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헌금으로 사채놀이 하겠다?

[주장] 반성서적인 '기독교은행' 설립에 반대한다

등록 2010.11.08 11:39수정 2010.11.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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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복지은행' 웹사이트 화면 ⓒ 기독교사회복지은행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기독교사회복지은행 설립 발기인대회'가 있었다.

현장 펼침막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 기원 기도회 및 한국사회복지금융 설립대회'라고 적혀 있었지만, 행사를 주최한 한국사회복지금융설립위원회는 '한국 교회가 역사적인 은행 설립을 목적에 두고 개최한 행사'라고 했다.

그들은 "한국 교회의 부동산 가치가 80조 원이며, 연간 헌금만 해도 4조8천억 원"이라며 "기존 은행을 인수하거나 새 은행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1조5천억 원 규모의 제1금융권 기독교은행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하나님 말씀보다 자본의 논리에 복종하는 '그들'

이날 행사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위시한 보수성향의 개신교 단체와 대형교회 보수성향 목사들과 그 교회에 속한 교인들이 주로 참석을 했다. 이날 행사에선 보수성향 개신교단체들이 늘 그랬듯 장로 대통령에 대한 찬양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런 편향된 정치적인 발언들에 대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독교은행 설립'이라는 것 자체가 반성서적이며 맘몬숭배(물질숭배)와 다르지 않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독교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보수단체들과 대형교회 보수성향의 목사들이 그간 보여준 행태는 이미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와 권력에 복종하고 아부하는 것들이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지발언도 이 행사에서 이뤄졌으며, 공공연하게 그들은 경제적인 이익, 즉 '잉여'만이 최고의 선인 것처럼 말한다.

그들은 이미, 맘몬신을 섬기는데 여념이 없어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1금융권 기독교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생각을 어찌했겠는가?


이날 행사에 8000여명이 참석했다는데 점심값으로 1인당 2만 원씩 나눠주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과연, 이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교인들의 헌금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 바쳐진 헌금, 그것이 올바르게 사용되게 하는 것이 기독교의 경제정의다. 그런데 교회건물을 확장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은행까지 설립해서 결국에는 사채놀이까지 하겠다는 것은, 이제 대놓고 하나님이 아닌 맘몬을 섬기겠다는 선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을 부르지만, 그들이 부르는 하나님은 맘몬의 다른 말일 뿐이다. 과거에는 교회가 부동산투기로 많은 재미를 보았으며 법적으로도 종교부지 등을 챙기며 개발 이익을 얻곤 했다. 그러나 이젠 그것만 가지고는 자기들의 욕심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이 보기에 하나님의 돈이라고 생각되는 교인들의 헌금이 금융권에서 썩는 것이 죄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런 죄책감도 씻어내고 자신들의 무한욕심을 채우는데 '제1금융권 기독교은행'이 꼭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은행'이 기반하고 있는 자본의 논리를 봐야만 하고, 그것이 얼마나 반성서적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독교은행'의 설립은, 단순히 자본의 논리를 넘어서 기독교의 도덕성과 윤리성까지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에서는 '이자놀이'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은행이 이윤을 창출하는 기본 메커니즘은 '이자'다. 고객이 맡긴 돈에는 이자를 적게 지급하고, 빌려준 돈에 대해서는 높은 이자를 받고, 채무자가 제때에 갚지 못할 때에는 여러 가지 법적인 조치를 취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존한다.

사채시장은 문턱이 낮은 대신에 이자율이 높고, 비합법적인 방법들도 동원한다면, 금융권은 문턱이 높은 대신 법적으로 채무자에 대해서 최대한 책임을 물어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한다. 고상한 경제적인 용어들도 있겠지만, 금융권은 결국 '이자놀이'를 통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금융기관을 만들겠다고 보수개신교단체가 선언했다. '기독교사회복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은행' 앞에 걸고 말이다.

그러면 성서에서는 '이자놀이' 혹은 채권과 채무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네가 만일 너와 함께 한 내 백성 중에서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 주면 너는 그에게 채권자같이 하지 말며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출애굽기 22:25)
'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레위기 25:36)
'네가 형제에게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지니 곧 돈의 이자, 식물의 이자, 이자를 낼 만한 모든 것의 이자를 받지 말 것이라'(신명기 23:19)
'나와 내 형제와 종자들도 역시 돈과 양식을 백성에게 꾸어 주었거니와 우리가 그 이자 받기를 그치자'(느헤미야 5:10)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 주지 아니하며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지 아니하는 자이니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시편 15:5)

위의 성서구절은 구약성서에서 구체적으로 '이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내용 일부다. 신구약성서 통틀어 '이자 놀이'를 하거나, 남의 물건을 담보로 이익을 취하고, 가난한 이들의 물건을 담보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상반되는 일이요, 심판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운운하며 사회적인 약자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는 진보적인 기독교단체에게 '하나님 말씀대로!'만을 강조하던 그들이 의미적인 해석을 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하지 말라고 명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려고 한다.

짝퉁이 판을 치는 한국교회, 진품이 사라져 간다

지난 2007년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기총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 신도들이 국회앞까지 행진을 벌인 뒤 경찰통제선을 벗어나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서를 취사선택하여 복음의 본질을 왜곡시켜왔다. 성서를 통으로 받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시대에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묻지 않고, 취사선택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로만 무장하기에 바빴다.

결국, 싸구려 복음이 한국의 기독교를 짝퉁기독교로 만들어 버렸다. 신앙은 오로지 개인의 욕심을 무한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전락이 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욕심을 '무한' 충족시켜주는 것은 바로 물질, 돈과 같은 맘몬적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참으로 희한한 도식이 만들어졌는데, '교회의 부흥 = 교인숫자 = 헌금액수 = 능력 있는 목사 = 교회의 크기'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돈으로 교계 지도자의 자리를 사고,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자신들이 원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한기총도 그런 경우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라는 단체가 오래 전부터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어왔지만, 종종 대사회적인 문제에서 갈등을 빚자 아예 보수교단과 대형교회 중심으로 한기총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마치 자신들이 한국교회의 대표인 것처럼 행세하며,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있다. 이전에 사학법 문제도 그렇지만,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태도도 성서적이기보다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기독교은행'이라는 제1금융권을 만들어 합법적인 이자놀이(?)를 통해서 하나님의 일(기독교사회복지)을 하겠다고 판을 벌이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권을 만드는 것은 합법적인지 모르겠으나, 성서의 정신과는 전혀 다르기에 기독교단체에서 제1금융권을 만든다는 것은 기독교의 근본정신을 뒤흔들 수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성령의 이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그럼에도, 현재 한국 교회는 '기독교은행 설립'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적인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발 빠르게 대응하던 진보적인 단체들에서조차도 성서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신학적인 다양한 문제점들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기독교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철저하게 반할 이런 중차대한 일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아마도, 교인들의 헌금이 '기독교은행'에 모이면 좀 더 좋은 일에 사용되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반 금융권보다는 수치상으로는 사회복지 같은 곳에 더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일은 성서에서 금지하고 있는,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대로 간다면 결국 하나님은 없고 맘몬의 논리만 남는다. 아니, 이미 그들에게는 맘몬의 논리만 가득 차 있어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은 자신과 맘몬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신앙인들과 한국 교회 때문에 기독교는 '개독교'라고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으며, 상식을 벗어난 파렴치한 목사들과 종교지도자들이 대형교회에서 신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들의 귀를 만족하게 하고, 끊임없이 자신들의 소유욕을 충동질하는 명설교(?)에 감읍한 이들이 30배, 60배 혹은 100배의 이익을 빌면서 헌금을 하는 것이다. 그런 헌금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금하는 이자놀이를 하겠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어떤 헌금이든 교인들의 피와 땀이라는 것, 그것이 올바르게 사용되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경제정의라는 것을. 그리스도의 경제정의를 짓밟는 행위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기독교은행 #한기총 #보수교회 #개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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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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