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7천원으로 임금님 밥상 받다니...

거문도 토속음식 '한각구갈치국'

등록 2010.06.08 08:24수정 2010.06.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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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토속음식 한각구갈치국의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거문도 토속음식 한각구갈치국의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한각구갈치국은 거문도 토속음식이다. 한각구(엉겅퀴)와 갈치를 넣고 청양고추, 홍고추, 마늘, 후추 등의 양념에 된장을 풀어 끓여냈다. 소금 간을 한다.

 

여수 충무동 뒷골목의 '장금이'에 가면 맛볼 수 있다. 특선메뉴로 지난 6월초부터 선보였다. 1인분에 7천원이다.

 

"7천원 받으면 비싸까? 요건 귀한 거라서 그 정도는 받어야 하는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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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각구갈치국은 거문도 토속음식이다. ⓒ 조찬현

한각구갈치국은 거문도 토속음식이다. ⓒ 조찬현

장금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전라도 아짐 이종순(51)씨의 마음이다. 5천 원 하는 밥상에 삼치 회까지 내어주는 후덕한 인심의 아주머니는 7천원의 한각구갈치국 값이 못내 맘에 걸린 듯 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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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서 한각구라 불리는 가시나물 엉겅퀴 꽃이다. ⓒ 조찬현

거문도에서 한각구라 불리는 가시나물 엉겅퀴 꽃이다. ⓒ 조찬현

"한각구갈치국은 옛날부터 거문도에서 전해져 오는 향토음식이에요. 거문도 주민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어요. 한각구는 거문도의 들에서 캔 거예요. 거문도갈치 날 때 젤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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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고추, 홍고추, 마늘 등을 다져 준비한다. ⓒ 조찬현

청양고추, 홍고추, 마늘 등을 다져 준비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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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한 양념에 된장을 풀어 끓여냈다. ⓒ 조찬현

미리 준비한 양념에 된장을 풀어 끓여냈다. ⓒ 조찬현

국화과의 다년초인 가시나물 엉겅퀴의 어린잎은 살짝 데쳐 쓴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먹거나 국을 끓여먹는다. 가을에 나온 잎과 뿌리는 된장국과 찌개에 넣어 먹으면 좋다. 

 

향이 독특하다. 언뜻 보니 시래기된장국 같기도 한데 입에 감기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쑥 된장국과 시래기된장국의 맛도 함께 담겨있다. 뜨끈함이 가슴속까지 파고  드는데 묘하게도 보약을 먹은 듯 온몸에 기운이 솟는다. 이는 아마도 한약재와 같은 향기를 품은 한각구의 향 때문이리라.

 

갈치는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신기하게도 구수함에 감칠맛이 배어있다. 한각구갈치국을 난생 처음 먹어본다던 정준수(57)씨도 그 맛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미식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의 맛은 "서민적인데다 값도 싸고 진짜로 맛있다"고 했다.

 

"와~ 맛있네! 갈치도 비린 맛이 없고 고소해져 부렀어, 아줌마 음식 잘하는구만, 간이 제대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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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구이다. ⓒ 조찬현

갈치구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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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 무려 12가지나 된다. ⓒ 조찬현

찬이 무려 12가지나 된다. ⓒ 조찬현

찬이 무려 12가지나 된다. 갈치구이, 간장게장, 가지조림, 꼬막무침, 부추전, 등 진수성찬이다. 찬 하나하나가 실속 있고 입에 착착 붙는다. 이건 7천원의 서민밥상이 아니라 임금님 밥상, 수라상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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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각구갈치국의 밥상에는 요즘 제철인 병어가 회로 올라왔다. ⓒ 조찬현

한각구갈치국의 밥상에는 요즘 제철인 병어가 회로 올라왔다. ⓒ 조찬현

역시 5천원 밥상에 삼치회까지 내어주던 인심도 변하지 않았다. 한각구갈치국의 밥상에는 요즘 제철인 병어가 회로 올라왔다. 병어 된장빵을 먹는 것만으로도 7천원의 셈은 족히 치르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이집은 새로운 메뉴를 시킬 때마다 맛돌이를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세상에 너무나 오지고 푸진 맛의 성찬에 앞으로 이 집의 메뉴를 하나하나 파헤쳐볼 속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각구갈치국 #거문도 토속음식 #갈치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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