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실험지 근처에서 하룻밤... 매력적입니다

[네 바퀴로 가는 호주 아웃백 21] 그레이트 빅토리아 사막 횡단 1일 차

등록 2012.06.13 12:14수정 2014.12.19 15:21
0
원고료로 응원
나는 지금 사막으로 가고 있다. 아니, '가고 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쿠버피디를 벗어나는 순간 땅은 벌써 사막이었다. 지평선을 지향하지만 결코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바퀴 뒤로 길게 피어오른 먼지 구름만이 유일한 동행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지도의 구획은 그저 선에 불과하다. 넓기로 세계에서 세 번째요 호주에서 첫째라는 그레이트 빅토리아 사막은 동서 폭이 겨우(?) 700km이지만 그곳을 사이에 둔 동쪽 쿠버피디에서 서쪽 라버튼까지 1300Km 넘는 길 위에는 마을이 없다. 인간의 흔적이 없는 이 불모지 길 3000리를 '사막'과 '황무지'로 나누는 일은 내 넓은 이마에서 '머리'와 '이마' 경계 짓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350Km , 개방된 금단의 땅을 향해

a

쿠버피디에서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가는 길 지도엔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의 영역을 따로 표시해 놓았지만 현실에선 사막과 사막 아닌 것의 경계는 없다. 동쪽 쿠버피디에서 서쪽 라버튼까지 1300여Km의 무인지대를 횡단해야 한다. ⓒ 오창학


비포장길을 50여 km쯤 달려 마벨 크릭(Marbel Creek) 인근에서 '금지 구역'(Prohibited Area)푯말을 만났다. 비로소 금단의 땅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여기서부터 1289km 떨어진 라버튼까지는 정착민, 연료 등 어떠한 형태의 서비스도 받을 수 없으며 오직 사륜구동만 접근 가능하니 주의하라는 설명이 함께 있었다.

이제는 허가 받지 않은 차량과 사람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우메라(Woomera) 금지 구역이다. 사막 패스 외에도 애보리진 커뮤너티의 허가가 필요하기에 더욱 미지의 공간으로 가슴에 남아있던 곳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쿠버피디로부터 하루, 시드니로부터 겨우 스무날을 달려온 거리지만 그레이트 빅토리아를 그리며 살았던 지난 3년 동안 매일 이곳을 향해 달리는 상상을 했다. 오늘 이렇게 몇 장의 사진과 활자로만 접하던 그 영역에 도달했건만, 나는 여전히 오랜 습관처럼 시선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고 있다. 지평선의 구도는 시야 중앙이 아닌 화면 하단에 면해 있고 그 위는 구름파편을 밑에 깐 하늘뿐이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이 지상을 향해 표류한다.

a

빨래판 도로 골이 패인 비포장길을 일명 '빨래판 도로'라 불렀다. 차체의 나사를 전부 풀어버릴 것 같은 진동을 느끼며 주행해야 하는 구간이다. ⓒ 오창학


꿈처럼, 환상처럼 멍한 가운데 사정없이 차축을 흔드는 진동은 내가 현실에 있음을 알린다. 누구도 소유하지 못한 땅에 대한 그리움,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그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에 대한 갈증으로 찾아왔으나 매일 밤 머리로 찾아오던 그곳은 이처럼 거칠고 불편한 노면으로 나를 맞았다.


도로와 수직방향으로 여러 겹 패인 골이 있는 일명 '빨래판 길'은 상태가 정말 심각하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킹스 캐니언으로 갈 때의 빨래판은 애교로 느껴질 만큼 골이 깊었다. 엔진이 심하게 흔들리는지 자꾸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다. 급기야는 문 열림 경고등마저 수시로 점등돼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러다 멈춘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말자. 그런데, 윈치 커버 나사 한 쪽은 진즉에 떨어져 나가 덜렁거린다. 물건들에 짓눌린 루프렉 커버는 이미 구멍이 났다.

a

돌길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의 지형은 다양하다. 모래구릉만으로 이루어진 심슨사막과는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 오창학


비좁은 나무 사이를 헤집고 지날 때마다 가지가 사이드 미러를 때렸다. 이러다 기어이 거울이 깨지고 말지 싶었다. 뾰족돌들이 널린 자갈밭을 지날 땐 흡사 작두를 타는 무당의 심정이 됐다. 예비 타이어를 하나 더 확보하지 못한 채 달랑 하나만 매달고 온 터라 거친 구간을 지날 때에는 심경이 곤두섰다. 이토록 마음 졸일 줄 알았다면 그냥 300달러를 지불했을 것을... 같은 규격의 타이어는 쿠버피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지만 비슷한 크기라도 더 확보해 둘 것을... 그러나 이제 와 후회한들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격이지 도움될 일이 없다. 그저 아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 뿐이다.

비록 타이어에 위협적이지만 다양한 지형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레이트 빅토리아는 심슨 사막과 달리 모래로만 이뤄진 곳은 아니고, 다양한 지형이 혼재해 있다. 나무도 많고 동물도 많다. 백주대낮에 캥거루들이 차 옆에서 튀어 올라 맹렬히 달린다.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란 채.

도그펜스가 나타났다. 분명 딩고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누구든 이 영역 너머로 발을 딛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였다. 울타리 너머로 흰 뼈가 길게 드러누워 있어 다들 화들짝 놀랐다. 이곳에서 죽음이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기에 놀라움은 더 컸을 것이다. 천천히 뼈를 살펴봤다.

a

사막에서 만난 뼈 사막에서 만난 뼈에선 삶의 질퍽함이 다 증발된 바삭바삭한 죽음의 내음이 났다. ⓒ 오창학


사막에서 조우한 캥거루(아마도) 뼈에서는 바삭함이 느껴졌다. 삶의 질퍽함이 다 증발해버린 무미건조한 형체. 그의 흰 빛은 태양을 받아 더욱 눈부셨다. '오지 마, 오지 마' 주검이 남긴 흰 흔적인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바짝 말라버린 '담백한 죽음'의 내음이 어쩐지 공포스럽다기보단 친근하다. 묻히지 않아도, 살아있지 않아도 그리 억울할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 순간만은 산 자들과의 인연이나 못다한 일에 대한 미련 없이 누운 뼈들이 한없이 자유롭다.

핵 실험지에서 점심식사를?

탈라링가(Tallaringa Park Well)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다시 차내식의 시작이다. 차는 태양과 파리를 피할 수 있는 공간, 식사지로 유용하다. 빵, 바나나, 아침에 먹고 남은 닭조각이 메뉴의 전부였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사막의 한 끼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의 질감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상대적인지를 체감한다. 옷을 널어 차창을 데우는 태양을 막고 고립무원의 광경을 배경으로 이렇게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음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살아있음에 대한 강렬한 자각.

a

차내식 햇빛과 파리를 피해 차 안에서 하는 식사를 우린 '차내식'이라 이름 붙였는데 마땅한 쉼터가 없는 사막에선 점심을 거의 차내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강렬한 태양은 손잡이에 줄을 걸은 후 옷을 걸어 만든 커튼으로 막는다. ⓒ 오창학


이 강렬한 자각은 비단 먹을 것 앞에서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크스 힐(Vokes Hill)로 이동하다가 유독 황량한 풍경을 마주했다. 지리산 고사목처럼 마른 알몸을 드러낸 나무들이 흙 위에 꼽혀 황량한 배경을 이루고 있다. 잠깐 자연화재를 떠올렸다가 문득 여기가 '거기' 아닌가 싶어 지도를 펴고 GPS 좌표를 확인했다. 맞다. 1950년대 영국이 핵실험을 했던 그 장소!

세계 2차대전 말기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핵무기의 위력을 보고 강대국은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영국은 이곳에서 1953년과 1957년 사이에 9개의 핵폭탄을 시험했다. 에뮤(Emu) 지역에서 2개, 마라링가(Maralinga) 지역에서 7개가 터졌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26.6kt짜리였다. 사막에 난 이 길도 주목적은 핵무기 실험 장소를 오가기 위한 것이었다. 참으로 광폭한 역사의 현장이다.

개개의 '낱생명'은 자기 주변의 환경인 '보생명'과 만남으로서 하나의 '온생명'이 된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떠나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각각의 낱생명은 개체중심적이면서도 생태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가 속한 환경과 분리해 생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우린 너무도 무모하고 무지하게 환경을 다루고 있다.

a

에뮤 핵폭탄 실험지 1950년대 영국은 이곳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황량한 풍경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핵실험장 카메라(Emu Automic Test Camera C site)가 있었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 오창학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도 거기에 있다. 모든 상황이 끝까지 인간의 통제아래 놓일 것이라 믿는 것은 오만이다. 나는 좀비, 혹은 바이러스에 의해 단시일에 인류 인구의 90%가 사라져 버렸을 때를 상정한 종말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볼 때는 손에 땀을 쥐면서도 막상 보고나서 이 모든 게 다 허구라는 생각에 허탈함을 느끼기도. 좀비, 바이러스 등의 설정이 비현실적이란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오면 바이러스 이전에 인류는 통제를 잃은 핵에 노출돼 끝을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폭발에 필요한 임계질량을 얻지 못한 3만 개의 핵탄두는 그런대로 버틴다 하더라도 인간의 관리를 받지 못하는 지구상 441기의 핵발전소는 7일 안에 살아있는 핵탄두로 변할 것이다.

가만, 그런데 이곳에서 이렇게 머물러도 되나? 원자폭탄이 터졌던 자리에 콘크리트 토템들을 세워놨다고 하던데... 토템들을 찾지 못해 한 시간을 헤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기급의 플루토늄-239는 반감기가 2만4110년이라는데 겨우 50년이 지난 이곳은 안전한가. 나 이외에도 이미 여러 사람이 거친 길이고 개방된 길이기에 설마 무슨 일 있으랴 하는 마음과 나가사키의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던 것에서 위안을 해보지만 석연치 않은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야영하게 되는 일만은 피하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아름다운 병 '사막증후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a

흔들리며 피는 꽃 사막에서 만난 스터츠 데저트 피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오창학


사막에 핀, 그것도 길가에 피어 흔들리는 스터츠 데저트 피(Sturt's Desert Pea)를 봤을 때, 거의 신음에 가까운 탄성과 함께 차를 세웠다. 아... 정말 흔들리며 피는 꽃을 보는구나. 내 삶을, 그리고 우리 삶을 압축했던 도종환 시인의 꽃이 여기에서 피는구나. 낮의 열기와 밤의 냉기를 견디고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피어난 통꽃은 저토록 붉구나. 낙타 걸음과 자동차의 바퀴를 피해 용케도 살아 이렇게 길가에서 흔들리고 있구나.

앨리스 스프링스의 치과 앞 화단에서 이 꽃과 마주쳤을 땐 몰랐다. 붉은 꽃잎에 검은 눈이 달린 기괴한 형상이 외계인을 연상케 한다고 여겼을 뿐 이토록 강렬한 삶의 향을 뿜어내고 있는 줄 알지 못했다. 키 작은 나무와 사막의 풀들만이 어렵게 자리 잡는 불모의 땅에서 저토록 빨갛게 자기 삶을 드러내는 꽃에서 생의 경이를 읽는다. 

관조하는 자연은 좀체 그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이 그러하듯이. 가까이 다가서고 그를 겪어야 실체가 보이는 것이다. 때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경구에 매달려 숲만 보고 도무지 나무에 눈길을 주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기어이 속살 깊은 곳으로 다가가 그의 깊은 정체를 느끼고 싶다. 그것이 또 사막에 들어서는 이유다.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이렇게 흔들리며 핀 것이다.

a

우릴 구경하는 캥거루 사막에서 야영한다는 건 순수 야생의 체험을 의미한다. ⓒ 오창학


에뮤 정션(Emu junction) 삼거리에 자리를 폈다. 원자폭탄이 터진 자리에서 겨우 16km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핵실험지의 찜찜함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야간주행이어서 적당한 숙영지를 발견했을 때 멈춰야 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는 것과 해가 있을 때 치는 것은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노라면 어쩐지 숨어드는 다급함이랄지 그냥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자의 조급함이랄지 그런 게 느껴지는데 텐트를 치고 일몰을 맞노라면 오래전부터 내가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양 푸근하고 여유롭다. 겨우 한 시간 차이가 만들어 내는 간극이 그토록 크다. 한 시간의 거리를 포기하고 여유를 얻었다.

텐트를 치는데 캥거루 한 마리가 다가와 빤히 바라본다. 앞발을 모으고 꼬리와 뒷다리로 서서 사람인양 우리를 보는 폼이 능글맞다. "어이 캥거루 아저씨 이리 와 차 한 잔 할까? 자넨 오늘 마주친 유일한 생명체라고. 엔진소리에 놀라 사방팔방으로 뛰던 자네 친구들을 빼면 말이야." 사람 사는 곳을 벗어나 자유를 느낀다 싶었는데 금세 외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경숙이 저녁으로 만찬을 준비했다. 쿠버피디에서 한국 청년들에게 얻은 김치로 매콤한 김치찌개다.

"어우 이게 몇 년만이냐고!"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는 처음이다."

감탄사를 연발하여 다들 아귀처럼 매달렸다. 3주 만에 맛보는 김치찌개다. 영화 <식객>에서 군대에서의 라면 맛을 재현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던 요리사가 그 맛의 연원은 솜씨가 아니라 상황에 있었음을 깨닫는데 이도 그와 같을 것이다. 타국에서, 그것도 깊은 오지에서 맛보는 이 찌개의 맛은 그저 손끝에서 나온 것임은 아닐 것이다.

a

사막에서의 야영 사막의 밤은 고요하고 아름다웠지만 몸이 따라주질 못했다. 아낸 '사막증후군'이라 이름했다. ⓒ 오창학


모닥불 앞에서 와인 한 병을 사이에 두고 정담을 나누다 텐트로 들어왔는데 기괴하고 음산한 느낌이 든다. 두려운 사막에서의 첫날밤이라서? 아니면 핵 실험지 근처라는 부담감? 심슨에서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느낌이다. 사막의 밤이 이토록 무서운 줄을 심슨에서는 왜 몰랐을까. 오한이 난다. 쉬라는 신호일까. 운전 때문인지 손가락 통증이 심해 글씨를 그리듯 일기를 썼다. 아내와, 일행과 함께 있는데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사막증후군'이라 명명했다. 현기증을 수반한 갈증, 열먹음, 빠른 심장박동, 외로움... 우리가 앓고 있는 현재의 증상들이 바로 그것이란다. 멋있군. 사막증후군이라... 어쩐지 내가 매력적인 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레이트 빅토리아 사막
▲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Great Victoria Desert)은 호주에서 가장 넓은 사막으로 서호주(Western Australia)와 남호주( South Australia)사이에 위치해 있다. 목초지, 자갈길, 소금호수가 펼쳐져 있는 작은 모래 구릉지대로 일 년에 200~250mm밖에 비가 오지 않으며 여름기온은 32~45도, 겨울기온은 15~25도인 이르는 불모지다.

북쪽 깁슨 사막과 남쪽 널러버 평원 사이에 있는 이곳은 동서길이 700km가 넘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동네인 동쪽 쿠버피디에서 서쪽 라버튼까지는 1,350Km의 무인지대다. 1875년 영국탐험가 어니스트 자일(Ernest Giles)이 횡단하고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 그레이트 빅토리아라 명명했고 랜 비델(Len Beadell)이 1960년 동서구간을 탐험하고 그 루트를 자기 아내 이름을 따 앤-비델 하이웨이(Anne Beadell Highway)라 명명했다. 여기서 '하이웨이'란  제대로 관리된 사륜구동만 접근가능한 '거칠고 험난한 길'의 반어적 표현이다.

과거 영국의 핵폭탄 시험장으로 쓰일만큼 광활한 황무지다. 이곳에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남호주와 서호주의 경계에서 서쪽으로 165km쯤에 있는 일쿠르카 로드하우스 한 곳뿐이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만 주유 가능하다. 그럼에도 호주원주민들은 최소 2만4000년을 이 일대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며 지금은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 유의사항
이곳 횡단을 위해서는 남호주 사막 패스(Desert Pass) 외에도 원주민 커뮤니티(Woomera defence support center) 허가 등이 필요하다. 물론 중도에 어떠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물, 식량, 구급약, 자동차 구난장비와 여유 부품 등 일체의 준비가 돼야 하며 UHF무선장비를 장착해야 한다. 만약 그룹이라면 HF무선장비와 위성전화기를 최소 한 대 이상 준비해야 한다. 심슨 사막처럼 완전한 모래구릉으로 이루어진 곳은 아니어서 고난도의 운전기술을 요하지는 않지만, 구간이 워낙 길고 지형이 다양하며 각종 변수가 많은 지역이므로 자력으로 사막을 관통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모두 갖춰야 한다.

이름 없는 보호구역(Unnamed Conversation Park) 내 50km구간 야영금지 지역을 제외하고 야영은 메인루트 100m이내에서만 허용.

덧붙이는 글 2009년 7월~8월 사이에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호주 #아웃백 #자동차 여행 #대륙횡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서.화에 능하고 길떠남에 두려움이 없는 생활인. 자동차 지구 여행의 꿈을 안고 산다. 2006년 자신의 사륜구동으로 중국구간 14000Km를 답사한 바 있다. 저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랜덤하우스, 2007)

이 기자의 최신기사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횡단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