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 배울 거야?"

[TV리뷰] <후 플러스>를 보고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떠올리다

등록 2010.08.06 16:06수정 2010.08.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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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후 플러스> ⓒ MBC


"국사가 무슨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야? 이거 아니잖아. 생각해봐 틈만 나면 중국이랑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올바르게 대처할 거 아니야.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만 배울 거야?"

<개그콘서트> 동혁이 형의 개그는 역시 개그가 아니었다. 그래, 독도는 우리 땅이다. 하지만 이제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는 정말 노래방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직접 불러보며 배워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신라가 우산국을 정복한 이후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이 되었음에도 일본이 자신의 섬이라고 주장하는 울릉도의 부속 섬은 무엇인가"

하나마나한 질문이라고? 맞다. 정답은 물론 독도. 어느 고등학교 2학년 '한국 근현대사' 기말고사 문제다. 아마 내신 평균 점수를 올리기 위한 쉬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정답률이 400여 명 중 절반에 못 미쳤단다. 오답에는 제주도와 마라도, 심지어 대마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절대 초등학교나 중학교 상황이 아니다.

이쯤되면 심각하다. 5일 방영된 MBC <후플러스>(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5분) '국사, 안 배워도 그만?' 편은 역사학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현 국사 교육의 실태를 파헤쳤다. 방송 전 후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트위터에서도 요즘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갖는 무지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과연 그게 학생들만의 잘못일까?

"독도, 솔직히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MBC <후 플러스> '국사, 안 배워도 그만?' 중 일부 ⓒ MBC


"역사를 생각하면요, 외워야 될 게 많은 과목으로 생각돼서 많이 부담돼요."
"일본에서는 자기 나라 땅이라고 하고 우리는 우리나라 땅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우리나라 국민이니까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고등학생의 국사 과목, 독도에 대한 생각이다. 학생들 탓할 필요 없다.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 중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친구들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왜 우리 역사에 대해 무지하느냐'고 묻는 것은 섣부른 국수주의의 강요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근현대사 부분도 별다르지 않다. 교과서를 따로 출간하고, 시험을 본다고 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서울시내 중상위권 고교 3학년 2개 학급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나열하라'는 문제를 냈는데, 오답률이 무려 68%였다. 우리나라 왕조를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문제의 오답률에 무려 2배가 넘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거칠게 갈무리해보면, 역시나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을 주범으로 꼽을 수밖에 없겠다. 현재 수험생들은 수능 사회탐구 영역 11과목 중 4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의무적으로 국사를 선택하게끔 제도화한 서울대 지망생들을 빼고는 모두 윤리나 사회문화 같은 비교적(?) 부담이 덜한 과목들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분화 된 과목 중 어렵다고 생각되는 역사관련 과목이 뒤로 밀리게 된 것이죠. 교사들도 국사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이네요. 국사를 하지 않아야 중위권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더 잘 아는 게 교사니까요."

방송을 본 한 학원 강사 출신 20대 직장인의 증언이다. 이과생들은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국사과목이 문과생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며, 더 많은 학생들을 대학에, 또 중상위권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교사들조차도 이를 묵인하는 현실이 고등학교 교실의 현재 풍경인 것이다.

"문사철이 학문의 기본이던 전통, 사라지나"



"이대로 가다가는 국어도 선택과목 될 기세(여타 다른 세력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보수 세력들은 국사가 선택과목인데 어째서 가만있는 거임? 아, 우리나라 보수는 원래 보수의 뜻과는 거리가 좀 있지."(@witchlella)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시대는 언젠가 누가 썼던 '영어철자는 틀릴까 전전긍긍하면서 한글맞춤법은 엉망인 젊은이들'의 시대에 덧붙여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교육정책의 무개념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국가와 민족의 기반을 흔들게 될지를 곧 체감하게 되는 건가."(@psychet)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세계사가 선택과목이었다. 그 땐 공부할 과목이 작아 좋았지만, 지금 보니 그 때 이미 역사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던 거다. 생각해보라. 세계사의 일부가 한국사인데, 세계사 교육 없는 한국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zockr)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는 건 아주 큰 의미가 있다. 다시는 외세에 주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구한말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pyrasis)

"우리에겐 예로부터 문사철文史哲을 학문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 지금의 세계에 비추어 보아도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이 모든 학문의 출발이라는 것에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을까."(@BluPn)

방송을 본 트위터리안들의 염려는 실로 다양했다.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대한 비판이 먼저였고, '우리 것'에 대한 인식 없이 '국영수'에 대한 몰입과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근현대사를 철저히 외면해온 '친일'세력들을 권력화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나 <후 플러스>는 초등학교까지 독도문제를 왜곡하는 일본이나 동북공정으로 국제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철저하게 자국 근현대사 교육을 중시하며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중국의 사례도 잊지 않았다. 또 독일 20%, 프랑스 15.5%, 일본 10.1%, 중국 9.4%에 비해 5.4%로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의 역사 수업 비율을 비교, 소개했다.

국사마저 선택과목 만드는 교육과학기술부

MBC <후 플러스> '국사, 안 배워도 그만?' 중 일부 ⓒ MBC


"과목 모두가 선택과목화 돼 있는 속에서 (고등학교에서) 국사도 같이 그렇게 돼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 관련, 국사교육에 대한 김승익 교과부 연구관의 설명이다. 국사만을 표적으로 개정한 것이 아니라 공통 기본 교육 과정을 1년 줄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상황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국사 교육의 부실을 막기 위해 교과부는 일선학교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 플러스>는 취재를 통해 1, 2학기 3시간씩이던 국사 시간을 한 학기 5시간으로 몰아, 나머지 시간에 입시에 더 중요한 과목을 편성하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질이 없을 거란 교과부의 장담과 달리 일선 교육 현장에서 입시에 중요한 '국영수' 위주의 수업으로 재편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 과정 전반의 변화라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국사 교육의 축소는 분명 교과부가 책임을 통감할 부분이다.

"이것이 역사를 자기 지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과목 이기주의로 해석하지 말고, 정말 우리 사회가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명쾌한 문제의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의 말처럼, 이는 단순히 '국사' 과목의 축소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

역사를 배우고 그 속에서 현재,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힘을 갖는 것은 인문학적 사고의 출발이다. 그러한 바탕이야 말로 학생들이 더 넓고 확장된 사고를 역사 속에서 습득할 수 있는 참교육이 되어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능 점수를 따기 위해 선택이 아닌 포기를 하는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소설을 쓰고, 인문학에 능통한 물리학자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jsjeong3)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은 역사 관련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필히 귀담아 들어야 할 고언이다.

"우리가 다음세대에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지난세대의 생각의 흔적과 행동의 흔적, 그리고 그것이 이룬 성취와 한계. 그런 점에서 우린 '인간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 국가주의와 애국심에 호소해 '국사'에만 매몰되지 않기를.

잘못된 역사 교육이 아니한만 못한 이유는 역사를 주관적해석이 아닌 역사적사실로만 인식, 자국중심적역사관, 따분하고 고루한 과목으로 인식! 평생 그릇된 역사관으로, 역사책을 멀리하게 만든다는 비극. 그것을 갖지 않는 게 3%의 지식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
#국사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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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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