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촌' 사랑을 매도하지 마!"

[시사풍자1] 이명박 대통령의 유인촌 문화특보 임명

등록 2011.07.23 18:13수정 2011.08.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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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궁민(窮-다할 궁-民) 여러분!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촌(시골)에 사시는 궁민(가난한 국민)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이 너무 지극하다 보니 자꾸 '촌'이 생각납니다. 그땐 비록 먹을 끼니를 걱정하긴 했지만 발가벗고 냇물에 뛰어들어도 누구하나 뭐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샌 왜 이리 시끄럽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정말 힘듭니다.

4대강 사업한다고 야단들이질 않나, 유인촌 다시 불렀다고 시끌벅적하지 않나. 시골치고 강이 안 흐르는 데가 없잖아요. 그 강이 꾸부렁대고 흐르는 게 영 민망해요. 그래서 실은 그 강들을 곧고 깊게 파 멋지게 흐르도록 하려고 4대강 사업을 하는 거거든요. 대통령이 되었으니 일자리도 창출할 겸 4대강을 곧게 펴고 깊게 파 중간 중간 보도 만들어 물을 가두면 얼마나 좋겠어요.

4대강 사업도, 유인촌을 다시 부른 것도 다 제 '촌' 사랑이 나은 결과죠. 저는 천성적으로 '촌'의 '유인'에 잘 넘어갑니다. 전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었던 사람을 다시 청와대 문화특보로 임명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문화부장관이었던 사람을 그럼 재정경재부장관으로 부를까요? 문화특보로 유인촌을 불렀다고 악다구니들을 쓰니 이거 어디 국민 무서워 대통령 해 먹겠어요.

제가 유인촌을 다시 부른 건 제 특유의 '촌' 사랑 때문이랍니다. 실은 대통령에 앉고 보니 자리가 그런지라, 제가 맘 한 번 먹고 촌스러운 자유를 만끽하려고 해도 그게 눈치가 보여 그리 하질 못하거든요. 대통령이 아닌 분은 절대 이 심정 모를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촌'을 옆에 두고 지내면서 동심을 맘껏 키우려고 합니다.

곁에 자기 사람 두는 것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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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탤런트 유인촌씨가 대전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사랑하는 궁민(匑-굽실거릴 궁-民) 여러분!


유인촌은 참 촌스런 데가 많거든요. 그가 양촌리 김 회장댁 둘째잖아요? 모른다고요? 텔레비전도 못 보고 사셨나 보네요. 하긴 궁민 여러분이 들일 논일에 바쁘시다 보니, 그 시간까지 논밭에 계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긴 제가 촌을 떠나 CEO로, 서울시장으로, 대통령으로 개천에 용이 되면서 옛날 일은 좀 잊는 경향이 있답니다. 그런 일은 궁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요. 뭐, 대통령인 저라고 다르겠어요. 아니 대통령이기 때문에 더 그럴 거예요. 유인촌이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일 적에 경질했던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남이야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기 사람을 옆에 앉혀놓고 임기 마지막까지 정권의 나팔수로 삼으려는 것이죠. 그 사람 예전에 해온 걸 보면 문화예술계에 또 다른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해요."

그가 말한 의도를 동의할 수는 없지만, '자기 사람 옆에 앉혀 놓고'라는 말에는 동의하네요. 아니,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곁에 두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러는 김 전 위원장은 곁에 자기 싫어하는 사람들만 둔대요? 이런 건 인지상정이랍니다. 그런 걸 가지고 말하면 어떡합니까. 그렇게 말 많던 고·소·영도 아니고, TK도 아닌데 이만하면 인선 잘한 거잖아요?

예전에 제가 문화부장관으로 일하게 했을 때 문화예술계에서 유인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좀 생긴 것도 압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화부장관을 구만 두고는 다시 탤런트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러질 못하는 거예요. 사람이 겉돌기만 하고. 허. 그래서 이번에 다시 불렀습니다. 국민 모두가 제 사람이란 걸 아는데 눈치 볼 것 없잖아요.

'촌'의 막말? 문화의 뿌리와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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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7일,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시골사람은 무엇보다 촌스러워야 제 맛이랍니다. 근데 유인촌은 딱 그 스타일이거든요. 그는 말에 막힘이 없어요. 율곡 이이가 절재 최씨의 말을 인용하여 <성학집요>에서 이렇게 말했죠. "말이란 마음의 소리요, 행동이란 마음의 자취이다. 말과 행동은 바로 자극에 반응하는 지도리와 방아쇠다." 예, 이름에 '촌'자가 쓰인 것처럼(한자 뜻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말도, 행동도 같거든요.

유인촌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시절 3년간 문화정책을 주관해왔잖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청와대 문화특보도 잘 할 것이라 믿습니다. 문화정책이란 게 너무 딱딱하면 안 되거든요.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죠. 판소리나 탈춤 등도 보면 질펀한 욕지거리나 농을 해대며 사회의 모난 부분들을 해부하잖아요.

봉산탈춤 4과장 노장춤에서 먹중 하나가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백구야 껑충 나지 마라 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의 어머니를 붙을 놈'이라는 뜻인데, 이런 욕이 든 탈춤을 보면서도 가슴 속 체증이 풀리는 게 바로 예술의 묘미죠. 문화를 너무 어렵게 다루면 안 됩니다.

유인촌은 탤런트 출신이어서 적재적소에서 쉬운 말, 다시 말해 '막말'로 국민들에게 활력소를 불어 넣지요. 그래도 판소리나 탈춤에 나오는 욕하고는 게임이 안 되잖아요. 저의 이번 유인촌 중용은 이런 점도 고려했답니다.

제 사람 유인촌은 문화부장관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에게 "찍지마, 에이 씨X"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잖아요. 얼마나 자연스럽습니까. 사람이 화날 땐 화내고 욕할 땐 욕하는 거죠. 그게 자연스럽잖아요. 그런 꾸미거나 가리려고 하지 않는 촌스러움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에 활기를 주는 거지요.

민망하지만 "'×발', '×팔', '씨×' 같은 웬만한 사람들의 입에 밴 욕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너의 어머니를 붙을 놈'에서 연유된 말"(<중부매일> '좋은 말 좋은 얼굴')인 걸 아시는지요. 실은 문화란 이렇게 원색적이고 근원적인 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유인촌은 이런 근원적인 문화적 뿌리를 잘 말해 주는 인물입니다.

또, 문화부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학부모에게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 시켰지?"라고 했잖아요. 뭐, 거르고 정화할 틈이 없어요. 이번에도 시원스럽게 한 건 했더군요. 참, 유인촌다워요. 특히 지난 22일 강남소방서 직원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서울이 오래된 도시지만 전통을 찾을 데는 경복궁 같은데 밖에는 없다"며 이어, "경복궁 담장을 보라. 얼마나 인간적이냐"며 "사람들 홀랑 넘을 수 있다, 그러니까 민비가 시해를 당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지요.

그의 말대로 얼마나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표현입니까? 그래도 문화를 책임질 사람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인간적인 말을 하니까 언론이나 인터넷이 후끈 달아오르지 않습니까?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한 건 좀 그렇기 하지만…. 어쨌든. 경복궁 담이 낮아 명성황후가 살해된 것이란 역사적 시각이 얼마나 단순하고 원초적입니까. 역시 제 '촌' 선택은 탁월하다니까요. 기대를 벗어나지 않죠.

사랑하는 국민(國民) 여러분!

여러분이 궁민(窮民)을 넘어, 궁민(匑民)을 지나, 궁민(宮民)이 되는 그날까지 저는 주-욱 '촌'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문화계는 계속 문화적 뿌리를 찾아 가도록 하겠습니다. '남하당' 박영진 대표의 말을 빌려, 국민 여러분께 한 마디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MB의 '촌' 사랑을 매도하지 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인촌 #이명박 #MB #문화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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