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타협점 찾지 못하는 OBS, 파업 길어지나

OBS노조, 법적 대응 등 장기투쟁 준비

등록 2013.03.14 17:20수정 2013.03.14 17:20
0
원고료로 응원
a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13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OBS경인TV 불법 경영 규탄 및 특별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경인지역 노동ㆍ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개최했다.<사진 제공ㆍOBS희망조합지부> ⓒ 한만송


임금 인상과 방송의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아래 OBS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OBS경인TV(아래 OBS)는 올해 방송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 OBS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옛 'iTV'와 같은 경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옛 iTV 노사는 2004년 파업과 직장 폐쇄로 대립했고, iTV는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로 인해 지역방송에 목말라 했던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염원이 모아져 2007년 OBS가 개국했다.

OBS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 임금 15.5% 인상 ▲ 법정수당 지급 ▲ 경력사원 '-1호봉' 문제 해결 ▲ 국장 임면동의제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은 경영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OBS노조는 임금 인상 3%까지 양보했지만, 노사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OBS노조는 지난 2월 28일 파업에 돌입했다.

최대 주주 "언제든 사업 접을 수 있다"

OBS노조는 13일, OBS의 최대 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OBS노조와 면담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언제든 (방송)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OBS노조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과 10일 열린 노조와 백 회장의 면담은 영안모자 쪽에서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 면담 내용과 관련해 OBS노조는 "백 회장은 임금 인상 문제와 함께 임금 문제의 핵심인 시간외수당 해결 의지를 어느 정도 내비치기도 했지만, '언제든 사업을 접을 수 있다'고 노조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방송의 공공성 등을 감안할 때 최대 주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경인지역 2000만 시청자를 무시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평했다.

노사 교섭 상황을 보면, 현재 5만 원인 휴일 수당을 최대 100% 인상한다는 안이 제시됐지만, OBS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임금과 다른 법정수당 미지급 등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휴일 수당을 100% 인상한다고 해도 임금이 몇 년째 동결되면서, OBS의 임금 수준은 다른 지역 민영방송에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방송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노조가 요구한 '국장 임면동의제'에 대해서도 박 회장과 윤승진 사장이 절대 불가 의사를 밝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외수당 창사 이래 한 번도 지급 안 해"

a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는 OBS경인TV 본사에서 철야농성을 진행 중이다.<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OBS 창사 이래 회사가 시간외수당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OBS노조는 13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연 'OBS 불법 경영 규탄 및 특별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특별 근로감독 파견을 요구했다. 시간외수당 지급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OBS 노사가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수당은 직원 한 명당 월 평균 100만 원에 달한다. 전체를 합산하면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이 발생한 셈이다.

아울러 '경력사원 채용 시 한 호봉 삭감'과 '보도국 야근 당직비'도 문제가 되고 있다. OBS노조는 '한 호봉 삭감' 대상 직원이 20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보도국 철야 근무 시 5만 원을 받는데, 이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통합당 최원식 국회의원을 비롯해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 등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주 OBS노조 지부장은 "쥐어짜기 식 경영으로 취재기자와 피디(PD)들의 대거 이직 사태가 줄을 이었고, 남은 자들의 업무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2주째를 맞은 파업은 O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의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 장치로 경인지역 언론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국장 임면동의제'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OBS에서 수년 째 불법 경영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지역방송사 사태에 온 힘을 모으겠다, OBS가 시민의 방송·공정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의 취재 요청에 대해선 파업이 끝날 때까지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후 O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들은 양정열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OBS노조는 양 지청장이 'OBS 경영에서 불법 상황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OBS경인TV #OBS희망조합 #ITV #영안모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2. 2 아름답게 끝나지 못한 '우묵배미'에서 나눈 불륜
  3. 3 '검사 탄핵' 막은 헌법재판소 결정, 분노 넘어 환멸
  4. 4 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5. 5 윤 대통령 최저 지지율... 조중동도 돌아서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