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배우 김상경의 재발견

[TV리뷰] MBC <무릎팍도사> 김상경 편, 인생의 경험이 녹아든 연기

12.12.21 12:35최종업데이트12.12.21 12:35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일 MBC <무릎팍도사>를 통해 13년 만에 예능 토크쇼에 출연한 배우 김상경 ⓒ MBC


20일 MBC <무릎팍도사>에서 배우 김상경이 게스트로 초대됐다. 김상경은 '무엇을 하든지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동안 어디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연기와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자가 김상경을 제일 먼저 기억하는 것은 MBC 드라마 <왕초>에서의 모습이다. 그는 여기서 부잣집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분했지만, 결국 왕초 차인표의 들러리 역으로 묻혔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지만 김상경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에게 맡겨진 배역은 정말 다른 배우들이 부러워 할만하다. 그는 1999년 <마지막전쟁> M&A전문가,<초대>에서 재벌 2세, 2000년 <메디컬센터> 의사 등 엘리트 전문배우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그런 그를 재발견하게 한 것이 바로 홍상수 감독의 2002년작 <생활의 발견>이다. 이 작품에서 김상경은 찌질한 남자의 사랑을 보여주며 일약 충무로의 기대주로 거듭나게 된다. <생활의 발견>을 보면서 '남자가 여자 앞에서 얼마나 뻔뻔하고 유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김상경은 경수 역을 잘 소화해 냈다.

그리고 김상경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서울형사 서태윤 역을 맡으며 흥행(관객 500만 명 이상)면에서도 성공하는 배우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 출연했던 김상경 ⓒ CJ E&M


가슴 아픈 현대사를 직간접 체험한 김상경

그런 그가 <무릎팍도사>에서 들려주는 자신의 연기와 삶의 이야기는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신선한 것이었다.

특히 그의 2007년작 <화려한 휴가>의 뒷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간접 체험하는 듯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특전사 출신이기도 한 김상경은 시민군으로 출연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김상경은 자신이 시민군역을 맡았던 이유가 "이것이 다 화해하라는 뜻이라 생각한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5.18은 공수부대와 시민들을 한 공간 안에 맞서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이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광주 5.18 묘역에 들르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고 미리 참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희생자들의 영정을 모아둔 기념관에서 동생역으로 나온 이준기와 비슷한 이미지의 앳된 교복을 입은 중학생 희생자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보면서 감정선을 유지했다고 한다.

또, 그는 특전사로 복무하면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구조대로 출동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아비규환의 죽음의 장소였던 사고 현장에 들어섰을 때 공포를 느꼈다는 그는 비극적 참사의 장소에서 14시간 만에 극적으로 팀원들과 함께 생존자를 구조했을 때 느꼈던 생명을 구한 기쁨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무릎팍도사>에 나와 아픈 현대사를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배우로서는 김상경이 처음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당시 TV에서 비춰주었던 삼풍백화점의 참혹한 광경이 떠오르는 듯 했다.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 역으로 분했던 배우 김상경 ⓒ Miracin Korea


인생의 경험을 연기로 녹아내려는 배우 김상경

김상경은 <무릎팍도사> 말미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밝혔다. "아버지, 어머니 가족들에게는 좋은 아들, 좋은 동생이 되었으면 좋겠고, 아내와 아들에게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되면 좋겠다"고 하면서 "관객, 시청자들에게는 늘 옆에 있는 좋은 배우가 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소박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번 <무릎팍도사>에서 김상경은 자신의 인생경험을 오롯이 녹여 연기를 펼치고자 하는 속내를 내비췄다. <화려한 휴가>를 위해 5개월을 광주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그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 바로 인생의 모습을 연기에 담으려 노력하는 '생활의 발견'형 배우였다.

<무릎팍도사> 김상경 편은 배우로서 뿐만이 아닌 생활인자체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배우 '김상경의 재발견' 편이었다. 앞으로 배우 김상경이 또 어떠한 경험을 자신의 연기에 녹여낼지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블로그와이드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상경 무릎팍도사 생활의발견 화려한휴가 살인의 추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