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불량 아빠 개과천선엔 꼬마 훈장 회초리가 약!

[리뷰] 안내상, 진지희 주연의 <회초리>

11.05.13 09:18최종업데이트11.05.13 09:18
원고료로 응원

▲ <회초리 >포스터 5월 19일 개봉하는 회초리 포스터 ⓒ (주)영화사 메이플러스


회, 초, 리. 회초리로 맞아본 적은 없지만, 회초리로 아이의 종아리를 때려본 적은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회초리로 체벌한 적이 두어 번 있다. 그 회초리로 맞은 기억이 선명해서 회초리란 말만 해도 행동교정이 되기도 했다.

잘못을 저질러 혼을 낼 때, 엄마가 "회초리를 찾으러 나갔다 오마!" 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내 마음도 누그러지고 아이들도 그 시간 동안 잘못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제 사춘기 소년소녀가 된 아이들에게 집에서는 체벌을 하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때려서 행동교정을 하기보다는 말이 통해 대화를 나누는 편이기 때문이다.

▲ 꼬마 훈장과 대훈장 대훈장으로 나오는 윤주상. 대훈장을 따라하는 꼬마 훈장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 (주)영화사 메이플러스



5월 19일 개봉하는 <회초리>. 영화의 제목은 짧지만 강렬하다. 강하게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가 아직 끝도 안 났는데, 소리 내어 흐느끼는 아이들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고, 손수건을 가져갔던 나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보았다.

▲ 꼬마 훈장 송이(진지희) 꼬마 훈장 송이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훈사들과 학동들 ⓒ (주)영화사 메이플러스


세상에 둘뿐인 아버지와 딸.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이지만, 욱하는 성질을 버리지 못해서 싸움에 휘말리는 인생을 사는 아버지. 안내상은 드라마에서도 연기를 잘 하지만 영화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다음 안내상이 더 좋아졌다. 악역보다는 속 깊고 따뜻한 어른의 모습이 어울려 보이면서 진짜 안내상과 겹쳐 보인다.

▲ 아내를 그리워 하는 한두열(안내상) 비를 맞고 있는 처연한 모습의 한 두열. 안내상의 연기내공을 느낄 수 있다. 그 포즈만으로도... ⓒ (주)영화사 메이플러스


볼살이 통통한 '빵꾸똥꾸' 진지희. 나는 지희의 연기가 참 좋다. 어린 나이에도 지희는 극 속의 주인공 '송이' 역을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지희의 발성도 좋다. 화면 가득 그 귀여운 얼굴로 예쁜 한복을 입고 대훈장님의 팔자걸음을 흉내 내며 걷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훈장과 학당이 등장해 고루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무척 세련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영화를 볼 때 너무 분석하려고 보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보기를 권하고 싶다. 눈높이는 바로 아이들에게 맞춘 것 같으니까. 이 영화는 비행청소년들이나, 미혼모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송이는 아빠 엄마 없이 입양되어 살아가는 아이지만, 양부의 헌신적인 가르침과 사랑으로 '바른생활' 꼬마 훈장으로 살아간다.

▲ 아버지의 등 따뜻한 아버지의 등. 세상의 아버지들..자식에게 저런 등을 내어주고 있는지요? ⓒ (주)영화사 메이플러스


그런 꼬마 훈장의 회초리 덕분에 욱하는 다혈질 아빠가 '쪽팔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런데 영화 속에는 그런 과정들이 생략된 부분도 있다. 사건은 있는데 해결과정이 없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 부분은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빠진 벽돌들을 관객이 채우게끔 해주는 감독의 센스?).

나를 낳아준 부모가 '막장'이라도 그 부모를 고마워해야 할까? 그런 부모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어떤 것일까? 내 자식이지만, 나를 가르치려 할 때 그 자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영화를 따라가다보니 그런 의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자막이 올라가면서 노래가 나오는데, 그 노래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송이의 노래와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오는 노래까지 감상하고 나가야 회초리를 모두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영화가 끝나고 우르르 모두 나가서 자리 지키고 앉아있는 것이 괜히 미안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제대로 영화 감상하는 방법도 알려주면 더 좋겠다. 손수건은 필히 준비하시라.

회초리 안내상 진지희 훈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