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문제지 풀기 보다 중요한 관계 맺기... 가정의 달, 아이에게 '사회성'을 선물하자

등록 2012.05.09 15:53수정 2012.05.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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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있는 달이라 그런지 어린이 관련 기사가 많이 올라온다. 그 중에서도 '학원 뺑뺑이'를 도는 아이들의 고단한 처지를 짚은 기사가 눈에 띈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학원에 둘러싸여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 까닭은 한 가지다. 부모님들은 아이의 두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며, 자신들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안다면 '학원 뺑뺑이'는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사교육은 사적인 교육이므로 1명의 아이를 자극한다. 공교육은 공적인 교육이므로 교실의 아이들을 두루두루 자극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수업이나 급식, 클럽활동 등은 공동체를 학습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심리학과 연관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파블로프 등의 행동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두뇌의 일부분을 학습하거나 집중적인 자극을 주었을 때 교육의 효과를 달성한다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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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심리학계가 프로이트 정신분석과 파블로프의 행동주의에서 매슬로의 인본주의 제3심리학으로 넘어가는 추세에서 '사회성'이 육아에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하버드 성장발달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사회성 발달 보고서>는 사회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 지식채널

하지만 최근의 심리학(대표적으로 매슬로의 인본주의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인지과학, 뇌과학에 의해서 밝혀진 사실은 뇌 구조의 변화가 접합부위를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에 의해 강하게 일어나고 뇌 구조를 새롭게 형성해나가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이에게 학습지를 스스로 풀게 하는 것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뇌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교육에 있어서 '사회성'이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뇌 자체가 아니라 뇌와 연결된 신경접합부의 구조, 신경접합부와 외부자극의 원활한 소통이 아이의 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마디로 "모든 경험과 배움이 뇌를 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윌리엄스대학의 심리학과 부교수이자 교수 프로그램의 책임자이기도 한 수잔 엥겔은 "취학 전 교육시설에서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아동발달과 관련해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상충한다"라고 주장한다.

연구에 따르면 놀이나 활동에 기초한 배움보다 학습지나 과제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 아이는 부주의하고 산만하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경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취적이지도 않고, 운동, 학문, 언어, 사회성 등 어느 것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기에 이러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잘못된 학습 습관 때문에 성적도 떨어지고 주의력도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완성되는 인간의 두뇌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 불리는 수십 억 개의 뇌세포와 몇 조가 넘는 엄청난 연결부위, 즉 시냅스라고 불리는 신경접합부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접합부는 뉴런이 보내는 전기적 메시지를 뇌와 몸 전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신경접합부는 매번 새로운 행위를 습득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저장할 때 생겨나는데, 신경세포가 새로 연결되면 뇌의 크기와 무게가 결정된다.

태어나 10년 동안 아이의 뇌는 신경접합부가 되기 위해서 기다리는 뉴런으로 과포화 상태가 되는데, 뉴런이 신경접합부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세 살짜리 아이의 뇌 속에는 1천 조에 가까운 신경접합부가 남아 있다. 이는 어른의 뇌와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태어나서 최초 5년 동안 아이가 했던 경험은 성인이 될 때까지의 뇌의 모습을 형성한다. 뇌가 엄청나게 활성화된 이 시기를 놓치면 사회적, 창의적, 지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한 돌만 지나도 이미 분노, 슬픔, 즐거움, 두려움, 흥미, 놀라움 등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생의 두 번째 해에는 죄책감, 부끄러움, 난처함, 자부심 등을 드러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걸음마 단계의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상황적인 맥락을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즉,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게 되어 그 행복감을 모방하기도 한다.

만 세 살이나 다섯 살의 사이의 아이는 우정을 형성하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만 네 살이 되면 다른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시작하고, 자신도 같은 정서로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또래 친구의 정서 상태에 적응함으로써 관계를 맺어간다.

사회성 집약하고 있는 '놀이'가 아이를 성장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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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하는 것을 모조리 따라하는 둘째 민서.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이고 발전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면 부모는 놀랄 것이다. ⓒ 오승주

아이를 둘 낳아 기르고 있는 부모로서 부담이 적지 않다. 밥 먹이는 거, 기저귀와 분유 마련하는 거, 아이들 교육시키는 거 하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무척 만족한다. 두 아이는 서로를 자극하며 부모가 줄 수 없는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척거리에 아이들의 사촌누나와 태어난 지 200일 되어 가는 아기, 가끔 만나는 초등학생 형과 누나, 일본에서 와서 몇 달간 머물렀던 사촌형 등은 아이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조그마한 사회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배려를 해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 요즘처럼 아이 하나만 낳아서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버릇없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아이가 '사회'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서로 만나면 많은 말을 하고 많은 놀이를 하고 많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가끔 부모가 개입해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놀이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개의 가정에서 그러하듯 첫째에게 온갖 정성을 기울이지만, 둘째는 첫째만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둘째 아기는 1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말을 알아듣고 요구를 한다. 형들과 누나들 사이에 둘러싸이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학습능력을 어떻게 기르는지 시간을 두고 관찰했던 적이 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세상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의지할 것은 엄마뿐이다. 엄마 뱃속을 타고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생존'이라는 절대 과제가 아이에게 부여된다. 둘째 아이는 어른이 말을 걸거나 형, 누나들이 놀이를 할 때 엄청난 집중력으로 관찰을 한다. 어떤 것이든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다. 궁금하다면 시간을 두고 아이를 관찰해 보라. 아이의 눈빛이 반짝반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성을 집약하고 있는 방식이 바로 '놀이'이다. 요즘에는 놀이학습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놀이는 역할이 정해져 있고 게임의 룰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밌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평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집과 교실, 또는 공원에서 호기심 많은 탐험가인 아이는 많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대한다. 또한 어디에서 소음이 들려오는지, 왜 바람이 커튼을 들출 때 벽에서 불빛이 번쩍이는지, 혹은 집에 누가 찾아오는지 알고 싶어하는 등 환경적인 변화에 즉시 대응한다.

취학 전 아동은 다양한 놀이의 형태로 사회적 참여도를 높일 수 있지만, 사회성을 길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린이집 교사가 연극적 놀이(역할놀이, 상상놀이, 가상놀이, 가장놀이 등)를 장려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연극적 놀이는 지적인 탐구와 창의성, 학구적 성공, 호기심과 일반적인 학습능력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그것을 통해 아이는 문제해결, 추론, 읽고 쓰는 능력, 그리고 협동과 나눔 같은 사회성을 훈련할 수 있다.

나는 '놀이의 언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아이에게 이 세상은 하나의 큰 놀이터이고, 이런 생각은 성인이 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면 좋다. 놀이가 주는 재미는 아이들을 숨쉬게 만들고 성장하게 만든다. 그런데 아이에게 뭔가 재미 없는 일이 많이 생긴다면 그것은 상당히 안 좋은 신호다. 예컨대 첫째 아이인 민준이가 '엄마 핸드폰, 아빠 핸드폰'이라고 하면 그 상황이 재미없다는 신호이다. 재미가 없는 까닭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패턴과 별로 자극을 주지 않는 경험, 힘만 들고 보람이 없는 행동들이다.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라.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활동 중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뭐고, 재미 없는 것은 뭐냐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셜북스(http://www.facebook.com/socialbook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소셜북스(http://www.facebook.com/socialbook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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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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