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주민 생명보다 더 중요한가"

[인터뷰] 김세호 태안군수 "기름피해 주민건강검진비 삭감 매우 유감”

등록 2010.11.18 12:44수정 2010.11.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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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태안군수 ⓒ 심규상

'서부재래시장 화재, 태풍 곤파스, 벼 백수피해, 태안 기름유출피해 3주년.'

무소속으로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된 김세호(60) 태안군수. 당선 후 4개월 동안 그에게 던져진 군정 현안은 가혹하리만큼 많았다.

이 중 김 군수에게 가장 풀기 어려운 복병은 태안 기름유출사고 3년을 앞두고 정부의 관심이 뚝 끊기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태안 군민들의 건강이 기름유출피해로 크게 우려된다는 곳곳의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주민건강검진비 14억 원(기름피해 핵심지역 40세 이상 주민 5600여 명)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요구에도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전액 삭감한 것.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비로 인한 예산삭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해당 예산을 직권으로 재상정해 전액 반영한 후 예결위에 넘겼지만 아직 예결위 심의 등 관련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게다가 피해 주민 중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배상 사정이 이뤄진 비율이 18일 현재 전체 청구건수의 29.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유류피해주민에게 알레르기성 질환 및 고혈압과 천식, 우울증 등 건강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14억 원의 국비를 삭감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께서 치산치수를 위해 4대강 사업이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생명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태풍 곤파스로 인한 백수피해(강풍으로 벼의 수분이 증발해 이삭이 패지 않고 쭉정이만 남는 현상)에 대한 지원도 미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태안군 등은 지난 9월 태풍 곤파스로 군 전체 벼 재배면적의 87%에 이르는 8726ha가 백수피해를 봤다. 황금빛이 아닌 하얗게 변한 들녘을 본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 대신 시름에 잠겨 있다.

김 군수는 "여러 보상책이 제시되었지만 피해정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다각적인 피해 지원책으로 농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3년을 앞두고 최근 김 군수를 태안군청 집무실에서 만나 현황을 들어보았다.  

한편 김 군수는 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8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직위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2심에 계류 중이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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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후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태안 주민들 ⓒ 정대희


- 태안군수에 취임한 지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군정흐름은?
"당선자 시절에 서부재래시장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매일 현장을 점검하고 독려하면서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관계 공무원들에게 지시도 했다. 뒤이은 제7호 태풍 곤파스로 인하여 막대한 물적 피해를 봤다. 과수의 낙과, 인삼밭 비가림 시설과 화훼 시설물 파손, 가두리 양식장 완파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백수피해로 황금들녘이 하얗게 변해 농심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군수로서 나름대로 정부와 각 정당 등 각 요로를 찾아다니며 군민의 아픔을 전하고 지원을 호소하여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각종 법과 규정에 의해 지원책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민선 5기의 새 군정 목표를 '세계로 미래로 으뜸 태안'을 내세웠다. 어떤 의미인가?
"중앙정부의 지역균형 발전정책과 환황해권 시대에 따라 서해안 지역의 역할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우리 군은 천수만 국제 관광휴양지, 안면도 관광지, 유류피해 극복 해양환경연구센터 등을 집중 개발, 서해안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관광 휴양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태안의 관광 휴양지를 명품화하고 널리 홍보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휴양지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자 한 것이다."

-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3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와 가해자 측의 노력이 피해주민들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피해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유류피해 극복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 배상 및 보상 등 진행상황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현재 유류유출사고 피해배상 청구는 2만 4718건의 6064억 원으로 그중 시정이 완료된 건은 34.4%인 8508건, 208억 원에 불과하다."

- 태안 기름유출사고 주민들에 대한 태안군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가?
"다행히 올해 말까지는 맨손어업, 어선어업, 나잠어업, 낚시어선어업 등이 사정을 거쳐 70~80% 가까이 배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다수의 피해물건에 대한 배상금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상당한 피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금으로부터 배상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별법에 정한 구제책을 근거로 군 차원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다. 아울러, 가해기업의 책임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군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도민들을 비롯해 국민들께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

- 태안 군민들의 건강이 기름피해 이후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내년 예산에 핵심 기름피해 지역인 소원면, 이원면, 원북면, 근흥면의 40세 이상 주민 5600여 명의 5대 암 검진 비용을 비롯한 주민건강검진비 등 14억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류피해 중장기 1차 건강검진 결과가 발표되면서 방제작업기간이 길었던 주민과 자원 봉사자들에게서 알레르기성과 고혈압의 유병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특히, 피해지역 초등학생의 알레르기 천식 유병율 증가와 피해지역 주민에게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증 등의 가능성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주민건강검진비 14억 원의 국비가 삭감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요구를 기획예산처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예산을 다루는 분들이 주민들의 생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 매우 서운한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다른 사업에 밀린다면 뭔가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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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태안군수 ⓒ 심규상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을 위해 내년 신규사업 불허 방침에 따라 주민건강검진비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데?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어서 4대강 사업 때문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주변분들보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다. 4대강 사업이 대통령께서 치산치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생명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인터뷰 이후인 지난 15일 정부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한 관련 예산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직권으로 재상정해 예산 전액을 반영한 후 예결위로 넘긴 상태다.)

-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의 건설을 놓고 태안군 내에서도 찬반이 나뉘고 인근 서산시와도 의견 일치를 못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태안군의 입장은?
"조력발전소 건설이 인근 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 관련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주민들께서 세밀히 검토하고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 모든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소수의 의견도 소중히 받아들여 군정과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 최근 태풍 곤파스로 인한 백수피해 등 농민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 군 차원에서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충남도에 시급히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서는 대파대 지원, 등외품(피해벼) 공공비축 전량 수매, 농축산경영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재해대책경영자금 특별융자 지원, 농지구입비 상환연기, 이자 및 임차료 감면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피해정도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민들은 지난 태풍 루사 당시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군에서는 ㏊당 685만원의 쌀 생산비용 지급, 벼 백수피해 대파대 단가 및 지원율 확대 지원, 재해대책경영자금 특별융자 무이자 지원, 농업관련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등 다각적인 피해 지원책을 정부와 각 정당, 충남도에 적극 건의하여 주민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관광 태안을 주장하던 태안군이 최근에 휴양지 태안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휴양지 태안을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태안군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매력 있는 휴양관광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면-보령 간 연륙교, 이원-대산 간 연결도로 건설과 함께 기업도시, 천수만 국제관광 휴양도시와 유류사고 상징 환경센터 지구, 안면국제관광지 조성 등을 통해 서해안의 중심 휴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특성화된 해수욕장을 조성하고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은 물론 모든 예약관리가 가능한 종합관광 안내센터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올레길과 둘레길을 응용해 바다와 솔숲을 거닐 수 있는 솔향기 길을 만들고, 계절을 이겨낸 가을벚꽃거리 등을 조성하여 사계절 찾을 수 있는 휴양지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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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피해 당시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 정대희

#김세호 #테안군수 #태안기름유출 #3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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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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