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재개한 얼음골케이블카, 여전히 시정지시 어겨

[현장] 5월 2일부터 운행 재개한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답사

등록 2013.05.15 22:52수정 2013.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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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건축 사실이 드러나 운행 중단됐다가 최근 영업을 재개한 '영남알프스 얼음골(밀양) 케이블카'는 경남도의 시정지시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15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밀양케이블카' 현장 답사를 벌였다. 이번 답사 결과, 경남도는 '폐타이어 발판' 철거를 지시했는데, 밀양시와 업체(한국화이바)측은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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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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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는 기존 등산로와 연결통로를 폐쇄해 놓았지만, 목재 데크의 높이가 낮아 상당수 등산객들이 넘어서 이동하고 있었다. ⓒ 윤성효


현장 답사한 이날은 평일인데도 이용객이 많았다. 한때 주차장이 비좁아 입구에 주차할 정도였다.

5월 2일부터 재운행 ... 완복권만 판매

얼음골케이블카는 몇 년간 논란 끝에, 조건부 승인을 받아 건립되었고, 2012년 9월 22일 개장했다. 그런데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밀양참여시민연대가 지난해 11월 1일 현장조사 결과 케이블카의 상부승강장이 자연공원법을 어겨 건축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허가조건보다 더 높게 건립되었던 것이다.

케이블카는 상부승강장 불법 건축과 '허가조건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 2012년 11월 12일부터 운행 중단에 들어갔다. 업체측은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건물 높이를 1.4m 잘라내는 등의 조치를 취한 뒤, 경남도 공원관리위원회로부터 '공원관리계획변경' 허가를 받아 지난 5월 2일부터 재운영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280m에 걸쳐 '하늘정원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는 목재 데크로 설치되었는데, 기존 등산로 위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당시 허가조건에는 상부승강장과 전망대까지 산책로에서 기존 등산로와 연결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개장 당시에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


케이블카 탑승권도 왕복만 판매하도록 했는데, 개장 당시에는 왕복뿐만 아니라 편도 탑승권도 판매했던 것. 이에 등산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기존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사례가 많았다. 재운행한 뒤부터 편도 탑승권은 없어졌고, 탑승자들은 왕복권(성인 9500원)을 구매해 이용하고 있었다.

얼음골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화이바그룹 이재희 총괄부회장은 지난 1월 17일 통도사에서 열린 토론회 때 "등산로 연결 부분은 폐쇄하고, 환경단체의 지적은 전부 수용해서 앞으로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는데, 이날 현장 답사에서는 환경단체의 지적사항 일부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산책로에서 기존 등산로 이용, 마음만 먹으면 넘을 수 있어

상부승강장~전망대 사이 산책로(목재 데크)에는 '기존 등산로 폐쇄' 안내판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등산로 폐쇄조치를 했지만, 등산객들은 쉽게 기존 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목재 데크의 높이가 성인 허리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었다. 실제 이날 오전 1시간 가량 산책로에서 살펴보았는데, 목재 데크를 넘어가는 등산객들이 있었다.

산책로 곳곳에는 목재 데크를 넘어가는 등산객들에 의해 부러진 나무가 발견되었고, 상부승강장과 산책로 사이 화단에는 목재 데크를 넘어간 등산객들이 밟아서 죽은 구상나무들이 많았다.

업체측은 등산객들이 목재 데크를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안전요원․환경감시원 6명을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환경감시원 1명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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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등산로 폐쇄 조치를 해놓았지만, 등산객들은 산책로 목재데크에서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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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등산로 폐쇄 조치를 해놓았지만, 등산객들은 산책로 목재데크에서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놓았다. ⓒ 윤성효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정책실장은 "등산로 폐쇄 안내판을 붙여 놓기는 했지만 형식적이고, 목재 데크 높이가 낮고 간격도 넓어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안전요원 배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철조망을 설치하든지 나무를 심든지 해서 등산객들이 기존 등산로와 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전체 목재 데크 높이가 1m20cm인 것으로 아는데, 전체적으로 누구라도 밟고 넘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등산객들이 넘어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요원 등 배치 여부에 대해 그는 "변경허가 조건사항은 아니었고 업체측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약속인 만큼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밀양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편도탑승권을 없애고 왕복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존 등산로 폐쇄 조치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목재데크 폐타이어 발판, 경남도 '철거 지시'

상부승강장~전망대 사이 산책로(목재데크) 바닥에는 폐타이어 발판이 깔려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밀양시와 업체측은 이용객들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용도라고 하지만, 생태파괴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날씨가 더운 탓에 고무 냄새가 심하게 나기도 했다. 임희자 정책실장은 "폐타이어는 비가 오면 씻기거나 가루가 날려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미끄럼 방지를 위해 설치했다고 하지만, '등산용 스틱' 등에 의해 목재의 파손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폐타이어 발판'을 거둬낼 것을 요청했지만, 업체측이 지키고 있지 않다. 이날 경남도청 관계자는 "밀양시에 공문을 보내 폐타이어를 거둬내라고 지시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조만간 현장 조사를 해서 다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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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의 목재 데크 위에 깔아놓은 폐타이어 발판을 없애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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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의 목재 데크 위에 깔아놓은 폐타이어 발판을 없애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 윤성효


이에 대해 밀양시 관계자는 "폐타이어가 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겨울에 눈이 오거나 비가 올 경우 미끄럼을 방지하는 효과가 높다"며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산책로 중간에 있는 기지국 주변에 생태복원을 위해 심어 놓은 풀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었다. 상부승강장과 산책로에 설치됐던 조명등은 '컷오프 방식'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임희자 정책실장은 "이전보다 달라지기는 했지만, 동식물이 밤에만이라도 케이블카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명등을 모두 없애는 등 좀더 생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음골케이블카는 우리나라 최대 왕복식 케이블카로, 선로 길이만 1.8km다. 상부승강장은 해발 1020m 고지에 있고, 한 차례 탑승 인원은 50명이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5~8월의 경우, 상행첫차는 오전 8시이고, 마지막차는 오후 6시30분(상행)과 7시10분(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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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의 목재 데크에서는 기존 등산로와 통행할 수 없도록 폐쇄해 놓았으나 곳곳에서 등산객들이 넘어 다닌 흔적이 보였다. '천황산 가는길' 팻말 옆에 심어 놓은 구상나무가 말라 죽고, 목재데크를 넘나 들면서 사람들이 밟아 부러져 있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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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기지국 주변에 생태복원을 위해 풀을 심어놓았지만 거의 대부분 말라 죽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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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상부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의 목재 데크에 설치해 놓은 조명등.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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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도립공원에 들어선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불법 건축 지적을 받은 뒤 운행 중단됐다가 지난 5월 2일 재운영에 들어갔다. ⓒ 윤성효


#밀양케이블카 #영남알프스 #경상남도 #밀양시 #한국화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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