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제각각'... 택시 대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진단] '전액관리제' 제안에 업주들 "안돼"... 개인택시는 "요금인상부터"

등록 2012.06.20 21:24수정 2012.06.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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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사업조합연합회가 20일 하루동안 '대중교통 법제화' '엘피지 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광진구의 한 택시회사에 운행중단된 수백대의 택시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 ⓒ 권우성


"그 돈 다 우리한테 안 와요~"

이삼형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장의 말이다.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는 한숨부터 쉬며 말을 이어갔다. 이날 택시업계가 파업을 벌이면서, 내놓은 5대 요구안에 대한 그의 답이다. 회사 밑에서 일하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돌아 올 혜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요금 인상은 사납금만 올려 기사들을 더 힘들게 한다. 사실 LPG(액화천연가스) 가격 안정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은 그들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있다면 요금을 올리든, 가스 값을 내리든 상관없다. 문제의 근본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다. 

"전액관리제 도입해야'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벌어들인 돈을 전부 회사에 내는 제도다. 그 돈으로 회사는 가스비와 보험료 등을 내고 기사들에게 매달 월급을 준다. 버스회사 운영과 같은 방식이다. 전액관리제는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법령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1조는 "운송사업자(회사)는 운수종사자(기사)가 이용자(손님)에게서 받은 운송수입금(요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한번이라도 어길시 회사는 500만 원, 기사는 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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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홈페이지(http://www.taxi.or.kr/)에 나와 있는 전액관리제 관련 법령. ⓒ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전액관리제는 여러 장점이 있다. 택시회사 경영의 수입이 투명한지 감시할 수 있다. 탈세는 없는지, 이윤을 독점하지는 않는지, 직원에게 월급은 적정하게 주는지 등 경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인 기사들에게도 도움 된다. 영업 실적에 상관없이 안정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가스 값도 전액 회사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현재 전액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회사들은 암암리에 '사납금제'를 택했다. 사납금제는 기사가 회사에 매일 10~20만 원을 회사에 주고, 나머지 수익은 기사가 갖도록 한다. 대신 월급을 80~100만 원 정도 지급한다. 가스비도 일정량만 제공한다. 


사납금제는 '탈세'와 '노동조건 악화' 등의 문제를 불러온다. 회사 소유의 택시에서 생기는 총소득이 집계되지 않으므로 부정확한 세금정산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 매일 일정금액 이상의 소득을 내야하는 의무 역시 기사들에겐 부담이다. 못 채우면 월급에서 차감 된다. 사납금을 채우거나 그 이상을 벌고자 하는 기사들이 과로하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운전자 죽든 말든 상관 않는 구조 개선 먼저"

택시 관련 전문가들의 고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택시 사납금제로 인한 운영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액관리제 시행을 강화해 사업자의 경영 투명성과 근로자의 노동환경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기정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대 요구안은 엄청난 재원이 드는 문제인 만큼 일방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택시업계의 운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현실적인 지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업계 요구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수입·지출구조가 투명해야 하는데, 사납금제도는 기사들이 사납금 제외하고 가져가는 몫이 매출에 안 잡히는 문제가 있다"며 "수익금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합법제도인 전액관리제를 정착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시내 250여 개 회사 중 7곳만이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시는 전액관리제 시행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 택시정책과 관계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택시업계만 도울 수 없다"며 "운전자가 갖다 주는 열매만 따먹고 운전자들은 사납금 때문에 죽든 말든 놔두는 업계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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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의 택시들이 하루동안 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LPG가격 안정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법인택시 사업자 반발 거세...개인택시도 고려해야

그러나 법인택시 사업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김선우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부장은 지난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액관리제는 노사 간 문제지,  이번 택시 영업중지 의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 기획부장은 "택시 영업은 사무직처럼 내부에서 근무 내용을 확인하거나, 버스처럼 노선 운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철저히 기사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는 나가서 100만큼 일하고, 다른 사람은 50만큼 일하면 공평하지 않다"며 택시 영업 구조의 한계상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쪽 반응은 조심스럽다.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택시업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명성 확보가 우선인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액관리제는 노사 쌍방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예민한 사안"이라며 "택시기사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나눠진다"고 지적했다. 

사납금제와 거리가 먼 개인택시 사업자들도 고려 대상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사실상 사업주이므로 실질 수입과 직결되는 요금 인상과 가스비 지원이 우선이라 주장한다. 김도길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홍보처장은 "3년 전 올랐던 택시요금은 동결상태인데 가스비는 약 50% 인상됐다"며 "요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택시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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