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몰이' 나갔다...조중동 앞장서고 KBS 밀어주고

2010 지방선거 평가 포럼 "북풍몰이로 왜곡...이번처럼 의제조작 심각한 적 없어"

등록 2010.06.12 17:19수정 2010.06.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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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포럼 2차포럼 북풍몰이로 왜곡된 2010 지방선거와 언론 포럼 ⓒ 김언경

▲ 방송독립포럼 2차포럼 북풍몰이로 왜곡된 2010 지방선거와 언론 포럼 ⓒ 김언경
방송독립포럼은 6월 11일 3시 레이첼칼슨홀에서 2차 포럼인 '북풍몰이로 왜곡된 2010 지방선거와 언론'을 개최했다. 포럼 진행 겸 토론을 맡은 정연우 교수(세명대 광고홍보학과)는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보도가 제대로 잘 되었다는 평가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이번처럼 언론의 의제조작이 심각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포럼을 시작했다.

 

조·중·동이 북풍몰이 앞장서고, KBS가 동반자 역할

 

선거보도에 대한 발제를 맡은 이용성 교수(한서대 신문방송학과)는 먼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너무 적었다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만을 접해서는 선거 열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선거 보도량이 줄었으며, 특히 본격적인 선거기획 보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점신문(이른바 조중동)은 선거보도보다는 신문 1면에 천안함 관련 보도를 집중 배치하여 안보 의제를 부각시키려는데 치중했으며, 이러한 과점신문의 북풍몰이에 KBS가 동반자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 방송3사가 선거보도에서 과점신문과 일정한 긴장과 균형을 이루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에서 방송이 신문과 유사한 선거의제를 보인 것은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형 생활 의제들이 많이 이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북풍몰이에만 치중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으로 거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교조, 천안함 사건 등으로 색깔론까지 극심했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5개월간 여론조사 보도건수가 1만5000건에 가까울 정도로 경마식 보도가 늘어났지만, 막상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보았다. 여론조사가 위기에 직면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여론조사보도에 기반한 경마식 선거보도의 신뢰가 무너졌으며 여론조사 정치가 흔들리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계적 균형마저 지켜지지 않아 선거보도가 과거로 퇴보했음도 지적됐다. 특히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하여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나라당 지방선거용 홍보 동영상의 여성비하 논란을 조중동이 보도하지 않았고, 4대강 개발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 사건을 KBS가 보도하지 않았으며 곽노현, 박명기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방송3사가 보도하지 않은 것 등이 사례이다.

 

전반적으로 2010 지방선거에서 언론은 북풍몰이, 빗나간 여론조사보도에다 기계적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불공정한 행태를 보였다. 이 교수는 선거 이전부터 부각된 지역형 생활 의제(4대강, 무상급식 등)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더라면 우리 선거문화와 선거보도가 많이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15년만에 최고 투표율? 고작 10명중 6명만 선거한 꼴!

 

2010 지방선거에 대한 분석과 함께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준 손혁재 회장(한국NGO학회)은 이번 선거에서에서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라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15년 만에 최고라지만, 54.5%라는 투표율은 결국 10명중 4명은 선거를 안 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표심을 가른 것은 여당과 언론이 그렇게 강조했던 북풍도, 노풍도 아닌 '정권견제론'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여당은 천안함 침몰을 사실상 북한소행으로 몰아서 북풍을 기대했으나 '전쟁 vs. 평화' 프레임에 오히려 MB정부의 안보무능이 부각되었고,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세계경제에까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악영향이 미쳐 역풍을 맞게 되었다. 손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러한 배경으로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언론장악 등 독선적 정권을 경계해야 한다는 민풍이 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반이명박 전선 중심으로 선거연합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이번 선거에서 선거연합(야권대연합)을 이뤄 그 결과가 긍정적이었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은 양보와 배려인데, '희생이 없어도 연대하니까 이기더라' 식의 교훈은 오히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로운 정치연합이 필요하다면서, 반MB 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미래비전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게에서 가장 규제가 많은 선거법, 그나마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선관위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공직선거법의 한계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의적, 편파적, 규제적 선거관리에 대해서 손 교수는 현행 선거법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제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런 구시대의 선거법을 선관위가 좁게 해석하는 데에서 발생했다고 보았다.

 

손 교수는 선관위가 선거법을 내세워 4대강과 무상급식이 선거쟁점화 되는 것을 막은 것은 월권이며, 이는 유권자들에게는 선거에 관심을 갖지 말고 후보자에게는 정책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법의 기본 얼개가 선거운동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규제라는 틀 속에 있다고 보고 선거비용 문제나 선거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큰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하지만, 그 밖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헌법정신에 따르면 선거운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별도의 토론자 없이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함께 한 토론에서는 '노회찬 책임론'에 대한 찬반토론, 빗나간 여론조사의 원인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여론조사의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여론조사의 부정확성보다는 경마식 여론조사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하며, 후보 위주의 여론조사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루었다.

 

한편 이용성 교수는 여론조사의 문제는 과점신문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대부분의 매체가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어떻게 나왔다 하더라도 기자들이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언론이 스스로 선거의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미 국민들 스스로 만들어낸 의제마저 여당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은폐하고 의도적으로 축소한 2010 선거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한국사회에 제대로 된 언론도 없고 언론인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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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포럼 2차포럼 '북풍몰이로 왜곡된 2010 지방선거와 언론' 방송독립포럼 회원들이 토론에 함께하고 있다. ⓒ 김언경

▲ 방송독립포럼 2차포럼 '북풍몰이로 왜곡된 2010 지방선거와 언론' 방송독립포럼 회원들이 토론에 함께하고 있다. ⓒ 김언경

덧붙이는 글 | 김언경 기자는 방송독립포럼 사무국장입니다.

2010.06.12 17:1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언경 기자는 방송독립포럼 사무국장입니다.
#방송독립포럼 #방송독립 #선거보도 #공정성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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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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