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모자라면 원하는 애들만 먹이면 된다

[주장] 급식 우유 안 먹어도 영양실조 안 걸립니다

등록 2011.02.22 12:57수정 2011.02.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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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난주 내내 돼지 매몰지역에 대한 부실 매립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앞으로 심각한 지하수오염을 비롯한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편 구제역 파동 때문에 낙농가의 축유량이 줄어 들어 우유 및 분유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 등 우유 수요 증가를 앞두고 축유량이 줄어 들어 우유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를 틈타 우유 업계에서는 대량으로 우유를 소비하는 제과, 제빵, 커피 업체 등에 공급하는 우윳값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였다가 인상계획을 백지화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우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였던 업체 관계자는  "원유 물량이 줄어 급식이나 소비자용 우윳값을 현재 가격으로 유지하려면 대량 수요처의 가격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의 물가불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와 논의를 통해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원유 물량이 줄어들어 총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회사 수익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려면 대량수요처에 판매하는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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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사육농장과 우유의 위험을 경고하는 책 ⓒ 이윤기

젖소 사육농장과 우유의 위험을 경고하는 책 ⓒ 이윤기

 

구제역 위험 지역에서 나온 우유도 살균해서 아이들에게 먹이자?

 

한편, 구제역 여파로 개학 뒤 학교 급식용 우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급기야 정부는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의 낙농가에서도 '마시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허용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에 해당하는 구제역 발생 위험지역에서 집유한 원유도 열처리를 거치면 마시는 우유(시유)로 쓸 수 있도록 구제역 대응 매뉴얼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기존 매뉴얼에서는 구제역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위험지역에서 나온 원유는 폐기하는 게 원칙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유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서둘러 구제역 대응 메뉴얼을 변경한다는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 가열 처리를 하면 완전히 사멸해 식품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축산농가의 반발과 우유가 모자라는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한 일이라고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우유 회사, 축산업자들의 이런 주장은 일면 매우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구제역 때문에 우유가 모자라기 때문에 구제역 위험 지역에서 나온 원유라도 고온에서 가열처리하여 아이들이 먹도록 하자"는 말로 바꿔보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과연 부모들은 구제역 위험지역에서 나온 원유를 고온에서 가열처리하여 먹이는 것을 원할까요? 아니면, 구제역 때문에 우유가 모자라면 우유를 안 먹이는 것을 원할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들은 전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왜 아이들 급식 식단에 꼭 우유가 들어가야 할까요? 왜 우유가 포함되지 않으면 일일권장 칼로리와 영양을 맞출 수 없는 것일까요?

 

급식 우유 안 먹으면 영양실조 걸릴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우유에 포함된 지방, 단백질, 칼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식품은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왜 지방, 단백질, 칼슘을 꼭 우유를 통해서만 섭취하도록 학교 급식 식단을 짜야 할까요?

 

몇 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의 우유 강제급식에 반대하는 운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학교 영양사에게 물었더니, 우유를 빼고도 얼마든지 영양과 칼로리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식단을 짤 수 있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다만, 시·도교육청에서 우유 급식을 권장하기 때문에 우유를 포함하여 급식 식단을 짜고 있고, 일부 아이들만 우유 급식을 하지 않을 경우 식단을 다르게 짜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며칠 전 서울시 교육청이 '친환경 무상급식' 시연회를 통해 공개한 시범 식단에도 어김없이 우유가 포함되어 있더군요.

 

실제로 일선 학교에 가보면 먹기 싫은 우유를 억지로 먹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선생님 눈을 피해 우유를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아토피, 천식, 비염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우유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체질적으로 우유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소젖은 원하는 아이들만 먹게 하자

 

제 생각에는 우유가 모자란다고 구제역 위험 지역 원유를 고온 살균처리 할 이유도 없고, 우윳값이 올라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유가 모자라면 초·중·고등학교, 군대에서 반 강제로 하는 우유 강제 급식을 중단하면 됩니다.

 

정말 우유를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만 우유를 먹게 하면 우유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유 소비량 예측은 축산업자들과 우유 회사들의 압력과 로비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소비량입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우유를 사서 공짜로 나눠주는 일을 중단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반강제 우유 급식을 중단하면 구제역 파동으로 줄어든 원유 공급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2.22 12:57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유 #원유 #급식 #젖소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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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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