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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외면했던 미군 범죄도 환기시킨 싸이의 힘

[하성태의 사이드뷰] 인간적으로 멋진 이 남자의 파워를 응원하는 이유

12.12.11 17:25최종업데이트12.12.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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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잃은 효순이(왼쪽)와 미선이(오른쪽) 미군 장갑차에 의해 목숨을 잃은 효순이(왼쪽)와 미선이(오른쪽)


"내 경력에 금이 가든 않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한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그러한 단어를 썼다는 것에 대해 깊게 후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f it's gonna hurt my career or not, that's not important.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at as a human being, I really, fully regret the using of (those) kinds of words)

<강남스타일>의 가사를 가수 싸이에게 되돌려줘야 할 것 같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남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남자, 그런 반전 있는 남자" 정도면 될까. 인간미를 품고 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자신이 할 일에 분연히 나서는 대한민국의 한 남자로서 말이다.

1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의 현지 인터뷰('A penitent Psy brings 'Gangnam Style' to Washington')에서 싸이는 위와 같이 말했다. 결코, 과한 해명이나 저자세가 아니었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썼던 과도한 언어에 대한 진심 어린 유감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는 그 싸이의 진심을 선정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이해의 차원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냈다. 한 마디로 훈훈하다.

'워싱턴의 성탄절' 공연에 나선 싸이 ⓒ SBS


논란에도 "오빤 크리스마스 스타일"

"제가 캐럴이나 부르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죠. 자, 다 함께 춤을 춥시다. 오빤 크리스마스 스타일! 산타 베이비!"

지난 10일 싸이는 '워싱턴의 성탄절' 녹화공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바마가 '말춤을 추느냐 마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일부 미 언론이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과거 싸이의 '반미 논란'으로 그의 백악관 입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을 그의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

앞선 지난 7일 미국의 일부 연예매체가 싸이가 2002년 반미 퍼포먼스와 함께 '미군과 그 가족을 죽이자'는 내용의 랩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고, 이에 싸이 측이 즉각 '사과'와 '유감'이 담긴 견해를 밝히면서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이를 다뤘다. 몇몇 언론은 다수 미국인이 싸이의 백악관 공연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싸이는 "8년 전 내가 부른 노래는 당시 전 세계에 반전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과 한국인 여중생 두 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이었다"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적절한 언어로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가사들이 어떻게 해석될지를 생각하니 진심으로 미안할 뿐이다"고 진심 어린 해명을 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의 싸이보도 ⓒ 워싱턴포스트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망사건 미국에 환기한 싸이의 힘

싸이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중 "I deserve that"이란 표현을 쓴 것은 꽤 인상적이다.  "그런 취급을 받을 만하다"는 일상어로 간결하게 마음을 전한 그는 그러나 "슬픔에 대한 표현과 묘사가 내 일의 일부라고 생각해도, 내가 사용한 특정 단어가 너무 과도했다"며 아티스트로서의 경계 차원으로 설명하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8, 9년 전 일이고, 그로부터 나 또한 나이를 먹으며 많이 변했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지난 7일 '강남 민족주의 : 싸이의 반미 랩에 놀라지 말아야 할 이유'란 기사를 통해 싸이의 과거 퍼포먼스가 햇볕정책을 비롯한 남북의 특수한 관계와 민족주의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0일의 인터뷰 기사 역시 싸이의 백악관 공연 현장과 인터뷰, 그리고 논란의 전후 맥락을 녹인 피처 기사였다. 싸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전망하는 수준 높은 기사였다랄까.

주목해야 할 점은 미 언론의 '싸이 논란' 기사들 속에 2002년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적확하게 묘사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미국 본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미군의 범죄가 10년이 훌쩍 지난 2012년 싸이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의 7일 기사는 미군에 대한 적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건의 전후맥락을 자세히 짚어주기까지 했다. 싸이가 "그 당시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는 그 맥락 말이다.

싸이의 사과와 이를 수용하는 미국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상식적이고 성숙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여기에 그 누구도 하기 어려웠던 억울한 미군의 범죄를 미국의 본토 내에서 환기했다는 점은 싸이의 신드롬이 지닌 외교적 성과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반기문 UN 총장과의 만남보다 더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그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싸이는 자신의 말 그대로 "나이를 먹고 성숙하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몹시도, 애타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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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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