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앞두고 설계 변경한 공주보... 정상 아니다

[주장] 자연형 어도를 복합형 어도로 바꿔... 정보 공개부터 하라

등록 2012.05.31 19:09수정 2012.05.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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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대강 정비사업장에서 준공 행사가 열리고 있다. 금강정비사업 11공구(갑천·유등천)도 지난 4월 28일 준공식을 진행했다. 2009년 12월 착공한지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 4대강정비사업은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월, 4대강 공동조사를 통해 바닥보고홍이나 세굴 현상이 드러나 곳곳에서 보강공사가 진행됐다. 공주보는 지난 3월 봄비 때문에 자연형 어도(魚道·하천에 댐을 만들 때 소하 어류의 소하를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로)가 유실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 5월 3일 찾은 공주보, 공사현장 관계자에 의하면 공주보의 준공 시기는 6월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공주보에서는 어도 공사가 한창이다.

 

자전거 통행만 허용한 공주보 공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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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봄비에 무너진 자연형 어도 현장 봄비에 무너진 어도를 확인하고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모습이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 지난 3월 봄비에 무너진 자연형 어도 현장 봄비에 무너진 어도를 확인하고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모습이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현장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공도교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사진촬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의 통행은 막지 않았다. 현장관계자는 '자전거 종주 확인 도장을 받으려는 사람에게는 통행을 허가하라'는 국토관리청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도교는 산책 하려는 시민은 통행할 수 없고, 도장 받기를 원하는 자전거 이용자는 오갈 수 있는 다리가 돼 있었다. 기자는 "안전 상의 이유로 공사 중인 곳을 통행 금지시킨다면 자전거의 통행도 함께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지만 통행은 허락되지 않았다.

 

결국 기자는 현장에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한 채 공도교를 떠났다. 이날 대전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에 확인한 결과, "통행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며 "통행을 허가하도록 현장 관계자에게 다시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현장의 문제는 완공을 앞둔 시점에서 자연형 어도의 설계를 변경한 것이다. 지난 4월 설계 변경을 통해 자연형 어도가 복합형 어도로 변경됐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 공주보 담당자는 "설계 변경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설계돼 공사를 진행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 하자가 발생해 설계 변경을 진행했음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못 하겠다는 이야기다.

 

"내용 공개는 불가"로 일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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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사유 기자는 지난 5월 4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16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 비공개사유 기자는 지난 5월 4일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16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턴키공사(시공업체에서 설계까지 맡아 처리하는 공사) 방식으로 완공 시점을 앞둔 4대강 공사의 설계 변경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담당자는 "어도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계 변경 협의를 진행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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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어도 공사중인 공주보 공도교에서 쫓겨나 아래로 내려와서 어렵게 찍은 현장 사진이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 자연형 어도 공사중인 공주보 공도교에서 쫓겨나 아래로 내려와서 어렵게 찍은 현장 사진이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완공이 6월로 예상하는 4대강 사업의 어도 변경이 급하게 이뤄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턴키공사 방식으로 설계한 4대강 사업의 어도 설계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4대강 16개 보에 설치된 다른 자연형 어도도 실제 이런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설계 변경은 공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공사가 마무리되고 어도가 유실된 상황에서 하자 보수가 아닌 설계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정보 공개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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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어도 공사 중인 공주보 자연형 어도에 거푸집을 만들어 놓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 자연형 어도 공사 중인 공주보 자연형 어도에 거푸집을 만들어 놓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문제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정보 통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 공주보 담당자는 "설계 변경된 내용 자체를 모두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계 변경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변경된 설계 변경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공사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내리고 있다.

 

정보 통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연형 어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장에서 시멘트 타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는 "수로 형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변경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자연형 어도는 자연하천의 형태를 통해 어류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시멘트 타설이 이뤄진다면 이르 두고 자연형 어도라고 부를 수는 없다. 어도는 4대강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정비사업에서 핵심적인 시설이다. 어류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하천은 죽은 하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만약, 6월 완공 이후 어도 유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4대강 살리기는 정부의 치명적인 오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어도를 하나 만든다고 해서 강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강정비사업 #설계변경 #자연형어도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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