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법철학비판> 소지가 북한 찬양·고무?

군검찰, 해군사관학교 교수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

등록 2011.08.02 18:26수정 2011.08.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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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 교수부 요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군사관학교 보통검찰부는 지난 6월 27일 교수부 소속 김아무개 중위(30)를 국가보안법 제 7조 1항 및 5항 위반(찬양·고무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는 김 중위가 2009년에 작성한 '09학년도 2학기 국사수업 강의노트에서 불거졌다. 강의노트에는 ▲ 고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대표적 항일 투쟁인 보천보 전투 ▲ 해방 직후 진행된 북한의 토지개혁 ▲ 북한의 현 통치 이념인 수령론 ▲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한 분석 ▲ 북한 핵개발에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군 검찰은 김 중위의 강의노트에 대해 "혁명적 수령관, 주체사상, 선군정치 등을 북한 역사의 내재적 산물로 정당화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옹호하며, 김일성의 조국광복회 결성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 북한의 역사관과 대남선전을 정당화하고 고무 동조하는 문건"이라고 규정했다.

덧붙여 김 중위가 강의노트 내용을 사관학교 생도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내부 인트라넷에 게재한 것을 두고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위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군 검찰이 문제삼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군검찰은 김 중위가 대학시절 한총련 대의원 및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한 전력도 문제 삼았다. 또 인터넷 논문 사이트에서 개인 학술연구 및 강의시 참고자료 목적으로 내려받은 <김일성의 만주항일유격운동에 대한 연구>, <조선인민혁명군-기억의 정치, 현실의 정치> 등의 문건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겔법철학비판> 소유가 북한 찬양·고무할 목적?

국가 보안법 관련(이하 국보법) 논란이 되는 부분은 김 중위가 이미 단행본으로 발간된 유명 도서 및 학술자료를 소지했다는 사실이 국보법 위반으로 공소가 제기됐다는 점이다. 송건호·강건길 등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박현재<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님 웨일스<아리랑>, 칼 맑스<헤겔법철학비판>, 레닌의<제국주의론> 등은 군 검찰이 '북한 공산집단을 찬양'하는 '이적 표현물'로 지정한 것이다.


군 검찰은 <아리랑>에 대해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이 항일 독립투쟁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는 내용"이라 규정하였다. <제국주의론>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북한의 내용에 동조하는 내용"이라 주장했다.

칼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은 현재 대학의 기초 인문학 강의에서도 널리 읽혀지고 있는 대중서다. 하지만 군 검찰은 "칼 맑스의 유물론적 사고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의 사상적 기반임을 알면서도 지속적인 사상학습에 활용할 목적으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며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위 표현물을 소지하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장하준의 <니쁜사마리아인들>, 한홍구의 <대한민국사> 등 책 23권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국방부의 '불온서적' 중 다수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 중위의 첫 재판은 오는 9일 대전군사법원에서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손형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손형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해군사관학교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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