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공정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에 나타난 문제점과 보완점들

등록 2010.09.14 19:49수정 2010.09.15 11:30
0
원고료로 응원

그동안 구호로만 무성했던 '공정한 사회'의 국정운영 방향이 나왔다.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의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정운영 기조로 '공정한 사회' 화두를 제시한 지 약 25일 만이다.

a

표지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의 표지 ⓒ 고창남

▲ 표지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의 표지 ⓒ 고창남

 

하지만, 처음에는 '혹시나' 했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혹시나' 했더니 결과는 '역시나'

 

"청와대에서 작성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국정운영방향] 보고서를 게시하오니 업무추진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게시물 ⓒ 고창남

"청와대에서 작성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국정운영방향] 보고서를 게시하오니 업무추진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게시물 ⓒ 고창남

기자가 입수한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이라는 제목의 자료(이하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이라 함)에는 먼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 6개월간의 국정운영을 자체 평가하고, 출범 이후 국정기조의 흐름을 되돌아보며, 다음으로 "이제 왜 '공정한 사회'인가?"라고 강하게 묻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서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은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천명하게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중점 과제(예시)를 제시하였고, '공정한 사회'를 바탕으로 국정을 업그레이드(upgrade)하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 자화상을 그려보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겉으로 보기엔 내용이 그럴 듯했다. 그러나, 천천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불공정한 사회'의 내용들도 많이 나타났다. 물론, '공정한 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들이 제시된 것도 있다. 이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향후에 전개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방향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a

목차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의 목차와 주요내용 ⓒ 고창남

▲ 목차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의 목차와 주요내용 ⓒ 고창남

 

우선, 서두에서 이명박 정부 2년 6개월을 자체 평가하면서 출범 당시를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10년의 그림자"로 표현하면서 '공포', '불신', '불안'의 사회로 묘사하고 있다. 즉, 젊은 층은 구직난으로 '불안'하고, 장년층은 구조조정으로 '불신'하게 되었으며, 노년층은 대책없는 고령화의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선진화의 원년'을 이루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해 8월 15일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녹색성장'을 화두로 제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옴에 따라 2009년 1월 신년사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것을 강조했으며 경제위기 극복과정을 거쳐서 2010년 1월 신년사에서는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국정기조를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 2년 6개월간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업적을 이루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 6개월을 자체 평가한 것이므로 자화자찬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왜 '공정한 사회'인가?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자료는 본론으로 가서, "이제 왜 '공정한 사회'인가?"라고 강하게 물으면서 '경제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그 그림자로 '중소기업 및 내수 자영업자 문제', '청년 실업자 증가', '글로벌화 심화에 따른 부작용',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위기 극복 이후'의 사회 분위기를 진단하면서 국가 장래에 대한 기대로부터 경제에 대한 기대감과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 반면, 개인의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미래준비 불안, 강쟁력 탈락의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새로운 국정운영 기조 '공정한 사회'를 천명하였다고 그 배경을 홍보했다.

 

공정한 사회의 황금률 그리고 문제점들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보고서는 공정한 사회의 황금률로 '공정', '책임', '자율/자유/창의'의 삼각구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발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a

황금률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 나타난 '공정한 사회' 황금률 ⓒ 고창남

▲ 황금률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 나타난 '공정한 사회' 황금률 ⓒ 고창남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볼 때, '공정한 사회'는 출발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과정에 있어서도 법치주의, 평등의 원칙에 따라 공정해야 하며, 그에 따라 결과도 공정하게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출발과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과정도 출발이나 결과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결과는 모두 전적으로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출발이 공정하고 과정이 공정하더라도 결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불공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시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백번 양보하여 출발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기본이라고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바탕이라 하더라도, 벌써부터 출발부터 불공정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아들 이시형씨(32)가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씨가 회장인 '다스(옛 대부기공)'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고 일반 직원들은 과장이 되기까지 통상 입사 후 10년 정도 걸리는데, 이 대통령의 외아들은 8월 9일 다스에 입사하여 과장으로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보고서는 또한 '공정한 사회'를 추진하면 '친비즈니스는 포기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그 대답은 'No!!'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계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노사관계 선진화', '타임오프제', '공공기관 선진화'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a

중점과제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 나타난 중점과제 ⓒ 고창남

▲ 중점과제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 나타난 중점과제 ⓒ 고창남

 

또한 교육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대학입시 자율화, 교원평가 내실화 등을 강하게 추진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노사관계 선진화'는 '선진화'라는 화려한 문구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공정한 사회'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을 배려하는 평등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를 놓고 볼 때, 이는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고 강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사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지향하고 있는 '비즈니스프렌들리'라는 정책이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사회'인 것을 더욱더 불공정하게 친기업쪽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약자'인 노동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지 않는 한 '선진화'라고 할 수도 없고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학입시 자율화, 교원평가를 비롯한 교육분야와 기타 사회 제분야의 문제점과 불공정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앞에서 말한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 사회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보고서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위하여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직업훈련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온누리상품권 확대 및 SSM 입점규제 등 전통상권 부활을 추진하며,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보금자리주택, 전세임대주택 등 친서민 핵심정책 착근,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정착, 나눔문화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 추진 등 칭찬해야 할 과제들도 있기는 하다. 이들 국정과제는 어떻게 보면 그동안 민주당 등 야당에서 강조해온 정책들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공정한 사회'의 가장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a

사회적 기업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서 주목할 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 고창남

▲ 사회적 기업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정운영 방향」자료에서 주목할 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 고창남

 

보완해야 할 점들

 

그러나, 공정한 사회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말한 '공정하지 못한' 현상들 외에도 사회 제분야의 문제점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제대로 짚어서 불공정한 것이 있으면 공정하게 시정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의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자유화, 용산참사로 이어진 재개발 문제, 언론탄압 및 인권 등 침해문제 등 제반사항들이 '공정한 사회'의 원칙에서 볼 때 과연 공정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통일세 문제 등 남북관계, 기타 제반 정책이 '공정한 사회'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등이 설명이 되고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공정사회 국정운영 방향」보고서에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은 기존의 '불공정한' 제반 사회․ 제도적 장치와 앞으로 추진할 바람직스런 '공정한' 정책들이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에 '공정한 사회' 국정기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각종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정의 성공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여부는 위에서 제기되는 문제점과 '불공정한' 제반 사회․ 제도적 현상들을 얼마만큼 보완하여 제대로 된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2010.09.14 19:49 ⓒ 2010 OhmyNews
#공정한 사회 #국정운영 방향 #문제점 #보완사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