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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평범한 아줌마는 왜 복수의 칼을 들었을까

[영화리뷰] '공정사회',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처절한 울분

13.04.20 17:47최종업데이트13.04.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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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영화 <공정사회> 포스터 ⓒ 시네마팩토리


치과 의사 남편과 별거 이후, 보험 설계사를 하며 딸을 키우고 있는 아줌마(장영남 분)에게 딸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존재이자, 삶의 희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딸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울분에 찬 아줌마는 딸에게 모진 상처를 낸 범인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강력반 형사(마동석 분)는 절차상 문제를 운운하며 딸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다.

행여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까봐 두려운 남편(배성우 분)은 되레 딸의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아줌마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와 딸을 도와주지 않는 상황. 결국 아줌마 스스로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그녀만의 방법으로 자신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던 그들과 세상을 향해 단죄하고자 한다.

장영남 주연 영화 <공정사회>는 주인공이 부조리한 현실에 모든 것을 잃는다는 설정에서 고 박경리 단편소설 <불신시대>를 연상시킨다. <불신시대>의 진영처럼 아줌마는 어느 누구에도 마음 터놓고 지낼 곳이 없다.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간 남자들은 그들이 가진 권위와 질서를 운운하며, 아줌마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 스스로가 직접 범인을 처단하는 설정은 작년 11월 개봉한 <돈 크라이 마미>와 많이도 닮았다.

<돈 크라이 마미>가 그랬듯이, <공정사회>는 여자 혼자서 자식의 몸과 가슴에 대못을 박은 가해자를 사적복수로 응징할 수밖에 없는 과정에서의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영화 <공정사회> 한 장면 ⓒ 시네마팩토리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정사회>는 끊임없는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을 활용한다. 일련적 서사구조가 아닌 7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흩어진 파편 조각처럼 재배열되는 40일 동안의 끔찍한 사건과 악몽은 딸의 사건 이후, 오직 가해자와 사건을 무방치 한 제2의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아줌마의 혼란한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거듭 등장하는 플래시백 등장에도 혼란스러움 없이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아줌마, 아니 여전히 무언중에 일어나고 방치되는 강력범죄에 떨어야 하는 우리들의 아픔을 보여주고자 한 진정성 있는 연출력도 눈에 띤다.

물론 아줌마의 복수과정에서 다소 현실감이나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현실에서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줌마의 '변신'을 통해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자 한 것만이라도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 교수이자, <색즉시공>·<해운대> 등 유명 히트작에서 프로듀스로 이름을 날린 이지승 감독은 5천만 원이라는 저예산과 불과 9회차 촬영 만에 울림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진심으로 아동 성폭행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 온몸을 날려가며 열연하여 작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영남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장영남뿐만 아니라 마동석·황태광·배성우 등 악역을 맡은 출연진의 연기가 관객들의 울분을 저절로 치솟게 한다.

작지만 울림은 큰 영화 <공정사회>. 그 누구보다 착실하고 성실했던 아줌마의 변신은 적어도 '공정사회'에서만큼은 그 세계가 정해놓은 법체계의 테두리는 벗어났을지언정, 유죄는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neodol.tistory.com/1510), 미디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공정사회 장영남 아동 성폭행 배성우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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