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

안산 시화갈대습지공원에서 본 '적자생존'

등록 2011.05.30 12:04수정 2011.05.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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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가 높이 튀어 오른 잉어를 보며 화들짝 놀라고 있다. ⓒ 조정숙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튀어 올라야 하는 힘겨운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초가 많은 상류를 향해 가는 이들에게는 오직 종족보존본능만이 존재합니다. 피라미부터 잉어 등 다양한 어종들이 어도를 따라 세찬 물살을 가르며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아 알을 낳기 위해 고행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작은 물고기들에게 험난한 여행의 길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장애물에 부딪치면 온 힘을 다해 튀어 오릅니다. 이런 그들을 길목에서 지키며 노려보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백로와 왜가리 쇠백로 등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1031-8에 위치한 안산 시화갈대습지공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갈대숲과 잡목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합니다. 그리고 새끼들을 위해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행여나 천적이 그들에게 위험을 가할까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위엄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수초 사이를 오가는 녀석들을 조용히 지켜보노라면 부리를 크게 벌리며 덤빌 기세로 깃털까지 쭈뼛 세우고 노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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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가 높이 튀어 오른 잉어의 점프에 놀라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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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튀어 올랐던 잉어는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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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는 물속으로 사라지고 왜가리는 혼비백산하여 날아갔다. ⓒ 조정숙


한참 먹이를 먹어야 하는 새끼들을 위해 왜가리가 먹이사냥을 위해 부리를 곧추세우고 거센 물길 위에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물고기들은 알을 낳겠다는 일념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시공하여 2002년 5월에 개장한 면적 1,037,500㎡의 국내 최초 대규모인공습지인 시화호갈대습지공원의 요즈음 풍경입니다. 안산 시화호갈대습지공원에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만든 친환경 하수종말처리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하천, 홍수, 하수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곳은 세 천으로 유입되는 폐수를 습지로 유입시켜 생식물과 토양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미생물과 습지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도시민들이 자연도 관찰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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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숙

불로소득을 즐기는 포식자 왜가리


이곳에서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 갓 태어난 새끼들을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새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혜를 터득한 왜가리는 어도에서 물고기가 튀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물고기는 다리 사이로 지나가더라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한편 작은 물고기는 급물살을 버티며 단숨에 튀어 올라야 하는데, 가는 길을 지키며 노려보던 왜가리가 한 입에 이 작은 물고기를 집어 삼킵니다. 녀석은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푸는 얌체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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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오르던 물고기를 한입에 덜컥...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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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의 불로소득 ⓒ 조정숙


가끔은 모험도 합니다.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며 올라가는 물고기를 부리로 조았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하필이면 아주 큰 잉어를 부리로 쪼았던 것입니다. 놀란 잉어가 왜가리 키보다 높이 튀어 오릅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깜짝 놀란 왜가리는 눈을 휘둥그레 진 채로 목을 뒤로 힘껏 제칩니다. 일순간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새가슴이라더니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위력에 눌려 혼비백산한 왜가리는 놀란 가슴 쓸어내리더니 이내 날아가 버립니다. 힘이 센 물고기는 보무도 당당하게 거센 물결을 헤치며 튀어 올라 어도를 무사히 통과 합니다.

영역다툼을 하기도 합니다. 물고기가 지천인데도 다른 왜가리가 날아오면 부리를 세우며 싸울 기세로 노려봅니다. 같은 종족인데도 가차 없이 응징합니다. 한동안 부리로 쪼며 싸우던 왜가리 중 힘이 모자란 패잔병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힘없이 되돌아서 갑니다. 보무도 당당한 승자는 통통 뛰어오르는 물고기를 힘차게 낚아채 한 입에 삼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가마우지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을 자주 찾아갔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녀석입니다. 물 속으로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아 물고 물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입니다. 녀석은 아주 큰 물고기를 한입에 꿀꺽 삼킵니다. 끊임없이 물속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물고기 사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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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숙

안산 시화호갈대습지공원을 찾아오는 탐방객들이 지켜야할 사항이 있다면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조용하게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물 또한 채취를 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은 잘 보존하여 후세에게 물려줘야할 유산이기에 훼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안산시화호갈대습지공원 #왜가리 #잉어 #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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