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금강, 인위적 개발로 철새 떠나고 있다"

[인터뷰] 김명수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장

등록 2013.04.16 15:02수정 2013.04.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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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조류협회 군산지회장 최근 들어 금강에 가창오리 등 철새가 찾아오지 않거나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다. 김 지회장은 무리한 개발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장희용


"인류와 함께 진화해온 동물들은 삶을 함께 걸어온 벗이자 동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사회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삶은 편해졌지만, 정작 그들은 갈 곳을 잃거나 멸종되는 등 불행이 끊이지 않고 있지요. 물론 그 불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명수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장은 동물들 역시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덩달아 새들의 먹이 확보와 서식환경 등이 나날이 악화되어가고 있는 점을 우려하며, 지금이라도 자연보호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6년 창립된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시지회는 '자연을 보호하고, 새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1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를 보호하고,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는 일에 역량을 쏟고 있다.

또한 긴급 구조된 새들을 치료하고 회복 될 때까지 보호할 수 있는 조류 방사장을 설치 운영, 서식지 및 주변 환경 정화활동, 서식지 복원 사업, 천연기념물 조사·연구 등을 병행하고 있다.

"MB 정부 자전거도로 등 철새관광 개발, 그러나..."

"금강유역이 본래 철새들의 도래지이자 주요 길목이었는데, 최근 MB 정부와 지자체의 자전거도로 개발 등 인위적인 환경변화 때문에 먹이마저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철새들의 개체수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철새를 중심으로 생태관광을 추진한다면서 정작 그 개발로 철새가 쫓겨나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는 이런 현실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이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철새는 400여개 종이 있으며, 이중 135종정도가 매년 금강유역을 찾는다. 군산시 철새조망대측에 따르면 금강하구 단골손님인 가창오리의 경우 지난 2009년 60만 마리 이상까지 찾아왔지만 지금은 평균 약 6~7만 마리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아예 금강을 찾지 않았고, 올해는 6만 마리 정도가 다시 관찰되기도 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김 지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무엇보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 서식지인 강가나 늪이 파괴되어가고 있다. 금강 역시 금강을 끼고 있는 군산시와 서천군, 익산시 등이 철새축제 등 생태관광을 위해 철새서식지 바로 인근에서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노래자랑 등 소음을 일으켜 철새를 쫓고 있다. 또 자전거도로 개설, 대규모 공원, 금강 유람선 사업 등 반환경적 개발사업을 시행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환경변화가 이뤄진 탓이 크다. 아울러 먹이 부족, 밀렵 등으로 점차 새들이 거처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명수 지회장이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점들이다. 인간의 개발 야욕이 결국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 등 개발하더라도 먹이주기 등 철새 보호책 병행해야

김 지회장은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최소화하고, 새들이 도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하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금강유역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생태자원의 보고로 평가할 만큼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물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관광자원으로서 활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철새먹이주기, 어로행위 중단, 수질보호 및 관리, 탐조안내를 위한 전문기구 및 인력 확충 등 보다 자연친화적인 관광시책을 펼쳐야 합니다.

저에게 새들은 친구이자 벗입니다. 어떨 때는 내 자식과도 같죠. 한번은 아스팔트에 둥지를 튼 새들을 구조했는데 어미가 없었습니다. 어미의 정성만큼은 아니더라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밥을 주고, 정성스레 보살펴 날려 보냈는데 다시 찾아오는 겁니다. 다시 보내도 또 오고, 또 오고해서 결국 제가 기르고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 거짓 없고 순수한 동물들은 자신들이 받은 사랑 또한 잊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죠."

앞으로 10년 20년, 힘이 닿을 때까지 새들을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명수 지회장. 그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지 못하는 세상은 결국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동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은 결국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사람들이 왜 알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군산에서 발행하는 시사저널 서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생태관광 #철새 #금강 #군산 #한국조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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