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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희정 교수가 쓴 <숲유치원>

등록 2010.11.22 17:22수정 2010.11.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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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호미

살아온 과거에 벌어졌던 잘못된 일을 후회하는 것은 심지가 굳지 못한 인간의 당연한 '습관'일 거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의 결정이 변했을 경우 달라질 인생에 대해 기대를 할 것이다. 상황이 단지 판단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이해가 된다. 삶도 완전히 변하게 될까.

어린시절은 대부분 부모님께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그 후회는 부모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부모에 대한 미움을 안고 큰 사람은 부모가 되어 자식들에게 뭔가 '다른' 조건을 제시하고 싶어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남들만큼'의 교육과 놀이 환경을 주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다.


난 마흔 가까이 돼서야 자연을 제대로 접했다. 나무와 풀들에 수많은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수많은 별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보름엔 날씨만 맑으면 가로등이 없어도 훤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슬프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내 아들이 부럽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흙을 밟고 풀과 그 속에 자라는 작은 생물들을 접하는 점, 내가 먹는 작물들이 어떻게 자라고 거두어지는지 알 수 있다는 것 등등. 나는 이제야 겪어보는 특혜다. 어릴적 자연과 교류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차이가 확연하다.

자연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의 감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하다. 접하는 자연이라고는 TV에 나오는 것과 동물원, 수족관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전부이니 세상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도 둘레가 쳐진 것이다.

나는 아파트와 도심의 주택가를 주거지로 삼아왔다. 흙을 밟으며 다닐 기회는 거의 없었다. 여태 인생을 헛산 느낌이고 기껏 아파트단지의 놀이터가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의 전부였다는 점은 무척 후회스러운 일이다. 지금 도심의 아이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어려서부터 학원에서 하루일과를 보내고 심지어 노는 것조차 실내외공간에서 인위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다니.

아이들의 열린 감성은 어른으로서는 도저히 좇을 수 없는 경지에 있다. 이 감성은 교육과 관습에 의해 파괴된다. 마치 가슴의 귀한 보물을 일부러 깨부수는 격이다. 메마르고 불안하며 폭력적인 아이들에 대해 걱정만 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 변해야 한다.


<숲유치원>은 최근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이 선택한 자연치유프로그램이다. 치유라는 단어가 꼭 들어간 이유는 현재 아이들이 심하게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병든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봐주는 것뿐이다. 독일, 스위스 등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숲유치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점점 느는 추세다.

책 속에는 숲 유치원의 기원과 역사, 무형식 프로그램들과 그 의의, 현실적 고민들과 연구자료로 증명된 우수한 학습효과 그리고 독일, 스위스, 일본, 한국의 다양한 사례와 일과표가 정리되어 있다.

저자인 장희정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올 3월 숲해설가 교육 때였다. 숲유치원에 대한 4시간짜리 강의였다. 그때 처음 접하고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좋은 정보에 반가운 마음이었다. 강의를 마치면서 곧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기다리다가 포기할 즈음에 이렇게 예쁘게 잘 나와주어서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알차게 묶은 정보들은 실재 숲유치원을 개원할 때의 법적 문제와 절차, 프로그램실용에 관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네 살 아들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취학 이전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숲유치원을 비롯해서 시골에서 사는 이익을 실컷 누릴 수 있는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적어도 어린시절만이라도 자연을 몸소 체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와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은 몇 되지만 도대체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 이제 작게나마 모임을 시작하고 숲유치원을 꾸려볼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다. 많은 도움이 된 책의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숲유치원/ 장희정 지음/ 호미/ 18,000원


덧붙이는 글 숲유치원/ 장희정 지음/ 호미/ 18,000원

숲유치원 - 설립에서 프로그램까지

장희정 지음,
호미, 2010


#숲유치원 #숲에서노는아이들 #유아생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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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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