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과연 처벌만이 능사인가

[아는만큼 보이는 법 38] '키스방 비판기사'에 대한 반론

등록 2010.09.25 15:24수정 2010.09.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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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은 처벌의 대상일까.

최근 인터넷에서 키스방과 관련된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처벌 논쟁도 종종 벌어진다.

그러던 차에 <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가 쓴 '키스방 다니는 남편…이혼하려고요' 라는 기사를 보았다. 제보취재 형식을 취한 이 기사는 키스방의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과 대책, 기자의 취재 내용과 의견을 담았는데, 내가 본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키스방은 가정파탄을 일으킬만큼 문제가 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것은 법의 빈틈이다. 이제 키스는 쉽고 사고 파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키스방은 성매매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도덕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한 만큼 성문화 개선을 위하여 법령을 재정비하여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기사가 제시한 성문화 개선이라는 대안에는 대찬성이다. 그런데, 이게 처벌 강화로 해결될까. 또 키스방을 처벌할 근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너무 쉽게 도덕적 단죄라는 이름을 내세워 형사처벌을 떠올리지 않나.

그밖에도 이 기사(이하 편의상 '키스방 기사'라고 부른다)에는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반론 형식을 빌려 성문화와 법적 처벌의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키스방을 왜 처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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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키스방의 내부 사진 ⓒ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키스방은 어떤 곳일까. 3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몇 만 원을 지불한 남자가 업소에 있는 여자(일명 매니저)와 키스를 하는 곳이다. 성행위는 없고 대화와 키스, 가벼운 신체접촉을 하는 공간이다(물론, 일부에서는 성행위나 유사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키스방을 빙자한 성매매공간일 뿐 순수한 의미의 키스방은 아니다).

키스방 기사는 "클릭 한 번에 키스를 예약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행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그런데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키스방을 왜 처벌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① 키스방이 키스를 애정없이 돈으로 사는 곳이어서?
② 남성 중심적 성문화를 상징하는 곳이어서?
③ 키스 자체가 유사성행위이기 때문에?
④ 성도덕(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에?
⑤ 키스가 성매매로 변질될 위험이 있어서?

기사를 보면 이 다섯가지 중의 일부이거나 다섯가지 전부일 테지만 내가 보기엔 어느 모로 보나 합리적인 처벌의 근거는 결코 될 수 없다. 특히 ①번과 ②번은 왜곡된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근거일 뿐이다. 나머지 3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해보겠다.   

대법원 "성교와 유사한 신체접촉행위만 처벌 대상"

키스방이 건전한 휴식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키스방 기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남편이 키스방을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도 용납할 아내는 거의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그것을 처벌하는 문제는 별개다. 키스방 기사는 "유사성교행위 개념의 재정비"를 역설했지만, 뭘 어떻게 정비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관련 법률을 한 번 살펴보자.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성매매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재산상의 이익을 받고 성교행위, 유사성교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2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을 한 자(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는 물론, 성매매를 한 자(징역1년 또는 벌금 3백만원 이하)도 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유사성교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나. 법에 따르면 유사성교행위란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하여 성교와 유사하게 평가되는 행위를 말한다.

5년 전 여대생 마사지업소(이른바 대딸방)에서 이루어지는 '마사지'에 대해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적이 있었다. 이때 쟁점은 구강·항문을 이용하지 않은 채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남성의 몸을 주물러 흥분시킨 후 성적 만족감에 도달하게 한 행위"가 유사성교행위에 해당하느냐였다.

대딸방은 대법원의 판결을 거치면서 유죄로 굳어졌다. 대법원의 입장은 이랬다.

'유사성교행위'란 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로의 삽입행위 내지 적어도 성교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신체접촉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유사성교행위 여부는 당해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행위자들의 차림새, 신체 접촉 부위와 정도 및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그로 인한 성적 만족감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2005도8130 판결)

이러한 기준에 따라 마사지업소의 여종업원이 손으로 남자 손님의 성기를 자극하여 사정하게 한 행위는 유사성교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굳어졌다. 유사성행위의 불법-합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오해와는 달리, 대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준을 키스방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현행 법률로 보나 판례로 보나, 상식으로 보나 키스를 성교와 유사한 행위로 보기 힘들다. 성의 상품화니 인권 침해니 하는 이유로 비난은 할 수 있을지언정 처벌은 못 한다는 말이다.

키스방 처벌 강화가 대안이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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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키스방들이 전국에서 성업 중이며,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노골적인 홍보를 일삼고 있다. ⓒ 화면캡쳐


그렇다면 처벌 법규를 강화해야 할까.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어 처벌하려면 미리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법은 명확해야 하고, 자의적으로 유추해석을 해서도 안 된다. 좀 거창하지만 이게 죄형법정주의이다.

키스방 기사대로 처벌을 위해 "유사성교행위 개념에 대한 재정비"를 하려면 유사성교행위의 범위를 키스 정도의 신체접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건 아무리 봐도 '오버'다.

더 나아가 "합법, 불법의 기준을 양심의 소리에 따라 나누어야 한다"거나 "자기 딸이, 부인이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라"는 주장은 법의 영역과 도덕의 영역을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나온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라.

만일 키스방이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크므로 처벌해야 한다면 나이트클럽에서의 '원나잇스탠드'도 마찬가지로 처벌이 되어야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혹은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하룻밤 만남으로 무슨 짓을 하건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는 마당에 키스방을 찾은 사람만 처벌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다.

애정없이 성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별 차이도 없는데 단지 돈을 주고받았느냐가 처벌 기준이라면 불합리하지 않은가.

물론 기사의 주장대로 키스방이 성매매의 온상이 될 위험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현행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키스방의 (유사)성매매 행위에 대해 법원은 징역형 등을 선고하는 추세이며, 미성년자를 고용하였을 때는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

키스방이 퇴폐의 온상이라는 이유로 없어져야 한다면 마치 노래방, 비디오방에서 은밀하게 퇴폐행위가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노래방, 비디오방을 아예 없애라는 말과 같다.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 시각으론 해결 안 돼

성범죄에 관해 얘기할 때는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좋다.

일단 강간, 강제추행으로 대표되는 명백한 성폭력은 폭력의 범주에 넣어야 맞다. 형법에서 강간과 강제추행은 협박, 체포, 감금, 약취(유괴)죄 등과 함께 '자유에 대한 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죄를 처벌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성풍속에 관한 죄이다. 성매매나 유사성행위를 어디까지 처벌하느냐, 간통과 혼인빙자간음을 어떻게 할 건가가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뜻에서 작년 11월 헌법재판소가 "개개인의 행위가 비록 도덕률에 반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유해성이 없거나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고 설명하면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내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키스방에서 이루어지는 신체 접촉이 강제성을 띠지 않거나 또한 성행위에 버금가는 접촉이 아니라면 법이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가는 아동 성범죄나 강력 성범죄를 제대로 단속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키스방 기사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여성이 성매매의 피의자가 될 수 있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거나 "남성의 협박에 겁을 내 성구매남들이 하자는대로 끌려 다니게 된다"고 말하는데 이건 아주 극단적인 예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일 뿐이다.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이주연 기자의 키스방 기사는 전형적인 페미니즘 관점의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①그릇된 성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데 ②이것은 여성의 성적서비스를 소비하려는 남성이 원인이고 ③여성은 대부분 피해자이므로 ④남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 말이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나는 남성의 성욕을 정당화하는 논리에는 반대하지만 인간의 모든 욕망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반대한다. 인간이 돈을 주고 욕망을 해소하려는 풍조는 결코 줄지 않으리라. 아무리 비난하더라도 그건 현실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지는 국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손쉽게 형사 처벌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순진할 뿐이다.

키스방도 문화현상... 비판하되 섣부른 단죄는 안 돼

나는 키스방을 바람직한 공간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처벌하면서까지 막아야할 사회악으로 보지도 않는다. 걸그룹에 속해있는 10대 소녀들의 노출이 하나의 문화 현상이듯이 키스방도 문화 현상일 뿐이다. 이걸 마음껏 비판(또는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섣불리 단죄의 대상으로 보는 건 무리이다.

헌재의 지적대로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 부분에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특히 성적 사생활 영역에서 형법적 보호와 형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키스방 #성매매 #키스 #아는만큼보이는법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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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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