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불황 원인은 토지사유화 때문"

[고전에서 현실읽기 ①] <진보와 빈곤> 번역한 김윤상 교수

등록 2010.03.12 14:36수정 2010.03.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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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가 말하는 '자본'은 지금의 자본이 뜻하는 '경제권력'과 개념이 다르다. 그는 자본을 토지와 노동에 의해 생산된 부(생산물) 가운데 소비되지 않고 다시 생산에 투입되는 하나의 생산요소로 봤다. 자본이 사용대가로 이자를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생산된 부의 대부분이 토지의 대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토지는 생산자가 없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을 국내에 전파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던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첫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고전에서 현실읽기' 첫 번째 주제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선정하고, 지난 10일부터 4월 7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회의실에서 강독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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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김윤상 경북대 교수가 '부는 늘어나도 왜 빈곤은 계속되는가"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책을 번역한 김윤상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진보와 빈곤>은 여러 사상가와 정치가에게 영향을 준 책"이라며 "중국 손문의 삼민주의 핵심인 민생주의도 헨리 조지의 사상에 바탕을 뒀고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도 작품 <부활>을 통해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임금기금설'· '인구론'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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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김윤상 경북대 교수가 '부는 늘어나도 왜 빈곤은 계속되는가"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김 교수는 "생산력 증가로 사회는 진보(발전)하는데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의 서두는 이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학설을 반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임금기금설(賃金基金說)은 '자본에서 나오는 임금은 정해져 있는데 인구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평균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영향력이 거의 없는 이론이지만 헨리 조지가 활동했던 19세기에는 유력한 이론이었다. 김 교수는 "헨리 조지는 임금이 자본에서 나온다는 임금기금설의 전제를 반박하며 임금은 대가로 지불되는 노동 생산물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헨리 조지는 '생산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가난해 질 수밖에 없다'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사회 기득권층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윤적인 이론이었기 때문에 지지가 많았다"라며 "인구가 많은 도시소득과 적은 농촌의 소득만 비교해 보더라도 인구론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빈곤이 발생하는 문제는 토지사유제가 원인

그렇다면 헨리 조지는 빈곤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했을까?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의 핵심은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토지를 사유화하고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야 할 부(생산물)를 가져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생산력이 높아지더라도 지대가 같은 정도로 높아진다면 노동의 대가인 임금과 자본의 대가인 이자가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경제불황이 오는 것도 토지가 사유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지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사람들은 미리 투기를 하게 되어 있다. 토지의 매매 가격이 전세금보다 비싼 이유는 미래에 토지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생산을 중단하게 되고 일부 기업이 생산을 중단하면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가 주저앉는 것이다. 그러다 토지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생산이 이뤄지는 조건이 된다. 불황이 생기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저소득층이기 때문이 빈곤은 더욱 심화된다."

헨리조지의 해결 방안, 우리의 해결 방안은?

이런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헨리 조지가 내놓은 방안은 토지를 '우리 모두(공공)의 것'으로 하자는 제안이다(We must make land common property). 김 교수는 "이 말이 국가가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개념은 아니"라면서 "그는 사회주의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의로운 시장을 바라는 완벽한 시장경제학자"라고 말했다. 

"국가소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 때문에 헨리 조지가 토지의 국공유를 주장했다는 오해가 발생했다. 처음부터 사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토지의 사적소유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토지 사유화가 이미 진행된 현대사회에서는 토지를 다시 공공의 소유로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제시 한 것이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다. 지대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Abolish all taxation save that upon land values)는 주장이다."

지대조세제는 매년 토지소유자에게서 지대를 징수하여 가장 우선적인 정부 수입으로 삼는 제도다. 토지소유자들의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신체는 자신의 것, 생산물은 생산자의 것이라는 게 명확하다"면서 "토지는 누가 생산했는가"라고 되물었다. 토지의 소유는 인정하되 토지 가치로 발생하는 부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의 강연이 끝나고 수강생들은 <진보와 빈곤>에서 제기한 토지의 정의와 지대세의 개념이 현대한국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번 강독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될 이 토론은 다음 주 강연으로 이어진다. 과연 헨리 조지가 우리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고전에서 현실읽기' 블로그를 방문하면 강독회와 관련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진보와 빈곤 #강독회 #고전읽기 #헨리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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