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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의 LG 입단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독립구단에서 프로로 입단한 첫 사례 쓴 이희성

12.07.06 20:47최종업데이트12.07.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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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성범과 상대하는 이희성 고양 원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 서민석


항상 모든 일은 처음이 가장 힘든 법이다. 어떤 경험이나 사례도 참고할 점이 있다면 부족한 것은 더 보강하면 되고 더 나은 것이라면 취하면 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독립 구단으로 '야구 사관학교'를 표방한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LG 트윈스 입단하게 된 좌완투수 이희성은 의미 있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NC전에서 실제로 본 이희성에 대한 추억

원더스의 선수단 버스 ⓒ 서민석


내가 문자상의 기록이나 간간히 중계로 봤던 이희성을 실제로 본 것은 지난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3연전에서 였다.

당시 김경문-김성근 두 명장의 '번외 맞대결'에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는 여느 프로 경기 못지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록 2승 1패로 김경문 감독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준 1군팀인 NC 다이노스와 원더스의 전력 차와 불규칙한 교류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고양 원더스의 1승도 소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팀내 좌완 계투 중에서 가장 구위가 뛰어났던 이희성은 NC와의 세 경기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등판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인 고바야시와 레얄, 럼스텐도 선발과 계투로 등판했지만, NC 좌타자를 막기 위해 매 경기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이회성이 등판한 세 경기에서 결과는 3.2이닝 1승 6피안타 3실점이었다. 6월 15일(0.2이닝 3안타 1실점)과 16일(0이닝 1안타 1실점)은 실패였지만, 17일(3이닝 2안타 1실점)은 좋은 기록이었다. 그는 그 경기서 승리 투수가 됐다. 정교한 제구력을 선보인 17일 경기에서는 NC의 수준급 타자들도 이희성을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 보여줬던 뛰어난 제구력과 경기운영이 결국 한 달 여 지난 시점에서 LG 입단의 결과에 씨앗이 된 셈이다. 

녹록치 않은 이희성의 앞날

▲ "고맙습니다" 경기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고양원더스 ⓒ 서민석


이희성에게 프로 무대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2011년 넥센 히어로즈에 4R(전체 30번)에 지명을 받아 입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시절 4년 동안 18승 5패 평균 자책점 1.71로 수준급 투구를 선보였지만, 프로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한 시즌(2011) 만에 프로 유니폼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희성은 불규칙한 일정 후 등판이라는 악조건에도 투구폼 수정과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베테랑 조련사들의 조련을 받으면서 흔히 말하는 '쓸만한 투수'로 성장했다.

묘한 것은 강속구 같은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프로에서 버림을 받았지만, 퓨쳐스 리그에서는 절묘한 제구력과 자신감과 직결되는 경기 운영 능력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갖추게 됐다.

특히 LG에는 이회성에 비해 결코 그런 부분에서 뒤쳐지지 않는 백전 노장 류택현과 이상열, 봉증근이 1군에 당당히 버티고 있다. 여기에 젊은 신재웅-양승진-이승우-최성민 같은 좌완 투수들도 있다. 그럼에도 LG가 그의 영입을 결정한 것은 지난 시즌에는 보이지 않았던 장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언제 들어도 반가운 인생 역전 스토리

고양 원더스의 조련사 김성근 감독 ⓒ 서민석


고양 원더스의 창단 취지는 '이미 버림받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양 원더스에는 임의 탈퇴, 드래프트 미지명 선수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다시 글러브와 방망이를 잡은 선수들도 있다.

묘한 것은 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백전 노장 김성근 감독이라는 것이다.

현직을 떠난 김응용, 김인식 감독 등과 더불어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그가 이제는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더스의 상황은 예전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만년 꼴지 쌍방울보다도 좋지 않다.

과거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거친 쌍방울은 1996년 2위-1997년 3위라는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다른 팀에서 버림 받거나 야구 선수 인생의 끝물에 있던 선수들이 만들었던 기적이었던 셈이다. 이후 야구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이희성이 배출되면서 또다시 작지만 소중한 기적을 이뤘다.

이희성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신고 선수 신분으로 LG 2군에서 살아 남는 것이다. 1군 선수 등록일(6월 1일)이 지났기 때문에 남은 시즌 동안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만 2군에서, 더 나가 내년 시즌 1군 등판도 노려볼 수 있다. 어찌보면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독립 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 입단 선수를 만들어낸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격의 사건이다. 비범한 사람들의 영웅 같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는 경외감을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고 버림받은 야구선수들이 어렵게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바탕으로 프로 무대에 복귀한다는 이야기는 대중에게 큰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희성의 인생 스토리가 바로 그렇다.

야구 인생의 끝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일군 이희성의 퓨쳐스리그가 아닌 1군에서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제2, 3의 이희성을 만들어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희성 고양 원더스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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