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로 풀어본 우리집 가계부

등록 2010.02.11 10:22수정 2010.02.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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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야~ 2010년 첫 월급을 받았어요^^
이런 젠장~ 임금 동결이에요. 물가도 등록금도 대출이자도 오르는데 월급만 제자리에요.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요.언젠가 풍족한 삶을 이루리라 기대해요.

하지만 월급이 들어오기 무섭게 카드 값, 관리비, 보험료, 대출이자, 학원비, 전화요금, 핸드폰, 인터넷, 케이블TV 각종 자동이체 빠져나가요.

맙소사, 새해부터 카드 값이 장난이 아니에요. 마트에서 긁은 것만 70만원이에요. 할부로 긁은 냉장고는 아직도 빠져나가고 있어요. 그나마 할부는 몇 달만 내면 되니 괜찮아요. 문제는 대출이에요. 아직도 17년이나 남았어요. 두 달 후부터는 원금상환 시작되는데. 아르바이트라도 시작해야 되나 봐요. 남편이 17년 동안 직장에서 버텨주기만을 바라야겠어요.

겨울이라 보일러 좀 틀었더니 가스비만 15만원이 나왔어요. 그래도 얼어 죽을 순 없어요. 입춘이 지났으니 다음 달엔 적게 나올 거라 생각해요.

헉~ 눈알 튀어나와요. 아들내미 핸드폰 요금이 7만원 넘게 나왔어요. 이놈의 자식이 정신이 나갔나 봐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할 때 알아 봤어야 해요. 한 대 후려 갈겨줘야겠어요.

이런 젠장, 월급 들어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쥐꼬리만큼 남았어요. 그래도 남은 돈으로 한 달 살아보리라 굳은 다짐을 해봐요. 한 달 한 달이 늘 빠듯하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봐요.

친구가 놀러왔어요. 재테크 잘 해서 잘 나가는 친구에요. 집 값이랑 주식이랑 올라서 해외여행 간다고 자랑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도대체 어디에 있는 집과 주식이 오르는 건지 호기심이 생겨요. 하지만 그동안 주식 날려 땅치고 우는 사람 여럿 봤어요. 그 때마다 속으로 미련한 내가 차라리 낫다고 스스로 위로해요.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어요. 갑자기 돈 못 벌어오는 남편이 미워져요. 지금이라도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하나 불안해져요. 남들 다 잘 사는데 내가 게을러서 가난해지는 것 같아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해요. 애들 교육비도 걱정인데 지금처럼 살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요.


머리 식힐 겸 마트에 쇼핑을 가요. 마트는 여자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에요. 쪼들리는 생활에 다른 문화생활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마트지만 츄리닝 입고 갈 순 없어요. 그래요~ 여자 마음 다 똑같아요. 마트에서도 예뻐 보여야 해요.

배고프니 시식코너부터 한 바퀴 돌아요. 두부, 만두, 삽겹살, 소세지...한 조각씩 먹으니 너무 감질맛 나요. 1+1에 초특가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애들이랑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을 것 같아요. 한 바퀴 도는 사이에 카트가 꽉 찼어요. 그래요, 집에 갈 시간이에요. 계산대에서 점원이 바코드를 하나씩 찍는데 흡사 체중계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에요. 숫자가 올라 갈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려요. 생각보다 적게 나와야 할텐데...오 마이갓~!! 체중계처럼 계산대도 늘 배신을 때려요.

아직 월급날이 보름 넘게 남았는데 현금은 십만원도 안 남았어요. 흑.. 또 마이너스에요. 매일 아끼려고 했지만 뜻대로 잘 되질 않아요. 한 달 동안 내 남편이 머리털 다 빠지도록 스트레스 받아가며 벌어온 돈인데. 정말 우울해져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가계부를 다시 꺼내봐요. 아무리봐도 낭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도대체가 줄일게 없어요. 가계부를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가계부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뭔가 변화가 필요해요. 어디가서 교육이라도 좀 받아야 되나봐요. 학교 졸업하면 교육 받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교육비 몇 만원 아낄 때가 아니에요. 다녀와서 다음 달은 꼭 플러스 생활로 바꿀꺼에요.

이상 가계부 탐구생활이었어요.

<관련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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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탐구생활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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