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택에서 보이는 특별한 아름다움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40}

등록 2010.02.14 16:11수정 2010.02.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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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택답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멋스러움을 간직한 모습들을 보아왔다. 물론 고택 답사를 하다가 보면 어느 하나 멋스럽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것들을 꼽아보는 재미도 괜찮을 듯하다. 과연 우리 고택에는 무슨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정보창구인 '소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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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통 집안과 담장 밖에 있는 공동우물을 연결하는 소리통. ⓒ 하주성

▲ 소리통 집안과 담장 밖에 있는 공동우물을 연결하는 소리통. ⓒ 하주성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의 중요민속자료 제159호 이용욱 가옥. 이 집에는 담장에 난 구멍인 '소리통'이 있다. 담장 밖으로는 마을의 공동우물이 있다. 마을의 공동우물은 언제나 마을의 모든 소문이 가장 빨리 도는 곳이다. 이 소리통은 마을의 아낙네들이 모이는 시간에 마을의 이모저모를 소리통을 통해서 수집하고, 사랑방에 기거하는 대감마님에게 고한다. 어느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병을 앓고 있는지를 고하면, 거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이 집안이 오래도록 마을에서 추앙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소리통을 이용한 마을 정보에 밝았다는 것이다.

 

사랑채를 돋보이게 한 팔각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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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기둥 음애 이자 고택의 사랑채에는 팔각기둥이 서 있다. ⓒ 하주성

▲ 팔각기둥 음애 이자 고택의 사랑채에는 팔각기둥이 서 있다. ⓒ 하주성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지곡동에 자리한 경기도 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이 된 음애 이자고택. 이 고택은 부와산을 마주하고 집의 배치를 하였다. 이자 고택의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랑채 툇마루 끝에 있는 기둥들이다. 이자 고택의 사랑채에는 마루방을 들여 신주를 모시는 청방으로 하고, 두 칸의 사랑방을 들였다. 이 사랑방의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는데, 툇마루 끝에 기둥을 팔각으로 조성하였다. 네모난 기둥의 모서리를 긁어내 팔각으로 조성을 하였는데, 이러한 기둥은 이자고택에서만 볼 수가 있다.

 

대문채에 조성된 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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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다락 청풍문화재단지 안에 있는 지곡리 고가. 외양간과 방앗간 위에 다락을 드렸다. ⓒ 하주성

▲ 대문 다락 청풍문화재단지 안에 있는 지곡리 고가. 외양간과 방앗간 위에 다락을 드렸다. ⓒ 하주성

 

제천시 수산면 지곡리 웃말에 있던 수산 지곡리 고가는, 현재는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안으로 옮겨 놓았다. 대문채를 초가로 만든 이 집의 특징은 대문간에 외양간 방앗간 등을 조성하고, 그 위를 판자로 막아 다락을 냈다는 점이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곡리 고가는, 충북 유형문화재 제89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대문간의 다락에는 각종 농기구 등을 넣을 수 있어, 마구간에 있는 소를 이용할 때 번잡함을 줄인 점이 돋보인다.

 

대문간의 옆으로 드나들 수 있는 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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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옆에 난 쪽문 충북 음성에 있는 김주태 가옥. 솟을대문 우측으로 난 쪽문이 보인다. ⓒ 하주성

▲ 대문 옆에 난 쪽문 충북 음성에 있는 김주태 가옥. 솟을대문 우측으로 난 쪽문이 보인다. ⓒ 하주성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영산리 고개 너머를 잿말이라고 한다. 이 잿말에는 중요민속자료 제141호인 김주태 가옥이 자리하고 있다. 김주태 가옥은 모두 3단으로 집안이 꾸며졌다. 대문채에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랑채를 오르려면 돌계단을 올라, 넓은 안마당이 있다. 그리고 다시 돌계단으로 올라야 사랑채가 있고, 그 뒤편에 안채가 자리한다.

 

김주태 가옥 등 충청북도의 고택은 대문간 옆에 작은 쪽문을 내었는데, 이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구태여 대문으로 출입을 하지 않고도, 안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런 점 외에도 대문을 하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권위적인 사고도 있다고 본다.

 

집안의 경계를 담당한 호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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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지집 정읍에 있는 김동수 가옥 담장 밖으로는 호지집이라는 노비집이 있다. 하지만 이 호지집은 다눈한 노비가 어니라 경호를 하는 사병들이 묵었던 집으로 보인다. ⓒ 하주성

▲ 호지집 정읍에 있는 김동수 가옥 담장 밖으로는 호지집이라는 노비집이 있다. 하지만 이 호지집은 다눈한 노비가 어니라 경호를 하는 사병들이 묵었던 집으로 보인다. ⓒ 하주성

 

전라북도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소재한 중요민속자료 제26호 김동수 가옥은 호남 부호의 상징적인 집이다. 모두 아흔 아홉 칸이라는 이 집의 사방에는 호지집이라는 초가집이 담장 밖으로 서 있다. 이집을 노비집이라고 하지만, 이 네 채의 초가에 기거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노비들이 아니다. 왜 담장 밖의 사방에 이러한 방 두 칸에 부엌 한 칸인 호지집을 두었을까? 이것은 많은 재물을 갖고 있는 양반가에서 둔 사병이 묵는 집으로 생각한다. 항상 불안한 양반들이 노비집이라고 하여서 만든, 경호를 맡은 노비들의 집이란 생각이다.

 

박공을 기와조각으로 꾸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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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로 꾸민 박공 ㅇ야평 창대리 고가는 안채의 박공을 기와조각으로 꾸며 멋을 냈다. ⓒ 하주성

▲ 기와로 꾸민 박공 ㅇ야평 창대리 고가는 안채의 박공을 기와조각으로 꾸며 멋을 냈다. ⓒ 하주성

 

박공이란 경사가 진 물매지붕의 양쪽 끝부분에서, 지붕면과 벽이 이루고 있는 모서리에 붙인 것을 말한다. 이 박공은 대개 나무로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박공을 기와조각을 이용해 문양을 넣은 집이 있다.

 

양평군 양평읍 창대리에 있는 경기도 민속자료 제7호인 창대리 고가. 이 집은 현재 절로 이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채 외벽의 박공을 보면 놀랍다. 나무로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박공기법인 데 비해, 나무에다가 기와조각을 붙여 문양을 만들었다. 한옥의 아름다움의 끝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건축기법이다.

 

담벼락에 나 있는 연기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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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구멍 보물인 효종대왕 능의 재실. 이 집에는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굴뚝을 모두 담벼락 안으로 숨겨두었다. 네모난 구멍들이 바로 연기구멍이다. ⓒ 하주성

▲ 연기구멍 보물인 효종대왕 능의 재실. 이 집에는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굴뚝을 모두 담벼락 안으로 숨겨두었다. 네모난 구멍들이 바로 연기구멍이다. ⓒ 하주성

 

여주 효종대왕 능 입구에 있는 효종대왕 능의 재실은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그만큼 이 재실은 특별함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재실을 돌다가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방과 부엌은 무수히 많은 데 비해, 굴뚝이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굴뚝을 이용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외벽 중간 중간에 보이는 기와를 비스듬히 눕혀 놓은 구멍들이다. 이 구멍들이 바로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이다. 물론 연도도 그 담장 안에 있어 외부에서는 보이지를 않는다. 놀라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아름다운 담벼락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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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새긴 담벼락 여주군에 있는 해평윤씨 종택 안채의 안 담벼락. 기와조각으로 글씨를 적어 놓았다. 고택의 담장과 담벼락의 문양이 아름답다 ⓒ 하주성

▲ 글자를 새긴 담벼락 여주군에 있는 해평윤씨 종택 안채의 안 담벼락. 기와조각으로 글씨를 적어 놓았다. 고택의 담장과 담벼락의 문양이 아름답다 ⓒ 하주성

 

여주군 점동면 사곡리 179번지에는 해평윤씨 동강공파의 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동강공파 종택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대문채, 약방채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만 남았다. 남은 전각들은 소실이 되거나 청미천의 홍수 등으로 유실이 되었다. 이 집안에는 안담벼락에 기와조각을 이용해 '부귀(富貴)'라고 글을 써 놓았다. 이렇게 우리 고택에는 많은 집들이 서로 특별한 담벼락과 담장꾸밈을 하고 있다.

 

좁은 대청 끝 다락을 정자로 이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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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이주국 장군 고택의 사랑채는 특별하다. 끝에 놓은 다락을 띠살문 창호를 둘러 누각의 효과를 냈다. ⓒ 하주성

▲ 사랑채 이주국 장군 고택의 사랑채는 특별하다. 끝에 놓은 다락을 띠살문 창호를 둘러 누각의 효과를 냈다. ⓒ 하주성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문촌리 414 - 4에 소재한 이주국 장군 고택. 이 고택의 특징은 사랑채의 특별한 이용이다. 사랑채가 남다르게 꾸며진 이 고택은 사랑채의 한 편 끝을 특별하게 네 짝의 띠살문으로, 양편의 창호를 둘러냈다. 문을 열면 마루방으로 꾸며 놓았는데, 띠살문의 창호는 모두 앙편으로 열어젖힐 수가 있다. 집안에 거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다락방을 사랑채를 사용하는 주인이 썼다는 것이다. 왜 주인이 하필 다락방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이 다락방이 누각의 형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우리 고택은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그 많은 집들의 아름다움을 일일이 적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전국의 고택답사를 끝내고 나면, 이렇게 작은 아름다움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고택답사를 하면서 그 특별한 아름다움을 일단 정리를 해보았다.

2010.02.14 16:1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고택답사를 하면서 그 특별한 아름다움을 일단 정리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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