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학생 적발하려 공개 장소서 소변 검사한 고교 '물의'

"소강당에서 종이컵에 소변보게 해"... 인권 침해 지적

등록 2013.04.04 18:18수정 2013.04.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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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천시 계양구 소재 ㄱ고등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학교 소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종이컵을 내밀었다. 종이컵을 받은 학생들은 벽면에 설치된 칸막이에 들어가 종이컵에 소변을 받은 후 교사에게 제출했다. 교사는 소변 흡수 막대를 이용해 흡연 여부를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ㄱ고교는 흡연하는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소변 검사로 흡연자로 적발된 학생은 벌점 30점을 받게 된다. 벌점 30점은 봉사활동을 나가야 하는 점수다.ㄱ고교는 타 학교와 다르게 벌점이 3학년까지 누적된다.

흡연 학생을 적발하겠다며 강제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소변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 인권침해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이 학교 교문 앞에서 만난 ㄴ군(1학년)은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흡연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 학생부에 가서 1명씩 소변 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칸막이가 설치됐다고는 하나, 화장실도 아닌 곳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데 소변을 보게 하면 너무 치욕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ㄷ군(3학년)도 "건강 검진을 한다고 정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했는데, 그 중 몇 번은 흡연자 적발을 위한 검사였다"면서 "강제적으로 하는 거라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변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교사가 칸막이에서 다른 친구의 소변으로 바꿔치기 하는 학생을 발견하고, 학생의 몸을 수색하자 몸을 수색당한 학생이 '교사가 추행을 했다'고 지난달 25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들은 후 학부모나 학생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하유미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사무차장은 "흡연 적발을 위해 소변 검사를 하는 것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그런데 화장실도 아닌 소강당에서 아무리 칸막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교사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변을 보라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ㄱ고교 교장은 "소변 검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화장실에서 한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있어 학생부장에게 개선하라고 했고 지금은 모두 해결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중학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흡연 적발을 한다며 매주 소변 검사를 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해당 학교에 대한 시정요구를 했다.

반면, 인천시교육청 학교보건 팀 담당 주무관은 ㄱ고교 사건에 대해 문의한 결과 "흡연 학생 적발을 위한 소변 검사는 부모나 본인의 동의 없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혀, 경기도교육청과 대조를 보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시교육청 #계양구 #흡연 #소변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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