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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제목에 집착 마세요, 포맷에 투자하세요

[이카루스의 TV속으로] 김승우 하차를 통해 본 '1박2일'의 매너리즘

13.03.10 11:59최종업데이트13.03.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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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멤버교체로 새롭게 시작한 <1박2일> 시즌2가 꼬박 1년만에 김승우 하차로 또 다른 분기점을 맞이했다 ⓒ KBS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2일)> 멤버 교체설은 결국 김승우의 하차로 마무리됐다. 7일 김승우 소속사 측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최재형 PD와 같이했으니, 떠날 때도 같이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김승우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3월 <1박2일> 시즌2가 시작된 지 꼬박 1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던 김승우는 <승승장구>에서 차분한 진행솜씨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이어 지난해 합류한 <1박2일>에서는 '허당'기 넘치는 맏형 이미지를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나름 연기자로서 본인만의 입지를 구축했음에도 불구, <1박2일> 내에서는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시즌2 초반에는 맏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강호동과 비교되며 지적과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버럭'과 '배려'를 오가며 나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는 평가다. 그의 하차 소식에 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 역시 그가 프로그램 내에서 보여준 노력을 알기에 그렇다.

그런데 <1박2일>이 처한 현실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그의 하차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 1년간의 <1박2일>은 별다른 포맷의 변화 없이 사실상 시즌1의 대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복불복'과 '야외취침'에 기대왔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시즌2는 전혀 새롭지 못했다.

<1박2일>을 통해 허당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김승우가 7일 하차 소식을 전했다. ⓒ KBS


매너리즘에 빠진 1박2일…멤버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1박2일>이 매너리즘에 빠진 사이 SBS<런닝맨>은 주말 예능 최강자로 우뚝 올라섰고, MBC 역시 <아빠? 어디가!>와 같은 흥행 코너를 만들어냈다. 반면, <1박2일>시즌2는 늘 하던 대로 멤버들끼리 팀을 나눠 게임을 하거나 복불복을 통해 저녁 식사를 마련하고, 또 복불복을 통해 야외취침 멤버를 정하는 등 늘 같은 패턴의 방송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빛났던 것은 차태현, 성시경, 김승우 등 새롭게 투입된 멤버들이 망가지는 모습과 이들 안에 감춰져 있던 예능의 끼였다.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대결, 시청자 투어, 배우 특집과 같은 시즌1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시즌2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한 이벤트성 특집마저도 시즌1의 포맷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1박2일>이 가지고 있던 포지션도 많이 흔들이고 있다. 이들이 초창기 내세웠던 '리얼'와 '야생'의 콘셉트는 이제 <정글의 법칙>에 비할 바가 못 되고, 멤버들이 팀을 나눠 레이스를 펼치는 것도 <런닝맨>의 기발한 상상력 게임에 비하면 싱겁게 느껴진다. 결국, 지금의 <1박2일>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멤버교체가 아니라는 의미다. 수년  째 반복되는 방송 패턴에 싫증을 느끼는 시청자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가 당면과제다.

물론 <1박2일>에 있어 지금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재형 PD가 물러나고 이세희 PD가 합류하면 분명 쇄신 의지와 에너지가 샘솟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의지를 눈에 띄는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와 포맷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1박2일>이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싶지 않은 방송사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프로그램의 이름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2박3일이 되었든, 3박4일이 되었든 프로그램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고, 복불복과 야외취침이 아니더라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면, 과감히 그것을 실행할 때다.

<1박2일>과 함께 KBS 일요일 저녁을 책임져 왔던 <남자의 자격>이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며 폐지가 확정된 것만 보더라도, <1박2일>에게 있어 매너리즘은 프로그램을 좀먹는 독이 될 수 있다. <1박2일>이 단순 '복불복'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멤버교체가 아닌 제작진의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무한도전>이 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초창기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허덕이던 <런닝맨>이 왜 이제는 명실상부 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는지 <1박2일> 제작진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그들만의 프로그램'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1박2일>시즌 2는 과연 멤버교체를 통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확답하긴 어렵지만, 떠나는 김승우 보다 남아있는 멤버가 더 걱정스럽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박2일 김승우 최재형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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