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차려다 쪽박, 부채는 어디까지나 '빚'

[가정경제119, 가계부를 구하라] 소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재테크

등록 2010.01.27 14:44수정 2010.02.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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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쫓기는 사람들

"빚 때문에 생활고를 겪어온 40대 주부가 자녀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한 A씨 부인이 먼저 딸들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

1월 16일 지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빚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던 주부가 자녀와 함께 동반 자살을 감행한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정은 다시금 금융 문제 특히 가계 부채로 인해 그 당시 겪었던 것과 비슷한 문제로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처음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은행 직원이 분명 이 동네는 오를 거니까 걱정 말라고, DTI(총부채상환비율)다 LTV(담보인정비율)다 규제는 있지만, 직원 권한으로 추가 대출 끌어 줄 테니 이 기회에 부동산 구입하라고 장담을 하기에 별 문제 없을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사이 사업이 어려워졌고, 이자는 고사하고 생활비 대기도 빠듯한 생활이 되었어."

부채를 만들게 된 경위는 다양하지만, 부채가 만들어지는 순간 대부분의 가계 재무 구조의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는 점은 같다.

처음 융자를 일으킬 당시에는 현재 소득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발생되는 지출도,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 부분과 비정기적으로 발생되는 연간 비용 등에 대한 구별 없이 뭉뚱그려 머릿속으로 대강 계산하고는 우리 집 가계 구조는 그냥 그럭저럭 마이너스는 아니겠거니 한다. 처음 거치 기간 중에 발생되는 적은 비용의 이자만 생각하고, 또 소득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거라 생각하곤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고 재단한다.

문제는 그 때부터다. 부채를 일으켜 레버리지(자본금 대비 부채) 효과를 보고자 구입한 부동산의 가격은 별 차이가 없는데, 구입 후 실직을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금융비용에 생활비마저 빚으로 해결해야 하는 악재가 겹치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난, 은행에 가면 지금도 직원들이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라, 돈 좀 가져다 쓰라고 해요. 그만큼 나의 신용도가 높은 것 아닌가요? 요즘 세상에 이런 신용도 갖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신용도 능력 아닌가요?……"

간혹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이렇게 말씀 하시는 고객을 만나게 된다. 사실, "신용"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상 뒤집어 보면 신용은 다름 아닌 미래에 지불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외상 거래다.

처음 신용 거래가 생긴 것은, 가게에 있는 물건을 구입하고 싶어도 당장 물건의 전체 값을 지불할 수 없는 사용자의 편익을 위해서 물건 값의 일부만 미리 내고 나머지는 할부로 나눠서 낼 수 있도록 증서를 받고 시작된 것이 발전하여 신용 카드 및 신용 대출 상품이 발생한 경위다.

반드시 필요한 물품에 대한 할부구매야 향후 발생할 현금 흐름에서 비용 및 손처리 할 것을 전제로 하여 지출 조정을 한다면 문제될 소지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출이 신용 구매로 이어지고, 욕구마저 필요로 치장하는 상술에 눈이 멀어 소비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누구나 빚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낮은 은행 이자와 수익이 물가 상승률을 커버하지 못하고, 이자 소득세 제하고 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언론의 홍보에 너도나도 안전하게 놓여 있는 예금 자산을 빼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고위험의 투자 상품에 몰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탐욕이 불러온 부채 구렁텅이

"그러게, 남의 돈에는 칼 들어 있었는데 그 땐 그것을 모르고, 그저 한 푼이라도 더 수익이 나는 것을 쫓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솔직히 투자할 당시에는 지금의 문제는 전혀 예상도 못 했어요."

융자를 일으켜 투자한 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되어 소비자파산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이 고객은 이제야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절감했다며 땅을 치고 후회한다.

고비용 사회에 소비는 많이 할수록 미덕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급여 생활자는 늘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에 자신이 힘들게 번 소득을 하찮게 여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과도한 부채를 만들어 익숙하지도 않은 투자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보겠다는 소박한 욕심을 가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투자로 수익을 본다는 말에 무리하게 일으킨 부채가 삶을 뿌리째 송두리 앗아 갈 수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빚을 일으켜 투자를 권유하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며, 빚과 신용이라는 말에 불감증을 앓는 환경도 문제이나, 정작 본인의 지출이나 소비 습관에 대한 재고를 없이 그저 많이 소비하고 많이 소유하면 행복한 삶이라 착각하고 오해하는 우리 생활 습관도 짚어봐야 한다.

행복은 흔히 생각하듯 모든 것이 갖춰져 있을 때가 아니다. 하나씩 하나씩 장만해 가는 과정 중에서 느낀다는 것을 우리는 어린 시절 가난한 추억 속에서 떠올릴 수 있다. 또한 누구나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행복이라는 추억은 손쉽게 누리게 되는 물질적 만족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대박이 아닌 소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재테크

지금 불편한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하고 물질적으로 윤택하고자 뛰어든 대박에 대한 꿈은 오히려 지금 누리고 있는 소박한 삶조차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 만큼의 위험이 늘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실상,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재테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원금을 잘 지키는 것이며 내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지 손실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구조가 최고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누리는 작지만 소박한 삶에 대한 만족에서 시작된다. 그 것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요즘과 같은 힘든 경제 상황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일이다.


#에듀머니 #재테크 #재무설계 #대박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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