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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3세도 울고갈 MBC 런던올림픽 패션

[공황패션]MBC의 런던올림픽 패션 제안...양승은 아나운서의 17종 모자 콜렉션

12.08.03 10:27최종업데이트12.08.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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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사의 꽃, '공항패션'을 하고 싶은데, 공항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패션을 모릅니다. 꼭 오뜨쿠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런웨이 위에서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종종 그 해 S/S·F/W 컬렉션의 트렌드는 벗어나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이를 '공황패션'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편집자말]

MBC 양승은 아나운서가 2012 런던올림픽 방송에 쓰고 나온 모자들 ⓒ MBC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에 신의 계시가 조금 모자랐던 것일까. 2012 런던올림픽 방송을 위해 MBC 의상팀이 특별히 준비해준 그의 모자는 본인이 해명을 해야 했을 정도로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다.

런던으로 챙겨간 모자 17개 중 서너 개를 선보였을 뿐인데,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그날그날의 경기 결과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의상과 맞춘 것으로 알려진 모자는 '멜론빵' '찜통 뚜껑' 등으로 불리며 조롱거리가 됐다. 박태환 선수의 실격 처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방송에서 양승은 아나운서가 입은 진한 감색의 의상과 망사가 달린 흰 모자는 '상복을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다.

부정적인 시선에도 꿋꿋이 머리에 뭔가를 얹고 나오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모자 패션은 이번 런던 올림픽 방송의 콘셉트다. 모자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2일 MBC 특보 미니 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런던 콜렉션이 딤섬 찜통으로 전락한 것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타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뉴스 진행자가 모자를 쓰는 것은 볼 수 없었던 광경.

영국의 권위 있는 귀족, 순수한 혈통 루이 윌리암스 세바스찬 주니어 3세도 울고 갈 양승은 아나운서의 화려한 모자는 영국의 전통적인 경마대회인 로열 에스코트나 격식을 따지는 결혼식에서는 완벽한 정장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또,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항상 의상과 어우러진 각양각색의 모자를 선보여 왔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익숙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국 문화가 아닌 것.

무엇보다 부정적인 여론은 모자가 아닌 양승은 아나운서 자체에 박힌 '미운 털' 때문이다. MBC 노조의 총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 7일, 그는 노조를 탈퇴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노조 탈퇴는 물론 개인적인 선택이었지만, 대중의 평가는 혹독했다. 결국 이번 복장 논란도 동료들 등지고 런던에 가서 모자 자랑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가 좋게 보일 리 없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아이템인 모자의 과한 선택이 물의를 빚었던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0년 신정환이 원정 도박 혐의로 5개월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귀국할 때 착용했던 '도깨비 모자'를 보고 대중들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질타했다. 자중하길 바라는 사람에게 독특한 모자가 한술 더 떠 튀는 스타일을 완성하는 '혹' 역할을 한 셈이다. 

양승은 아나운서는 2일 다시 화려한 장식의 모자를 착용했다. ⓒ MBC


이제는 양승은 아나운서가 모자를 써도 이슈가 되고, 안 써도 이슈가 된다. 논란이 계속되자 잠시 모자 쓰기를 멈췄던 그는 2일 다시 '까치'를 연상케 하는 장식의 모자를 쓰고 뉴스에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딤섬 운운하는 조롱에도 주눅 들지 않는 패기에 오히려 재밌어 하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내심 남은 13개의 모자가 대체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야구모자 외에 화려한 모자에 다소 인색했던 한국 사람들 앞에, 양승은 아나운서는 모자 패션의 한계를 넘고 있다. 다만, 종교적인 신념으로 개인적인 선택을 할 때 감안했을 책임감도 모자 위에 함께 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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