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와 이몽룡이 뛰놀던 이곳, 물들었구나

가을이 내려앉은 광한루원 안 완월정에 오르다

등록 2011.11.11 11:34수정 2011.11.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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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명승 광한루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완월정 ⓒ 하주성

남원 명승 광한루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완월정 ⓒ 하주성

전북 남원시에 소재한 광한루원. 명승 제33호인 광한루원은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아마도 남원을 들렸다가 이곳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없으리란 생각이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의 장소로도 유명한 광한루. 원래 이곳은 조선 세종 원년인 1419년에 황희가 '광통루'라는 누각을 짓고, 산수를 즐기던 곳이었다.

 

1444년에는 전라도 관찰사인 정인지가 광통루를 거닐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이곳을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속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 부른 후 '광한루'라고 광풍루를 고쳐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1461년 부사 장의국은 광한루를 보수하고, 요천의 맑은 물을 끌어다가 하늘나라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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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정의 우측면. 중충 누각으로 조형된 완월정은 가을이 되면 아름답다 ⓒ 하주성

완월정의 우측면. 중충 누각으로 조형된 완월정은 가을이 되면 아름답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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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면에서 바라 본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완월정의 모습 ⓒ 하주성

좌측면에서 바라 본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완월정의 모습 ⓒ 하주성

 

붉은 단풍과 어우러져 볼거리가 많은 '광한루원'

 

광한루는 누원이긴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넓지 않은 루원 앞으로는 요천이 흐르고 있어,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아름답다. 광한루원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그 앞에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완월정'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이 정자는, 지상에서 달을 보기 위한 정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옛날 옥황상제가 계신 '옥경(玉京)'에는 광한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아래에는 오작교와 은하수가 굽이치고 있는데, 아름다운 선녀들이 달나라의 궁전이라는 '계관'에서 이 절경을 즐겼다는 것이다. 이 전설에 따라 광한전을 닮은 광한루를 세웠으며, 완월정은 그 달 속에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 위한 장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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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정은 양편으로 오를 수 있도록 꺾인계단을 놓아 아름답게 조형을 했다 ⓒ 하주성

완월정은 양편으로 오를 수 있도록 꺾인계단을 놓아 아름답게 조형을 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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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정은 오방집이다, 정자의 뒤편에 돌출된 부분을 높임마루로 올렸다 ⓒ 하주성

완월정은 오방집이다, 정자의 뒤편에 돌출된 부분을 높임마루로 올렸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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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정 누각 위 양편에는 많은 게판이 걸려있다 ⓒ 하주성

완월정 누각 위 양편에는 많은 게판이 걸려있다 ⓒ 하주성

 

겹처마 팔작 오방집인 완월정... 지금 이대로가 좋다

 

완월정은 오방집이다. 오방집이란 네모난 집의 한편을 돌출시켜 오방처럼 지은 집을 말한다. 겹처마 팔작의 조선식으로 누각을 마련하고, 그 뒤편을 연못으로 돌출시켜 오방집으로 꾸몄다. 완월정은 작은 인공섬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사방을 물이 에워싸고 있으며, 작은 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중층 누각으로 조성을 한 완월정은 양편으로 누각 위로 오를 수 있도록 꺾인계단을 놓았다. 위로 오르면 누각 뒤편을 밖으로 돌출시켜 높임마루를 깔았다. 양편으로는 게판이 즐비하게 걸려 있으며, 기둥은 모두 원형의 기둥을 사용했다. 지난 6일 찾아갔을 때는 붉은 단풍이 완월정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완월정을 바라보아도 아름답다. 가을의 완월정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계단을 내려 누각 밑을 들여다 본다. 굵은 원형기둥의 밑에는 자연 그대로인 덤벙주추를 놓아, 자연스러운 멋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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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 밑은 굵은 원형기둥을 덤벙주초로 받치고 있다 ⓒ 하주성

누각 밑은 굵은 원형기둥을 덤벙주초로 받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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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뒤편을 돌촐시킨 오방 팔작집으로 마련한 완월정 ⓒ 하주성

정자의 뒤편을 돌촐시킨 오방 팔작집으로 마련한 완월정 ⓒ 하주성

완월정 주변을 천천히 걸어본다. 붉은 단풍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고 부서진다. 음력 5월 단오가 되면 춘향제가 열린다는 완월정. 아마도 그 어떤 누각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상살이 힘들고 지쳤을 때 이곳 완월정에 올라, 멀리 지리산 위로 솟는 달을 바라다만 보고 있어도 모든 시름을 잊을 것만 같다. 다시 한 번 완월정 계단을 밟아본다.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모습 또한 절경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천상의 선녀가 보이지 않아도, 이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으면 무엇이 더 필요하랴. 광한루원에는 광한루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완월정 #달맞이 #광한루원 #남원 #팔작오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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