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김상곤을 95% 좇아가겠습니다"

경기·서울 진보 교육감 예비 후보 초청 정책 대담 열려

등록 2010.05.03 22:08수정 2010.05.03 22:09
0
원고료로 응원
a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김상곤 교육감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경기·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초청 정책대담'(오마이TV 생중계)에 참석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가 대담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95% 좇아가겠습니다."

민주·진보 진영 서울시 교육감 단일 후보로 추대된 곽노현 교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아우' 되기를 자처했다. 곽 후보는 "5%는 지역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부분은 (김 교육감이) 새로운 지표를 세워두셨으니 그것을 열심히 따라가겠다"며 악수를 청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두 손을 꽉 잡아 화답했다.

민주·진보 진영은 경기도에 분 김상곤 바람이 서울에까지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상승세에 오른 수도권 교육계의 '진보' 열기는 MB 교육을 넘어설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은 지역 특성상 그 의미가 더욱 커 교육감 선거 결과에 쏠리는 관심 또한 지대하다.

서울시 교육감 예비 후보로 나선 곽 교수와 경기도 교육감 예비 후보로 나선 김 교육감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둔 3일 "본고사를 앞두고 모의고사를 보는 심정"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경기·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예비 후보 초청 정책 대담은 수원에 위치한 김 교육감 후보자 사무실에서 열렸다. 대담은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종료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경에 끝났다.

a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의 '경기·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초청 정책대담'이 교육평론가 이범씨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오마이TV>로 생중계됐다. ⓒ 권우성


"서울, 경기 모두 진보 쪽이 지지율 세 배"

대담 사회를 맡은 이범 교육평론가는 "보수신문이 '보수는 반 전교조, 진보는 부패와 전쟁'이라고 각을 잡고 있다"며 "공정택 교육감이 구속되고 교육비리가 터졌는데, 교육감으로서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이냐고 물었다. 


a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 권우성

김 교육감은 "교육 내부의 폐쇄성, 집단 이기성, 무사안일주의 이런 것들이 남아있는데 이것은 행정 인사체계를 쇄신하고 현대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며 "평가 제도를 포함한 승진구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부패비리라는 건 관료주의가 문제인데 관료주의를 꽉 잡는 것은 민주주의, 즉 시민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과 학부모들, 지역 주민들이 적극 나서 교육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정부에서) 현재 내놓은 정책들은 결국 엄벌주의"라며 "일반 교사들의 자부심을 깨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서울, 경기 모두 다 진보 쪽이 세 배 지지율"이라며 "교육비리 근절"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매우 큰 의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곽 후보와 김 후보는 모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수 진영 서울시 교육감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한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 회장은 곽 예비 후보와 벌인 가상대결에서 28.4%의 지지를 받아 44.7%를 기록한 곽 예비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보수우익 성향의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 이틀 동안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다(서울시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예비 후보 역시 지지율 1위다. <경인일보>와 <경기방송>, O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 벌인 조사에서 김 교육감은 18.9%로 1위를 차지했다(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3.1%p).

"눈물 섞인 빵 먹어본 적 있나요?"

이범 교육평론가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이 높은데 혹시 후보자들은 '눈물 섞인 빵'을 먹어본 적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김 교육감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도시락을 못 싸주시면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도시락을 먹게 해 주었다"며 "고마움도 느꼈지만 부끄러움도 느꼈었다"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일까. 김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눈칫밥 안 먹었으면 좋겠다"며 "낙인 효과 없는 급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본 곽 교수도 "교육은 국방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행해야 할 하나의 의무"라며 "('부자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인데 집안 형편이 넉넉한 이들에겐 군복을 사라고 하고 급식비 따로 내라고 이야기할 거냐"며 일침을 놓았다.

"일제고사로 서열주의 강화, 사교육비 증가"

a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권우성

김 교육감과 곽 교수는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같이했다. 학습 성취도가 떨어지는 아이를 가려내어 제대로 교육하겠다는 기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그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줄 세우기식 서열주의를 강화할 뿐이며 사교육비 증가만을 낳는다"는 것이 두 후보의 공통적 의견이었다.

김 교육감은 "표집 방식으로 전반적 학력 수준을 평가하고 교실 내에서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핀란드나 스웨덴에서 하는 협동 학습 방식을 도입하면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즐겁게 보완해 가며 전반적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굳이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더라도) 학습 부진아는 담임선생님이 한 달 안에 100% 확인 가능하다"며 "아이가 학습 부진에 빠진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맞춤형으로 교육하여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학습 부진아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학교부적응, 학습 부진, 비행·일탈 학생의 대부분이 빈곤과 관련되어 있고, 이것이 학습 빈곤으로 이어진다"며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무한책임 교육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열정이 넘치는 게 흠"... "워낙 점잖아 재미가 떨어져"

김 교육감과 곽 교수가 서로 평가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 교육감은 곽 교수에 대해 "열정적인 실천가로서 역량을 갖추었지만 열정이 지나치게 넘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 평가했다. 이에 질세라 곽 교수는 "외유내강형으로 평생 반듯하게 가실 분이지만 워낙 점잖으셔서 재미가 떨어지는 분"이라고 김 교육감에 대해 설명했다.

10년 동안 함께 교육운동을 해 오며 스스럼없이 서로 흉을 볼 정도로 단단한 사이가 된 둘은 교육감이 되고난 후의 그림도 함께 그렸다.

김 교육감은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와 관련해서 (곽 교수는) 저와 다르지 않다"며 "학교 혁신을 통해서 서울시교육청이 만들어내는 미래 지향적 모습들을 경기도교육청이 만드는 모습과 함께 결합시키면 행복한 교육 현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서울을 외딴 섬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며 "(김 교육감이) 누구든지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갖추는 혁신학교, 계급이나 가정형편 제약을 훌쩍 넘어서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존재로 가는 데 유쾌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열망으로 대한민국 공교육의 새 표준을 세워 오셨기에 잘 전수받고,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긴밀하게 협조해 가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김상곤 #곽노현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2. 2 "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5. 5 MBC가 위험합니다... 이 글을 널리 알려 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