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환영... 단체에 과세 집중해야

[주장] 대형 종교단체의 '부의 세습' 막아야 한다

등록 2012.03.22 09:56수정 2012.03.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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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 원칙적으로 과세가 되어야 하고 지금까지 느슨했던 과세 현실을 감안해 (세금 부과를) 시작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머니투데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지난 2006년 국세청이 기재부에 종교인과세에 대한 질의를 보낸지 거의 6년 만이다. 박 장관이 질의대한 답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각료가 아주 예민한 종교인 과세를 언급한 것만해도 굉장히 발전된 내용이다.

필자는 목사다. 그럼 이번 박 장관 발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찬성의 이유는 <오마이뉴스>의 <'목사=세금탈루자'...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에서 찾을 수 있다.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고, 반박할 내용이 거의 없다(참고로 내 직업이 목사이기 때문에 이 긍레서 말하는 종교인은 '목사'와 '교회'임을 밝힌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마이뉴스> 원고료도 4.4%세금이 붙는다. 원고료에 세금이 붙는다고 어느 누구하나 타박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목사가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가 소득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것이 소득이 아니라고 아무리 반박해도, 인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종교인 과세, 생각보다 과세 대상 적어

한국 개신교가 워낙 물질주의에 빠져 모든 목사들이 굉장히 많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한 달 월급이 150만 원도 안 되는 이들이 많다.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되어 목사도 세금을 낸다면 과세대상이 10~20% 정도에 불과하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목사나 전도사·스님·신부님·수녀님 등 성직자 중 80~90%는 소득세를 매길 수도 없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은 면세점 이하 계층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3월 21일 치 <서울경제> '성직자 대부분 면세점인데… 수입 몸통 종교단체에 타깃을' 기사 중)


내가 속한 노회의 목사는 약 30명이다. 이들 중 200만 원을 넘게 받는 이들은 10명 남짓이다. 사모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심지어 예산이 아예 잡혀있지 않는 교회도 있어, 일정액도 받지 못하는 목사도 있다. 결국 택시기사, 간병인, 장애도우미, 과외를 통해 생활을 유지한다. 1년 연봉이 1억 원, 10억 원인 목사도 있지만 '88만 원 목사'도 있다. 종교인 과세가 실현돼도 과세 대상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과세대상이 적다고 그냥 넘어갈 것인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종교인 과세는 실현돼야 한다. 종교인 개인만 아니라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고, 오히려 '개인'보다 단체에 대한 소득 신고와 함께 과세가 더 중요하다.

종교인 과세, '개인'보다 '단체'에 집중할 필요

3월 21일 <서울경제>에 따르면 국내 등록 종교단체는 600개를 넘어선 상태며 신도 수도 20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비영리법인인 종교단체는 비과세다. 문제는 영리사업과 비영리사업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0일 MBC < PD수첩 >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가 원로목사 그의 가족에 대한 세 가지 의혹인 미국 법인 베데스다대학에 쓰인 자금 행방, 한세빌딩 건축에 쓰인 자금, 5만 성도가 모은 <국민일보> 평생 독자 기금 등이 어떻게,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므로 종교인 개인에 대한 과세도 필요하지만, 종교단체(법인)에 대한 과세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대형교회나 대형 종교단체가 부를 대물림하는 데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백억 예산 교회 물려받아도 세금 안 내

솔직히 말하면 대형교회 목사들이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일반 기업 같으면 당연히 상속세를 내야하지만 교회를 물려받은 목사들은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아주 작은 교회나, 시골교회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하겠지만 1년 예산이 수십억, 수백억 원 되는 교회를 물려 받고 세금 한푼 내지 않는 것은 세금 형평성 논란 이전에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일이 아니다. 종교인 과세, 더 이상 미룰 이유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교인 #종교인과세 #박재완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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