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바라춤에 꽃잎도 덩실덩실"

[사진] 여덟 번째 맞는 인천수륙재 봉행식 풍경

등록 2012.04.23 14:29수정 2012.04.23 15:30
0
원고료로 응원
a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까지 인천 약사사에서 여덟번 쨰로 열렸던 인천수륙재 알림판 모습. 약사사는 고려 때 강화도를 중심으로 내려온 수륙재의 전통을 이어온 곳이다. ⓒ 이정민


고즈넉한 산사에 비가 내립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풍경소리 흩날리는 사찰 처마 밑에선 하얀 안개가 스님의 경구소리에 맞춰 춤을 춥니다. '햇살이 비추었더라면' 하는 맘으로 찾았던 사찰은 음습한 날씨마저도 이내 장관으로 만들어버립니다.

a

인천수륙재보존회 전통무용단의 나비 춤 의식 ⓒ 이정민


a

인천 서구 구룡사 주지인 검봉 스님의 바라 춤 의식 ⓒ 이정민


지난 22일 오전 10시, 인천 간석오거리에 위치한 전통사찰 약사사를 찾았습니다.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리는 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여미었지만 가는 내내 비를 맞아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도 사찰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법문소리가 이내 마음속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입구부터 대웅전 가는 길목까지 신도들의 숨소리로 무겁습니다. 이날은 여덟 번째로 열리는 인천수륙재가 이 사찰 전역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입니다. 스님들의 바라의식에 따라 흩날리는 벚나무 꽃잎들, 전통무용단의 나비춤에 따라 덩실거리는 운무가 그 자체로 산사의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수륙재 보존회에 따르면, 나비춤은 중국의 고승인 조식스님이 범패 정립시 물고기와 나비 떼의 춤에서 불덕을 보고 만든 춤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춤은 나비모양의 의복을 입고 춤추며 범패 홑소리에 맞추어 추거나 태징에만 맞추어 추기도 하고 악기나 아무 반주 없이 그냥 추는 춤도 있습니다. 또한 이 춤은 빠른 동작은 거의 볼 수 없으며 완만하고 조용한 동작으로 추는 것이 특징이며, 백색장삼에 길게 늘어진 홍가사를 입고 탑 모양의 고깔을 쓰고 양손에 종이꽃을 들고 추는 춤입니다.

a

인천불교총연합회 일초(가운데) 회장 스님과 집행부 스님들의 수륙재 법문 연경 모습 ⓒ 이정민


이날의 봉행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엄숙하고 진진한 자리였지만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아가는 해맑은 미소로 화답합니다. 비록 비가 와서 궤불도 못 올리고 치른 행사였지만 저 마다의 깊은 바람을 안고 모여든 할머니 신도들의 정성이 모여 이내 대웅전 부처상에 환한 궤불이 반짝거립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반야바라밀다의 깨우침이 그대로 빛을 발하는 형상입니다.

a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퍼지는 스님의 독송에 벚꽃 나무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 이정민


a

산사의 아름다움 ⓒ 이정민


이런 공덕인지 몰라도 산사 곳곳의 풀과 나무들이 스님들의 독경에 맞춰 함께 정진을 해나갑니다. 해맑게 웃고 있는 개나리꽃도, 작은 장독대 위에 놓인 여린 풀잎들도 함께 수행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청정함의 도량 안에 갇힌 작은 생물들의 순수함이 엿보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비에 젖은 옷의 무게는 더해졌어도 마음만큼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습니다. 작은 운율에도 훨훨 날아갈 것 같은 평정심과 고요함만이 가득합니다. 굳이 '나무아미타불'을 독송하지 않아도 오늘은 풍경 자체가 '나무아미타불'입니다.


일체중생의 고뇌를 소멸하라

a

산사에서 봉행되는 영험한 기도 의식보다 더 정갈한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이정민


a

비구니 스님의 기도가 더욱 장엄해 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 이정민


복청대중(伏請大衆)  엎드려 대중께 청하옵나니
동음창화(同音唱和)  동음으로 창화해 주소서
신묘장구(神妙章句)  신비하고 묘한 글
대다라니(大多羅尼)  대다라니를

이번 행사의 의식 중에서 복청게(伏請偈)의 법문 내용입니다. 이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의 고뇌를 소멸시키는 신비하고 묘한 다라니(多羅尼)를 염송해줄 것을 대중스님께 청하는 의식입니다.

a

청정함의 도량 속에 피어난 일상의 소박한 풍경 ⓒ 이정민


한편 이번 수륙재는 음력 윤삼월 이튿날에 펼쳐지는 '산자와 망자가 함께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날'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수륙재란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를 달래며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의식의 하나입니다.

인천수륙재 보존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수륙재가 설행된 것은 고려 때부터입니다. 광종 때에 때때로 성대히 열린 바 있었는데 970년(광종21)에 갈양사(葛陽寺)에서 개설된 수륙도량이 그 최초의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숭유억불정책에 의해 불교의식이 유교의식으로 많이 바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태조(太祖)는 진관사(津寬寺)를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를 여는 사사로 지정해 크게 재의를 행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395년 (태조 4)에는 견암사(見巖寺)와 석왕사(釋王寺)등에서 고려 왕씨의 영혼을 달래는 수륙재를 베풀었습니다.

a

신들께 제사를 지내는 마고단 모습 ⓒ 이정민


이번 행사는 타종을 시작으로 시련·대령·관욕·신중작법·괘불이운·소청사자·소청상위·소청중위·소청하위·시식·봉송·회향 순으로 시연됐습니다. 또 소리는 홋소리 42가지, 짓소리 6가지, 회심곡과 작법무, 나비춤-도량게, 운심게, 육법공양, 다게, 천수바라, 사다라니, 오방잡, 명발, 관욕쇠바라, 화의재 진언, 법고무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인천시 무형문화재 10-나호 범패·작법무 보유자인 일초스님은 "수륙재는 수많은 전란을 겪은 고려, 조선왕조에서 민심 안정과 국가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행한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스님은 "인천수륙재는 타 지역에서 행하여지는 수륙재보다 그 소리(법음)가 장중하며 법무는 환희에 넘쳐 흥겹게 너울거리는 역동성이 가히 의식의 정수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a

부처의 마음이 곧 중생의 마음 ⓒ 이정민

덧붙이는 글 | 참조. 괘불은 야단법석(野壇法席) 즉 야외에서 베풀어지는 법요식에 편리하도록 종이 등에 모셔진 부처님을 의미하며, 법전 내부에 모셔진 조각된 불상이나 탱화와는 구분된다. 즉 운반이 용이하도록 부피를 줄일 수 있어야 하며, 야외 법회에 운집되는 대중을 고려할 때 그 규모는 내부에 모셔진 탱화보다는 대체로 크게 조성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법회의 성격에 따라 괘불에 모셔지는 내용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한국불교의 특성상 주로 영취산에서 법화경를 설하시는 법화변상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덧붙이는 글 참조. 괘불은 야단법석(野壇法席) 즉 야외에서 베풀어지는 법요식에 편리하도록 종이 등에 모셔진 부처님을 의미하며, 법전 내부에 모셔진 조각된 불상이나 탱화와는 구분된다. 즉 운반이 용이하도록 부피를 줄일 수 있어야 하며, 야외 법회에 운집되는 대중을 고려할 때 그 규모는 내부에 모셔진 탱화보다는 대체로 크게 조성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법회의 성격에 따라 괘불에 모셔지는 내용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한국불교의 특성상 주로 영취산에서 법화경를 설하시는 법화변상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인천수륙재 #약사사 #인천불교총연합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4. 4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5. 5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