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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요?...'기럭지'가 달라요!

[공황패션]싸이 '강남스타일', 자본주의와 욕망을 상징하는 동네에 대한 유희

12.07.19 10:58최종업데이트12.07.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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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사의 꽃, '공항패션'을 하고 싶은데, 공항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패션을 모릅니다. 꼭 오뜨쿠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런웨이 위에서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종종 그 해 S/S·F/W 컬렉션의 트렌드는 벗어나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이를 '공황패션'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편집자말]

싸이의 새 앨범 타이틀곡인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유재석 ⓒ YG엔터테인먼트


지역 색을 강조한 '강남스타일'은 강남에 거주하거나 주요 활동 무대로 하는 사람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이다. 여기서 '강남'은 서울의 한강 이남을 의미하는데, 주로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를 통칭한다. 대한민국에서 땅 값 비싸기로 소문난 '부동산 1번지'인 만큼 강남스타일은 그 자체로 '부'를 상징해왔다. 하위 개념으로는 동네 이름까지 명시한 '청담동 며느리룩'이 있다.

강남이 선진 패션의 바람이 불어오는 시작점이 된 것은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고급 의류매장이 즐비한 '로데오거리'가 들어서면서 이곳은 그 당시 가장 핫한 스타일의 신인류 '오렌지족'의 활동무대가 됐다.

1990년대 후반 들어서 강남스타일은 강북스타일과 대척점에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해갔다. 그 차이가 두드러졌던 것이 교복. 바지나 치마통의 넓이가 작을수록 미덕으로 여긴 강북에서 한 번 입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옷 때문에 혈액순환 장애를 호소할 때, 힙합을 받아들인 강남에서는 통큰 교복으로 마틴 박사님과 함께 거리를 쓸고 다녔다.

외제 스포츠카를 몰면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야, 타!"라고 '동승'을 권했던 야타족 시절부터 강남스타일은 쭉 부를 과시해왔다. 계층 간, 지역 간 패션의 경계가 흐릿해진 지금에 와서 강남스타일은 대놓고 돈 자랑을 하기보다, 센스와 여유를 중요시하는 추세다. 

2012년 싸이와 유재석이 제안하는 '강남스타일'

▲ '아침 말춤'을 즐기는 강남커(Gang Namker) 싸이 정규 6집 앨범 <싸이 육갑 part 1>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비공개 영상 ⓒ YG엔터테인먼트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에서 "낮에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지만,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이라는 가사처럼 이중성은 반전 매력으로 읽힌다. 그러니까 낮에는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릴 시간이 충분하고, 어두워지면 클럽에서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여유로움이 부각돼 있다.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어필하는 싸이는 뮤직비디오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수트를 택했다. 상의는 깔끔한 화이트 와이셔츠지만, 하의는 캐주얼하게 10부 바지나 반바지,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상류층 레포츠 승마를 상징하는 격한 '말춤'을 소화할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이다.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D형 몸매 때문에 미어지는 옷의 단추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딱 맞는 사이즈로 입는 것이 당당함의 포인트. 특히 다량의 겨땀(겨드랑이 땀) 배출을 고려한 민소매 와이셔츠는 이제 싸이 패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유재석의 패션은 과거 오렌지족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상하의는 물론 스카프와 스니커즈까지 형광 노란색으로 '깔맞춤'하는 정성을 보였다. 메뚜기눈을 닮은 선그라스와 이날 촬영을 위해 유재석이 직접 챙겨왔다는 버섯머리 가발이 복고 패션을 완성했다.

▲ '강남필' 충만 유재석과 싸이의 물러설 수 없는 댄스 배틀. 유재석이 메뚜기춤, 이랴이랴춤 등을 춰 보이며 막춤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최근 이적과 함께 처진 달팽이로 활동하며 '압구정 날라리' '방구석 날라리' 등을 히트 시킨 만큼, 유재석은 고급스러움보다는 저속하면서도 화려한 '날라리'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하지만 웬만한 명품 수트보다 잘 어울린다는 것이 함정. 강남 가운데서도 청담동과 압구정으로 묘하게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두 사람의 댄스 배틀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하이라이트다.  

'강남스타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뮤직비디오 속 과장된 패션과 메뚜기춤 이랴이랴춤 등 옛날 춤사위들은 오히려 자본주의와 욕망을 상징하는 동네 '강남'을 희화하고 있다. 소수 선택받은 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개그 코드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으로 표현되면서 위화감은 유쾌함으로 바뀐다.

어디까지나 싸이와 유재석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당당함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입고 강남에 가지 않는 걸로. 특히 <신사의 품격>의 '강남스타일'과 사뭇 다르다고 따지지 말자. 그들에게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기럭지'니까.   

▲ 수트의 차이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꽃신사 4인방'. 이게 진짜 '강남스타일'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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