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김구 선생을 찾아보세요

전주대학교 박물관 관람

등록 2012.08.18 09:51수정 2012.08.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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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전주는 1만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시장은 역시 부쩍거려야 합니다 ⓒ 김동수


아이들과 전주 다녀온 기사를 쓰다 보니, 생각보다 전주가 참 컸습니다. 다른 지역은 1~2번이면 다 끝날 것인데 4번째입니다. 물론 마지막 여행기입니다. 아이들과 발길을 돌린 곳은 전주대학교 안에 있는 박물관입니다. 189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전주 지역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1890년대 전주는 1만 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참 많습니다. 시장은 역시 부쩍거려야 합니다.


옛날 시장, 역시 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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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전주는 1만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시장은 역시 부쩍거려야 합니다 ⓒ 김동수


쌀을 팔아 고추를 산 사람, 고추를 팔아 쌀을 사는 사람, 그리고 몇날만에 만나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힘든 인생살이를 주고 받았을 것입니다. 또 장날은 다른 지역 소식을 듣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스마트 폰이 없어도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었습니다.

1896년쯤에 찍은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가와 서양 선교사, 그리고 조선사람. 어울릴 듯하면서 조금은 어색합니다. 저도 초등 3학년까지는 초가에 살았습니다. 초가에 살아본 분들이 알겠지만 해마다 한 번씩 지붕을 새로 이어야 합니다. 가을걷이를 다 끝내고 새볏짚으로 갈아 입어면 몸도 깨끗해집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물이 새지 않습니다. 최첨단으로 지은 요즘 건물도 물이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볏짚으로 이은 초가는 물이 새지 않습니다. 자연이 준 귀한 선물입니다. 아무리 사람 능력이 뛰어나도 자연 앞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초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초가와 돛단배... 자연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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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쯤에 찍은 사진입니다. 초가와 서양 선교사 그리고 조선사람. 어울릴듯하면서 조금은 어색합니다. 저도 초등3학년까지는 초가에 살았습니다. ⓒ 김동수


"아빠도 초가집에서 살았다."
"정말이예요?"
"그럼 아빠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 할머니 집을 지었어. 2학년 때까지는 초가집이었어."
"초가에 살면 무섭지 않아요."
"아니 요즘 집보다 더 비도 새지 않고, 따뜻하고, 시원해. 생각하면 초가가 더 좋았어. 하지만 지금 초가에 살라고 하면 살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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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에는 돛단배를 타고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저도 초등 3학년 때까지 돛단배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와 돛단배를 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 김동수


약 100년 전에는 돛단배를 타고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저도 초등 3학년 때까지 돛단배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와 돛단배를 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돛단배는 기계 힘이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나아갑니다. 역시 자연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 방향에 따라 돛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배가 가거나 아니면 제자리에서 뱅뱅돕니다.

"아빠도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돛단배 타 봤다."
"정말 타 봤어요?"
"그럼. 돛단배만 아니라 노로 직접 젓기도 했어. 요즘는 기계배잖아. 빠르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어."

"아빠는 재밌게 살았네요."
"그럼. 요즘 너희들이 오히려 더 불쌍해보여."

청진기가 천장에 달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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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청진기는 목에 걸고 다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 때는 청진기를 줄에 매달아 사용한 것 같습니다. ⓒ 김동수


원래 청진기는 목에 걸고 다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때는 청진기를 줄에 매달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저 청진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 사람은 청진를 하고, 한 사람은 들었을까요? 의사들도 저렇게 생긴 청진기는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의술만 발전한 것이 아니하 의료기구도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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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신흥학교 수업 모습입니다. 저 때도 공부하기 싫어 몰래 도망치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무릎꿇은 학생과 팔을 허리에 걸친 선생님 그리고 서까래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 김동수


1900년 신흥학교 수업 모습입니다. 저 때도 공부하기 싫어 몰래 도망치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무릎꿇은 학생과 팔을 허리에 걸친 선생님 그리고 서까래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막둥 너 공부하기 싫지. 여기 봐라 무릎을 꿇고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무릎을 꿇고 공부를 했을까요."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이지. 하지만 저 때도 틀림없이 막둥이 너 처럼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있었을거야."

'기역자 예배당'... 현대 예배당보다 더 예배당 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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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자 예배당입니다. 예배당 왼쪽은 여성, 오른쪽 남성이 앉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에 인도자가 서서 예배를 인도했다고 합니다. ⓒ 김동수


기역자 예배당입니다. 예배당 왼쪽은 여성, 오른쪽 남성이 앉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에 인도자가 서서 예배를 인도했다고 합니다. 요즘 예배당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남녀구별만 빼고 수 천 억원 짜리 예배당보다 훨씬 낫습니다. 사람이 욕심이 배이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예배당은 인간 탐욕이 배였습니다. 겉만 화려할 뿐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나쁜 시력 때문에 눈을 비비면서 본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1923년 김인전 목사 장례식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소개한 이유는 이 분들 중에 이동년, 여운형, 조소앙, 김구, 이시영, 안창호 선생 등 상해 임시정부 요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김구 선생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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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김인전 목사 장례식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소개한 이유는 이분들 중에 이동년, 여운형,조소앙,김구, 이시영, 안창호 선생등 상해 임시정부 요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김동수


김구 선생을 찾으셨나요. 저는 찾은 것 같습니다. 김구 선생이 1876년 생이니 1923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 일곱입니다. 딱 제 나입니다. 괜히 부끄럽습니다. 김구 선생 이때 임시정부 중심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고 계셨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여운형, 조소앙, 이동년, 안창호 선생을 사진 한 장으로 볼 수 있다니 정말 감격했습니다.

"김구, 여운형, 조소앙, 이동년, 안창호 선생님들이야. 사진이 워낙 작아 잘 보이지 않지. 아빠도 이 분들 얼굴을 잘 구별할 수는 없어."
"아빠가 모르는 데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얼굴을 잘 구별할 수 없어도. 이 분들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해. 안타까운 것은 이 분들 후손들은 전셋방과 월세방에 살고,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면서 살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통탄할 일이야."

이 사진 한 장이 1박 2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원본 사진 저작권은 전주대학교 박물관에 있음을 밝힙니다. 박물관에 전시한 사진을 촬영했음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원본 사진 저작권은 전주대학교 박물관에 있음을 밝힙니다. 박물관에 전시한 사진을 촬영했음을 밝힙니다.
#전주 #돛단배 #청진기 #초가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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