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지식이 말 그대로 '돈'이 되는 까닭

내년부터 나고야의정서 발효... 전통지식 발굴해 등록해야

등록 2011.07.25 16:31수정 2011.07.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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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우리 주변에 흔한 생물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함께 이용해 오고 있습니다. 약용 생물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은 서로 서로 알려가며 아무런 생각 없이 사이좋게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발효될 나고야의정서(2010)에는 이러한 전통지식을 활용해 얻은 이익은 원래 소유한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전통지식이 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돈이 되는 지역사회의 전통지식을 하루속히 과학적으로 발굴하여 유효 공표함(=등기부 등록)으로써 우리의 것임을 세계에 널리 알려 그 소유권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의 후손들이 널리 활용하여 커다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2008년부터 2010년에 걸쳐서 전북 39개 지역에서 87명의 현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으로 발굴하여 국제 학술지(J. of Ethnopharmacology)를 통해 여러 차례 세계에 유효 공표된 약용식물에 대한 전통지식을 조사된 지역사회 별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지식 산업 사회인 21세기에 돈이 되는 우리의 전통지식들이 우리 모두의 지식 자산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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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하늘타리 [왼쪽(상) : 꽃, 왼쪽(하) : 열매, 오른쪽(상) : 뿌리, 오른쪽(하) : 마른 열매] ⓒ 김현


우선 "하늘타리(Trichosanthes kirilowii Maxim.)"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 박과의 덩굴식물로 전북 동부 산간 지역사회에서는 소가 설사를 할 때 뿌리를 먹이거나 혹은 소가 힘이 없거나 밥을 안 먹을 때 뿌리를 찧어서 먹이는 등 가축인 소의 천연 위장약(소화제)으로 이용하여 왔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현지 주민들은 같이 조사된 16개 질병군 중에서 수의학적인 치료에 가장 높은 의견결집도(informant consensus, 0.88)를 보이는 가운데, 수의학적인 치료 방법으로써의 하늘타리의 중요성은 "고삼"에 이어 61.5%(충실도=fidelity level)를 보여주었습니다. 즉, 고삼의 치료 방법같이 보편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의 치료에 아주 중요한 전통지식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남성(Arisaema amurense for. serratum (Nakai) Kitag.)"은 한국에 7종류가 생육하며, 산지의 습한 그늘에서 자라며 뿌리는 구경이고 그 위에 얇은 인편(鱗片)이 줄기를 감싸며 민간에서는 촐낭성이라 불리기도 하며, 독성이 아주 강하여 옛날에는 사약의 재료로 사용될 정도의 독초입니다.

하지만, 전북 지방의 지역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담이 결릴 때에는 이 천남성 뿌리를 말려서 가루를 만든 후에 밀가루 반죽에 섞어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어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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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천남성 [왼쪽 : 전체, 오른쪽(상) : 열매, 오른쪽(하) : 뿌리] ⓒ 김현


조사 결과, 전북의 서부 평야지대의 지역사회에서는 천남성에 대해 담을 치료하는 방법으로써 50% 정도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었지만, 동부 산간 지역사회에서는 중요성이 100%로 조사되었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북의 동부 지역 사회에서는 천남성을 담을 치료하는 데에만 이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독으로만 알려져 왔던 많은 식물들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이 탄생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천남성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Raphanus sativus L.)"는 십자화과의 1년초 또는 2년초로써 동양의학에서는 '협복(莢箙)'이라고 부르며 과식했을 때의 소화제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아주 색다른 이용 방법이 조사되었습니다. 전북 서부 지역사회에서는 뿌리는 감기 치료에 이용되었고, 잎은 요통 치료에 활용되었었습니다. 그것도 두 가지 전통지식 모두 거의 동일한 정도의 중요성(각 50%)을 가지고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전북의 동부 지역에서는 감기, 기침 감기 그리고 가래 치료에 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남원시 지역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무를 썰어 말려 솥에서 볶아 집안의 상비약(소화제)으로 보관하였다가 소화가 잘 안될 때 차로 끓여서 이용하였으나 요즘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말린 뒤 뻥튀기로 튀겨서 만들어 보관하다가 소화가 안 될 때 이를 끓여 물을 차처럼 마시고 있었습니다.

무를 이렇게 다양하게 이용하는 전통지식은 현대인의 기호에 알맞은 웰빙 건강식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소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렇듯 전통지식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며 조금만 더 가공하면 바로 상품이 되어 우리에게 돈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 전통지식은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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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무 [왼쪽(상) : 잎과 뿌리, 오른쪽(상) : 뿌리, 아래 : 무 뻥튀기] ⓒ 김현


#돈 #전통지식 #나고야의정서 #지적재산권 #생물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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