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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넓고 재밌어지고...싹 틔운 DMZ 다큐 씨앗!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폐막...대상은 <당신에게 내가 없다면>

12.09.28 16:54최종업데이트12.09.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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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폐막식 ⓒ 성하훈


'척박한 땅을 일궈 싹 틔우는 다큐의 씨앗'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제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다큐의 현실이라면, DMZ영화제는 그 거친 땅을 끊임없이 일궈내며 씨앗을 부리고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DMZ의 노력은 올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두 개의 문>을 통해 성과를 나타냈다. 다큐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고, 다큐 육성을 위해 이번에도 7천 만 원을 지원했다. 흥행에 성공해도 배고파야 하는 다큐의 척박한 환경 앞에 DMZ영화제는 단비 같은 노력을 감당해 주고 있다.

"암스테르담 대상 받았지만 주목 못 받는 게 다큐 현실"

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7일 폐막식을 갖고 7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폐막식에서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최근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을 언급하며, 다큐멘터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베니스 황금사자상 못지않게 지난해 엄청난 일이 있었다"면서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이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사실을 거론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일본도 받지 못한 상을 받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내년에는 보완하겠다"면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수상자들 ⓒ 성하훈


3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경쟁부문 수상자도 발표됐는데, 영예의 대상인 국제경쟁 황금기러기상에는 트란 푸옹 타오, 스완 두버스 감독의  <당신에게 내가 없다면>,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마이클 콜린스 감독의<내일이 온다면>이 각각 선정됐다.

한국경쟁은 고유정, 노은지 <옥탑방 열기>가 최우수상을 받았고, 백승화 감독의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가 관객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경쟁은 최우수상에 하서영 감독의 <대한민국 1% 미만>, 우수상은 유민아, 정민수, 김수민, 김슬기 등 4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나는 열아홉이고 싶다>가 선정됐고, 이주리 감독의 <이유 있는 열광>은 특별 언급됐다. 

국제경쟁 대상과 한국경쟁 최우수작품상은 보균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당신은 내가 없다면>은 마약과 HIV 보균자로 살아가는 베트남 산간마을 청년과 가족들의 모습을 담았고, <옥탑방 열기>는 옥탑방에 함께 사는 HIV/AIDS에 감염된 동성애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대중성 강화로 작품 폭 넓혀...경기도의 간섭 없는 지원 긍정적

올해 영화제는 재미를 바탕으로 하는 대중적인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면서 다큐의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고화질 화면에 빼어난 촬영기교가 돋보이는 작품부터, 주인공에 밀착된 카메라를 통해 네덜란드 홍등가의 이면을 보여준 작품,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육성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형태의 다큐멘터리 등등 소재들도 다양해 졌다. 폴란드 특별전은 다큐 강국의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4회 DMZ영화제에서 상영된 위안부 출신 고 정서운 할머니의 육성을 활용해 만든 '소녀이야기'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우정 프로그래머는 "해외 다큐들의 경향은 우리와는 다르게 대부분 대중성이 강한 면모를 이루고 있다"며 "DMZ가 상징하는 평화 쪽에 주로 초점을 맞춰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말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DMZ영화제가 처음 시작할 때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1회의 밑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인 듯 두 번째로 작품 선정을 맡은 올해 다큐의 영역과 폭을 넓히며, 영화제의 대중성을 한층 강화시켰다는 평가다.

경기도 김문수 지사의 아낌없는 성원과 간섭 없는 지원은 희소가치가 있는 다큐영화제를 안착시키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DMZ영화제를 바라보는 독립다큐 진영의 인식 역시 예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우리 영화제'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또 꾸준한 정책적 지원 속에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면서 우호적 시선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내 다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경쟁을 통한 해외 다큐 지원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것은 영화제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특별행사와 다큐패밀리 활약 돋보여...홍보대사는 이름만 걸친 듯

4회 DMZ영화제는 탄탄한 프로그램 속에 영화 외의 특별행사들도 주목받았다. 열린 탱크를 꽃으로 치장해 평화 행진을 벌인 '엔젤 솔저, 플라워 탱크' 이벤트와 김중만 작가의 'DMZ 사람들' 사진전도 영화제의 주제와 조화를 이루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영화제를 돕는 다큐 패밀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지난해 홍보대사였던 배우 배수빈, 류현경 씨는 올해도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며, 다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그러나 홍보대사로 위촉된 2AM은 상대적으로 활약이 눈에 띠지 않았다. 지난해 배수빈씨가 폐막식까지 참석하며 홍보대사 역할을 충실히 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4회 DMZ영화제 기간 중 다큐패밀리로 활동한 배우 배수빈 류현경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조재현 위원장의 개인 인맥들이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활약을 펼쳤고, 영화제를 뒷받침하면서 4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장기적 안목의 시스템 구축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프로그래머가 중도가 사임하게 된 상황은 앞으로도 되풀이 될 수 있기에 영화제 측이 고민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영화제 사무국이 경기콘텐츠진흥원 산하 경기 영상위원회의 한 팀에 불과한 부분은 영화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진 작가 지원' 장벽 낮춰야

한편, 독립다큐 제작을 돕는 펀드 지원은 영화진흥위원회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선정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영화제 측이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내는 '신진 작가 지원'에 대한 사안으로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강석필 전 프로그래머는 "DMZ영화제에 있을 때 신진작가 제작지원을 별도로 했는데 얼마 안 되는 돈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에 놀랐었다"며 "신진작가들에 대한 공적영역 지원에 대한 장벽이 너무 높다. 그것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제제가 개막하던 지난 21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영진위의 제작 지원 문제를 언급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지만, 영화제 측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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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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