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는 '금치'라 불리는 갈치 있다

왁자지껄 북적북적... 사람 냄새나는 거제 어판장 경매 풍경

등록 2012.10.29 13:40수정 2012.10.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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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거제 장승포항 거제수협어판장에서 아침 경매가 벌어지고 있다. ⓒ 정도길


연근해에서 잡은 고기를 경매하는 수협 어판장. 어선은 항구에 도착하고 배에서 고기를 쉼 없이 풀어 내립니다. 다른 지역에서 잡은 고기를 차량에 싣고 와 풀기도 합니다. 이어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빠르게 쏟아내는 경매사의 말은 보통 사람들이 알아듣기에는 힘이 듭니다. 경매사의 손놀림은 말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입니다. 경매사의 입과 손놀림을 놓치지 않으려는 중매인.


쫓고 쫓기는 독수리와 작은 새의 처절한 싸움 장면이 연상됩니다. 독수리는 날렵한 움직임과 예리한 발톱으로 새를 포획합니다. 중매인은 경매사의 입과 손놀림을 놓칠 리 없습니다. 새를 포획한 독수리는 안정된 장소로 찾아가 먹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중매인도 경매사로부터 드디어 낙찰을 이끌어 냅니다. 오늘의 승자로 등극하는 순간입니다. 구경꾼들은 이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즐기고 있습니다.

갈치 한 마리에 1만5000원? 비싸지만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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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싱싱한 생선을 팔고 있는 장터모습. ⓒ 정도길


지난 28일. 거제수협 어판장의 아침 풍경입니다. 거제수협 어판장이 있는 장승포항은 1966년 4월 16일 개항했으며 항만법상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 항은 크고 작은 어선들이 연근해에서 잡은 고기를 싣고 와 경매를 하기도 하며, 태풍 내습 시 배가 대피하는 항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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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갈치 이 갈치는 22마리 한 상자에 33만원으로, 마리당 1만 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 정도길


갈치는 지금이 제철입니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은빛 갈치는 이곳 경매장의 주 어종으로 제일 많은 물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낚시로 잡은 갈치는 말 그대로 은빛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고도 남습니다. 손가락 다섯 마디 굵기를 5지라고 하는데, 5지 짜리 한 상자가 이날 33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한 박스에는 22마리가 들어 있는데, 한 마리에 1만5000원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몇 마리 사서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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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생선 갓 잡아 온 싱싱한 생선.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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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은빛갈치가 금값으로 금치라고 불린다. ⓒ 정도길


한 상자를 통째로 사기에는 부담이 커 여러 사람이 조금씩 부담해 사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선뜻 함께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할 뿐입니다. 이보다 작은 갈치도 한 상자에 30만 원에서부터 8만 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제일 작은 갈치는 젓갈용으로 적당하며, 약 40여 마리가 들어있는 한 상자에 8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갓 잡은 싱싱한 고등어도 제 특유의 등 푸른빛을 내고 있습니다. 등 푸른 생선에는 오메가3가 함유돼 있는데, 오메가3는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주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 혈전을 예방해 고지혈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날 고등어는 약 30마리 한 상자에 2만5000원에 경매됐으며, 중매인으로부터 5000원을 더 얹어 주고 3만 원에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싱싱한 고등어는 젓갈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삼치도 고등어도 모두 모여 '푸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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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야시라는 어종으로, 예전에는 먹지 않고 버렸으나, 지금은 회를 떠서 먹는다. ⓒ 정도길


저는 어촌 갯가에서 크고 자랐지만, 이날 처음 보는 생선도 있었습니다. 어민들은 이 생선을 '시비' 또는 '시비야스'라고 부르는데, 인터넷에서 아무리 자료를 찾아봐도 우리말 생선 이름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 생선은 살이 두텁고 탄력이 없으며, 기름기도 없어 예전에는 그냥 버리거나 사료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 이 생선을 회로 떠먹는다고 합니다. 횟감으로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두 마리를 1만5000원 주고 샀습니다. 이런 시비야스나 삼치 같은, 살이 깊은 횟감은 고추냉이에 찍어 먹거나 멸치액젓에 땡추와 고춧가루를 풀어 섞은 양념에 찍어 먹으면 제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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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 싱싱한 삼치. 1m가 넘는 대형 삼치는 한 마리에 2만 5천원에 거래되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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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 싱싱한 삼치. ⓒ 정도길


싱싱한 삼치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경매장에서 1m가 넘는 대형 삼치는 한 마리에 2만5000원에 거래됐습니다.

산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이며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가을날, 거제 여행을 하며 장승포항 수협어판장에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거기에다 은빛 갈치와 싱싱한 고등어, 삼치 몇 마리 사서 지인들과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것은 더욱더 좋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 <뉴스앤거제>, 그리고 제 블로그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갈치 #어판장 #장승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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