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건배사...딸과 마실 땐 "우장영!" 하세요

사랑하는 딸을 위하여 센스쟁이 아빠가 만든 건배사

등록 2011.06.02 10:45수정 2011.06.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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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날아라 펭귄>의 회식 장면. ⓒ 국가인권위원회


평소 술을 즐깁니다. 아울러 사람을 만나 술잔을 앞에 두고 토론하기를 또한 좋아하지요.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으되 우리 한국인들은 거개가 술을 마실 때 건배사, 즉 술좌석에서 서로 잔을 들어 축하하거나 건강 또는 행운을 비는 말을 곧잘 합니다.


예컨대 고루하고 진부하긴 하되 "위하여"가 바로 이런 축에 든다 하겠습니다. 작년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건배사를 해서 사회가 한바탕 떠들썩해지기도 했죠. 성희롱성 건배사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는 결국 불명예 사임을 하기에까지 이르렀고요.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건 작년 5월입니다. 며칠 후 사장님께서는 저의 입사 환영식을 열어주는 이른바 '회식'을 한다며 직원들 모두와 함께 근사한 술집으로 갔지요. 한데 거기서 제가 난생처음으로 들어본 건배사가 바로 "당나귀"였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여자 직원 한 분이 그만 제게 술을 가득 따라주시더니 "당나귀" 이러는 겁니다. '이게 뭔 소리여? 그럼 내가 당나귀라는겨?' 하지만 그같은 의문은 술에 물탄 듯 금세 희석되었지요.

"부장님, '당나귀'라는 건배사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의미예요."

그 말에 저, 순간 웃음보가 박살나도록 빵~ 터졌습니다! 그 건배사를 계기로 직원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졌음은 물론이었고요.


센스 있는 건배사 하나둘쯤 알아두면 좋아요 

술자리에서의 건배사는 이를 제의하는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함께하는 모임의 성격을 부각시키면서 결속력도 다져주곤 합니다. 특히나 재미있는 건배사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줘 은근히 '센스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주변인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까지 있지요.

"나이야가라"는 말 그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활력 있게 살자'는 의미입니다. "진달래"는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뜻이니 이 또한 괜찮겠지요? "마돈나"는 미국의 여가수가 아니라 "마시고 돈 주고 나가자"는 뜻입니다. "사우나"는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데, "사랑과 우정을 나누세"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2차 없이"라는 뜻의 "초가집"은 만취를 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지화자"는 "지금부터 화끈한 자리를 위하여"라는 의미이니 "초가집"과는 달리 2차 3차까지 가야 할 경우에 합당하다 하겠네요. "변사또"는 주로 끝 잔의 건배사인데 "변치 마라 사내놈아 또 만날 때까지"라고 하니 이 또한 기억해두었다 써먹으면 그럴 듯하겠지요?

제가 요즘에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는 "개나발"입니다. 이는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요.

어제는 딸의 대학원 2학기 장학금 신청용 서류를 발급받아 빠른등기 우편으로 서울로 보냈습니다. 장학금을 이번에도 꼭 받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딸이 장학금 수혜대상자가 되었다는 낭보를 접하면 딸을 냉큼 집으로 불러내릴 참입니다. 그러곤 이렇게 건배를 하려고요.

"우장영!"

궁금하시죠? 이는 "우리 딸 장하다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뜻의, 이 아빠의 딸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건배사랍니다. 알고 보니 저도 참 센스쟁이 아빠죠?

덧붙이는 글 | <샘터> 송고.


덧붙이는 글 <샘터> 송고.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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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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