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엔 온 산이 꽃불 지펴 환하겠다

포도원등산선교회 5월 대운산 사전답사 산행

등록 2012.05.08 16:44수정 2012.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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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등산길 오르기 전에... ⓒ 등산선교회


싱그러운 5월이다. 정기산행을 앞두고 사전답사 산행을 나섰다. 사전답사산행은 정기산행 때 참가할 회원들의 안전과 편리 등을 위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서 탐색하고 모색해 회원들의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공교롭게도 오늘 사전답사 산행에 참여한 인원이 12명이다. 문득 여호수아와 갈렙을 비롯한 12명이 정탐꾼이 떠올랐는지, 집사님 한 분이 우리 일행을 12명의 정탐꾼이란다. 최정예 정탐꾼 12명이 정기산행을 위한 정탐을 나섰다.

한 주나 두 주 후엔, 꽃불 지펴 온 산이 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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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철쭉꽃... ⓒ 이명화


오늘 우리가 정탐해야 할 목적지는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과 양산시 웅상읍에 위치한 대운산이다. 오전 8시 정각에 교회에서 모여 승합차를 타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신록으로 점점 짙게 물들어가는 산과 들을 일별하며 양산을 거쳐 서창동을 경유 웅상읍 용당리 탑골저수지를 지나 대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대운산(742m)은 해발 742m의 산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주차장을 기점으로 대운산을 등정하는데 길도 제법 험한데다가 거리도 만만찮다.

오늘 우리가 들머리로 삼은 곳은 대운산 자연휴양림. 이 길은 호젓하고 완만하다. 탑골저수지를 지나 당도한 대운산 자연휴양림 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숲길로 접어든다. 숲은 온 몸을 초록으로 물들일 듯 싱그러움 가득하고 계곡 물소리가 음악처럼 따라온다. 그 환한 물소리 벗 삼고 오르는 등산로는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 예쁜 길이다. 고요하면서도 생기를 한껏 입은 숲길은 호젓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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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숲길 접어들다... ⓒ 이명화


어쩐다?! 이제 막 초록 숲에 우리 마음도 몸도 물들어가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몸이 갑자기 좋지 않아 주저앉고 만다. 안색이 노랗게 변한 채로 길에 주저앉은 채 일어서질 못한다. 몸을 추스린 후에 함께 가려고 일행들은 기다렸지만,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고 혼자 휴양림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 함께 온 두 사람이 몸이 아픈 분과 함께 남겠단다. 세 사람은 이번산행에 함께 모여 온 분들인데 서로에 대한 배려가 세심하였다.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우린 계속 산길을 올랐다.

햇볕은 더울 정도로 따뜻하게 쏟아져 내렸지만 잎이 우거진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 어렵지 않게 걷는다. 일찍 시작한 산행인데다가 대운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느긋하게 쉬어가며 걸었다. 대운암 입구를 지나 대운산 제2봉과 대운산 정상 갈림길 앞에 다다랐을 때에야 계곡 물소리도 끊어지고 예서제서 다른 코스를 따라 대운산을 만나러 온 사람들을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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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환한 물소리 가득한 숲길 걷다가... ⓒ 이명화


대운산 철쭉꽃은 대부분 꽃봉오리만 매달고 있다. 한 주나 두 주쯤 후엔 사람 키를 넘는 철쭉나무에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들이 들불처럼 꽃불을 지펴 온 산이 환하겠다. 제법 넓은 공터 헬기장을 지나 나무계단 길로 올라간다. 지척이 대운산 정상이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놓은 대운산 정상엔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운산 정상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메고 올라와 매상을 올리고 있는 아주머니는 새벽 5시에 왔단다. 마침 날씨도 초여름 날씨 같으니 아주머니의 아이스크림 통에 든 것들을 다 팔고 가겠다. 우리도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나무 데크 난간에 기대서서 휴식을 취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땀을 식혔다. 대운산 정상까지 올라왔는데도 시간은 낮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곧바로 하산하기엔 뭔가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정기산행 때 오더라도 왠지 이대로 끝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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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철쭉꽃...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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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철쭉꽃...... ⓒ 이명화


저만치 멀리 조망되는 대운산 제2봉까지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래서 사전답사가 필요한가보다. 사전답사는 정기산행 때 어떤 길을 택해 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 결정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산행이다.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면서 함께 올 회원들이 참석했을 때 여러 문제점과 안전을 고려하고 결정하기 위한 시범산행이고 개척 산행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면서 더 좋은 길로 안내할까 고심하면서 결정을 위한 탐색과 정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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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가는 길...땀을 식히고 휴식...맛난 것도 먹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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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호젓한 숲길 걸으며... ⓒ 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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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제2봉에서... ⓒ 등산선교회


이제 우린 대운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운산 제2봉으로 향한다. 대운산 정상에서 제2봉까지 이어지는 길도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숲은 싱그럽고 호젓했다. 대운산 철쭉꽃 축제 행사장도 중간에 만났다. 이 근방은 다른 잡목들은 베어내고 철쭉들만 가득 심어놓았다. 얼마 안 있으면 곧 만개해 온산을 들불처럼 꽃불 지펴놓을 철쭉터널을 지난다.

얼마동안 평지에 가까운 싱그러운 숲길 이어지다가 나무계단 길을 타고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햇볕이 제법 뜨겁다. 땀이 등을 적시고 코끝에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나무 계단 길 끝에 도착한 곳은 대운산 제2봉. 대운산 정상보다 오히려 제2봉은 조망이 탁 트여있어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먼 산과 가까운 산이 겹쳐질듯 파도처럼 굽이굽이 이어져있다.

하산 길로 접어든다. 오늘 만난 길은 등정길이나 하산길이나 모두 아름답고 호젓해 길에 매료되었다.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5월의 숲, 초록 비라도 맞고 걷는 것 같다. 금새 내 몸도 마음도 연두 빛으로 물들어 손가락으로 누르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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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산... 하산길... ⓒ 이명화


나는 종종 길에 매료된다. 싱그러운 계절 생기를 한껏 머금은 숲길도 좋고, 동면하듯 모든 걸 땅에 내어주고 침묵하는 겨울 산길도 좋고, 단풍절정을 이룬 가을 산길도, 꽃길 봄 길도 좋아한다. 우리가 길에 매료되는 것은 우리 삶이 길 위의 여정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첫 길은 언제나 시행착오를 많다. 등산선교회가 세워진 것이 어느새 수개월째다. 이미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개척의 길이기에 어려움이 많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과 수고와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첫 마음 첫 사랑으로 끝가지 잘 갈 수 있기를. 뒤를 잇는 사람들에게 흐뭇하고 아름다운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등산선교회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다시 주차장에 도착. 중도하차했던 세 사람도 따로 대운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다행이다. 우리가 대운산 정상까지 갔다가 제2봉을 거쳐 에둘러 하산하는 동안 이들은 대운산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 온 모양이다. 따로 걷긴 했지만 대운산을 만나고 와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렇게 12명의 정탐꾼은 다시 합류했고 모두 환한 얼굴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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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5월 5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회원 12명
3. 산행기점: 대운산 자연휴양림
4. 산행시간: 5시간 5분
5. 진행: 대운산 자연휴양림(9:10)-대운암 입구(10:10)-대운산 2봉.대운산정상 갈림길(10:50)
-헬기장(11:00)-대운산 정상(11:05)-하산(11:20)-헬기장(11:23)-대운산 2봉. 휴양림 갈림길(11:25)
-상대리 3공영 주차장 갈림길(11:40)-대운산 자연농원 갈림길(11:50)-내원암 갈림길(11:55)-
대운산 2봉(12:05)-내원암 갈림길(12:15)-점심 식사 후 출발(1:10)-휴휴사(1:55)-대운산 자연농원(2:00)
-신묘정사(2:10)-대운산 자연휴양림(2:15)


덧붙이는 글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5월 5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회원 12명
3. 산행기점: 대운산 자연휴양림
4. 산행시간: 5시간 5분
5. 진행: 대운산 자연휴양림(9:10)-대운암 입구(10:10)-대운산 2봉.대운산정상 갈림길(10:50)
-헬기장(11:00)-대운산 정상(11:05)-하산(11:20)-헬기장(11:23)-대운산 2봉. 휴양림 갈림길(11:25)
-상대리 3공영 주차장 갈림길(11:40)-대운산 자연농원 갈림길(11:50)-내원암 갈림길(11:55)-
대운산 2봉(12:05)-내원암 갈림길(12:15)-점심 식사 후 출발(1:10)-휴휴사(1:55)-대운산 자연농원(2:00)
-신묘정사(2:10)-대운산 자연휴양림(2:15)
#대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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