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부적격' 설문, 법원 전체의사 아냐"

여상원 변호사, 'TV조선'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옹호 발언

등록 2013.01.22 16:41수정 2013.01.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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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밤 <TV조선> 생방송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가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하 법원노조)에 대해 '정치적 행위에만 몰입하는 사람들'로 폄훼하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 결론을 내린, 법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전혀 정통성이 없다'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에 법원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사법연수원 15기인 여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이날 인터뷰는 '특별출연'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동흡 후보자가 수원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할 때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섭외된 것으로 보인다.

여상원 변호사 "이동흡 인격파탄자라면 고등부장 될 수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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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밤 tv조선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 ⓒ 화면 캡쳐


먼저 TV조선 <뉴스쇼 판>의 최희준 진행자가 "이동흡 후보자에 제기된 이런저런 의혹 수십 가지를 보면 인격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상원 변호사는 실제로 판사 시절 수원지법에서 이 후보자와 같이 근무했으니까 잘 아실 텐데 어떻습니까?"라고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여 변호사는 "제가 2005~2006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있을 때 이동흡 후보자가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있었다, 아주 가까이서 같이 근무하며 봤다, 제가 볼 때 이동흡 후보자는 사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미선 진행자가 "각종 의혹들이 나오는 것은 법조계에서 신망을 얻지 못해서 그런 건지? 법원노조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이동흡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서 없는 걸 만들어낸 게 아니냐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여상원 변호사는 "제가 볼 때 법관도 많은 검증을 거친 후에 되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조금 이상한 판결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는 법관이 되려면 어느 정도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아무나 법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여 변호사는 "특히 이동흡 후보자 같은 경우는 고등부장(고등법원 부장판사)과 법원장을 거쳐서 헌법재판관이 된 것인데, 법원 내에서 15~20년 가량 검증을 거친 사람(판사) 중에 우수한 사람만 고등부장이 된다, 이동흡 후보자가 만일 일부 언론이 말한 대로 인격파탄자라면 판사생활을 오래 할 수도 없거니와, 더구나 '법원의 꽃'이라는 고등부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과 옹호를 함께했다.

여상원 변호사는 특히 이날 법원공무원노조(현재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여 변호사는 "법원노조에서 600명 하고 판사 몇십 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고 하는데, 맨날 야당에서 총선 결과 패배하고 나면 투표율이 30%밖에 안 돼서 대표성이 있니 없니, 정통성이 있니 없니 그러는데, 법원 직원은 판사와 일반직원을 합쳐 1만4000명이다, 그 중에 5%도 안 되는 600명 이상이 설문에 응해서 90 몇 프로가 (부적합 의견) 했다는 거, 그러면 1만4000명 중에 540명이 부적격자로 대답했다는 건데, 그건 도저히 법원 전체의 의사라고 볼 수 없다"고 법원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법원노조, 진보성향 가진 사람들... 설문조사, 법원 전체 의사 아냐"

이어 여 변호사는 "법원노조라는 데가 원래 진보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하는 곳이다, (설문에 응한) 판사도 그렇고, 왜냐하면 자기 업무도 바쁘고 법원이라는 게 엄청나게 과중한 업무인데, 일에 바쁜 사람들이 (이동흡 헌재소장 문제와 같은) 정치적인 발언이나 이런 데 나설 시간이 없다, 이 사람들은 거의 뭐 정치적 행위에만 몰입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부적격이니 적격이니 하는 것은 전혀 정통성이 없다"고 법원노조에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 여상원 변호사가 언급한 법원노조)는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지난 16일 오전 9시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판사 및 법원 직원을 대상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소장 적합성을 묻는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판사 54명, 5급 이상 26명, 참여관·실무관 506명, 주임·대리 61명, 속기사 23명, 기타 18명 등 총 688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서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88%인 612명이 '잘 못할 것이다'라고 응답했고, '잘 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고작 2%인 16명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의견은 8%(57명)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 54명의 판사들이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는데, 54명의 판사 모두가 낙제점을 줬다.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92%인 50명의 판사가 '잘 못할 것이다'라고 응답했고, '잘 할 것 같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보통'이라는 의견만 4명 있었다.

최희준 진행자가 "만약 여상원 변호사가 판사 출신이니까, 판사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이 본인 앞으로 왔다면, 이동흡 후보자의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즉답을 피한 여 변호사는 이 후보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언론 등에 대해 반박했다.

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장을 뽑는 청문회고, 헌법수호 의지가 가장 중요한 어젠다가 돼야 하는데 야당에서 이동흡 후보자의 헌법수호 의지에 대해 상당히 의문을 갖고 있다, 친일행위자 재산 몰수 특별법이라든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제가 이번에 (이동흡 헌법재판관 당시) 판결들을 읽어보니 야당이나 일부 언론은 결정문 전체에서 모든 걸 거두절미하고, 이동흡 후보자가 말한 약간의 문제만 가지고 부적격자니 뭐니 하고 있다"며 "야당이나 일부 언론에 헌재 결정문을 제대로 읽어보고 비판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고 이동흡 후보자를 옹호했다.

"법원노조에 대한 왜곡된 시각...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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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법원본부장 ⓒ 신종철

여상원 변호사의 발언과 관련,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이상원
본부장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저희도 일반 공직사회에 있는 분들하고 똑같다, 법원노조의 가입대상 중에 90% 이상이 평범한 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가 법원노조"라며 "여상원 변호사는 법원노조에 대해 대단히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법원노조의 강령에도 조합원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정치집단이 아니다, 여 변호사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별도의 기관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법원에서 28년을 근무한 사람이다, 이런 분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고, 내부에서도 '저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잘못이 있다'는 제보들이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에서 공정한 시각을 갖고 판사들과 법원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밝혀다. 이어 "이에 대해 법원노조가 정치적 행위에만 몰입해 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사법개혁 측면에서 나서는 행위를 정치적 행위로 비토(거부)한 것에 대해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변호사가 설문조사 결과를 부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상원 본부장은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688명은 노조간부들만 참여한 게 아니다, 거기에는 이동흡 후보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90명의 법원구성원들이 이 후보자에 대해 주관식으로 별도의 의견까지 냈다"며 "거기에는 직접적으로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사람이 다수가 포함돼 있다, 그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몇몇 진보성향의 법원구성원들이 참여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여 변호사가 법원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법원 전체의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이 본부장은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이 본부장은 먼저 "법원노조에서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다면평가를 한다, 노조에서 다면평가지(유인물)를 만들어 직접 다 배포해서 일주일 동안 대의원과 간부들, 조합원들을 상대로 독려해 다면평가를 받는데 보통 4000~5000명 정도가 다면평가에 참여한다"고 말하며,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강조했다.

이어 "상반기 30명 법원장, 하반기 30명 법원장을 합해 총 60명의 법원장에 대해 다면평가를 하는데, 법원구성원들의 다면평가를 300명 이상 받은 법원장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대법원장에 대한 다면평가도 상반기 때 547명, 하반기 때 695명이 참여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법원노조 설문조사는 이틀도 안 되는 시간 동안 688명이라는 많은 구성원이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 시간에 비춰 상당히 많은 법원구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한 의미가 큰 것이라는 말이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런 법원노조 설문조사 결과를 소수라고 폄훼하는 자체가 여상원 변호사가 민의를 왜곡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동흡 후보자가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할 때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이 후보자의 '삼성 협찬요구 사건'에 대해 다 알고 있는데, 여 변호사는 이동흡 후보자와 같이 근무해 이 후보자를 잘 안다고 하지만 (그런 이 후보자를 옹호하는 걸 보니 실제로는) '잘 모른다'는 걸 반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변호사가 삼성 협찬요구 사실을 알지 못해 후보자를 두둔하는 게 아니냐라는 것이다.

이상원 본부장은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이동흡 후보자는 지금까지 공직후보자 중 가장 많은 의혹을 받는 고위공직후보자"라며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하지만 이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관련 자료나 해명을 못하고 있는 사안들이 많다, 여러 가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도 했고, 또 친일재산환수 판결이라든가, 위안부 할머니 국가 배상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던 것들, 국가관과 역사의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이 후보자가 2007년도에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할 때 새누리당 의원에게 10만 원에 가까운 정치후원금을 냈다, 그런데 본인이 재직 중이던 2012년에 공무원의 정치후원금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하위직 공무원들이 낸 정치후원금과 관련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으며 "이는 자기 스스로 이중적 태도, 자기모순을 보인 것이다, 이런 걸 종합해 볼 때 이동흡 후보자는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법조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이동흡 후보자 사퇴 목소리 커져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지난 17일 공동으로 '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한가'라는 주제로 민변 대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갖고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민변, 참여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기본적인 인권관과 헌법관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57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민주사법 연석회의)도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법원노조 #여상원 #이상원 #이동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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