄이든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줄이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한 시즌 최고 축제인 플레이오프가 야구 시범경기에 밀리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굳이 겹치지 않으려고 무리한 일정을 이리저리 머리 굴려 조정할 필요가 있나 싶다. 줄이고 압축해서 매 경기를 최고로 보여주면 된다.

심판들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인가

심판들 문제도 산재해 있다. KBL은 매년 판정논란을 달고 산다. 지난 시즌에는 KGC인삼공사 측과 심판진이 욕설논란으로 얼굴을 붉혔다. 시즌 내내 이런 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런 사태들은 챔피언결정전 판정논란으로 정점을 찍었다. 챔프전 2차전 종료 1.7초전 SK 김선형의 패스가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맞고 아웃됐다. 그러나 심판은 모비스 공을 선언했다. 비디오판독을 했음에도 이런 오심을 내고 말았다. 농구팬들과 시청자들은 느린 화면으로 정황을 확인했다. 비디오판독을 하고도 심판진만 못 봤다.

강동희 전 감독 승부조작 논란이 번졌을 때 여론이 가장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이 심판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일관된 판정이 필수다.

비슷한 상황을 놓고도 어쩔 땐 공격자파울이고 어쩔 땐 수비자파울이고 하는 것 좋다. 어쩔 땐 속공파울이고 어쩔 땐 속공파울 아니고도 다 좋다. 팬들과 구단이 원하는 건 한 경기 한 경기 마다 일관된 판정이 필요하단 거다. 똑같은 심판이 한 경기 내에서 오락가락 하면 채널도 오락가락 하고 팬들도 오락가락 한다.

체계적인 유망주 관리는 언제 이뤄지나

농구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최근 나온 김종규, 이종현 등 유망주들의 대표팀 이중 차출 문제다. 

김종규, 김민구(이상 경희대), 이승현(고려대)은 동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이후 7월 러시아에서 열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뽑혔다. 이종현은 6월 체코에서 열리는 19살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선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국대위가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 8월에는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준비돼 있다. 성인 국제대회 성적은 한국농구 인기를 끌어올려 줄 촉매제다. 이들은 성인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일조해야 한다. 김종규, 김민구, 이승현, 이종현 등은 성인 대표팀 외에는 차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이미 국내에서는 그 나이 기량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지금 연령별 대표팀 성적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오세근이 대학 시절 몸 관리만 됐다면 지난 시즌을 전부 날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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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http://basketessay.co.kr
프로농구 한선교 총재 남북농구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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