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해진 당신 아이, 혹시 식원성증후군?

오사와 히로시 교수의 <식원성 증후군>

등록 2010.03.19 18:44수정 2010.03.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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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몸만 아니라 정신에도 식생활이 영향을 끼친다. ⓒ 식원성증후군

아이들 몸만 아니라 정신에도 식생활이 영향을 끼친다. ⓒ 식원성증후군

 

지난 2월 졸업 시즌 경기 고양시에서 벌어진 중학생들의 '알몸 뒤풀이'는 기성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때문에 한 여중생의 교복을 찢고 집단으로 성추행한 가해 남여 중학생들은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대단해 정부까지 뒤늦게 만연한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떠벌렸다.

 

또한 일명 '빵셔틀'이라 불리는 학교폭력 실태와 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도,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없던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힘이 약한 학생이 힘이 센 학생에게 빵을 사주는 것'을 말하는 빵셔틀을 청소년 절반 이상이 '폭력'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는 학교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폭력구조-인권상실을 곱씹어 보게 했다.

 

이 가운데 피해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그 학교폭력을 경험한 시기도 점점 낮아지지만, 각종 교육비리로 얼룩진 교육계와 학교, 교사들은 학생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당장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응당 국가와 정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무상급식 문제만해도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 실질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 놀라운 책 한 권을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도쿄 문리과대학 심리학과에서 교육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이와테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오사와 히로시 교수의 <식원성 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를 난폭하게 만드는 가공식품의 재앙'이란 부제가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지난 5년새 웰빙-건강-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불어 기본적인 먹을거리-식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사람들이 다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보다 일찍 먹을거리와 식생활에 대해 눈을 뜬 일본은 이미 1986년에 이 같은 책이 나와, 온갖 가공식품에 포위돼 악화일로를 걸어온 일본인들의 식생활과 건강을 바로잡게 했다.

 

"설탕 함유 식품을 과잉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혈당치의 이상 변동이 일어난다. 뇌도 에너지원으로 포도당(혈당)을 사용하는데, 설탕의 과잉섭취는 때로 뇌의 포도당 대사에 심각한 붕괴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복잡한 대사과정을 일으킨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식인 쌀보다는 밀가루(과자)를 소비하는 일본인, 특히 청소년들이 심각한 범죄나 비행, 정신질환을 겪어왔고 그것이 '어떤 식사와 연관되었을까'란 의문을 품고 인간행동-심리연구로 풀어내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 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했고, 1990년대 들어 다시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다. 마치 지금의 한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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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을 아이들에게 사먹일 경우... ⓒ 이장연

가공식품을 아이들에게 사먹일 경우... ⓒ 이장연

 

아이들 몸과 정신을 생각한다면, 가공식품을 사주지마라

 

당시 일본에서는 중학생이 담임교사를 칼로 찌르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설명할 수 없는 이상행동들이 빈발했고, 이를 저자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처럼 임상에서 연구를 계속해 왔다 한다. 학생들의 등교거부, 심신불균형, 가족병리 등의 문제를 학부모와 교사, 사회교육 관계자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오래전부터 식양생(음식물의 영양을 고려하면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꾀하는 것) 실천가들이 올바른 식사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해 왔고, 미국에서도 인간행동 연구자들 가운데서 식사 문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에 대한 논문도 있었다 한다.

 

"생물발생적 요인이 범죄 발생에 중대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너무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중략--생물발생학적 요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으로는 우선 영양이 있다. 다량의 설탕 섭취, 식품첨가물의 섭취, 비타민과 미네랄의 부족, 인산염의 섭취, 음식 알레르기 등이 이에 속한다."

 

여하간 학자이자 청소년 선도 정책을 입안하던 공직자였던 저자 오사와 히로시 교수는 '식품 유해성분과 영양 불균형이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왜곡한다'는 이론을 체계화 시킨 인물로 유명하단다. 저서 <식원성 증후군>도 그의 이론과 주장을 뒷받침하고, '음식이 신체건강을 좌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식단의 약 90%를 이롭지 못한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현대인, 특히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식생활이 어떤 의미가 있고 그냥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학부모와 교사, 학교가 한 번 꼭 읽어봤으면 싶다.

 

1990년대 일본의 아이들처럼 한국의 아이들도 비행과 집단따돌림, 폭력이 흉악화되고 공부도 못하고 각종 질병(성인병)에 시달리는지 알고 싶다면, 더 이상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단것)을 주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인스턴트 라면과 가공식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싶다면,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좀먹게 하지 않길 원한다면.

 

"의학상의 문헌은 물론이고, 미국의 설탕 소비량의 극적인 증대가 중추신경에,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원성증후군 - 아이를 난폭하게 만드는 가공식품의 재앙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2005


#식원성증후군 #식품첨가물 #가공식품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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