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뒤 버스에서 콰당!

버스기사님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 써 주세요~

등록 2010.01.09 16:27수정 2010.01.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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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서해안 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왔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도 예외가 아닙니다. 원래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유치원 다닐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던 저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강원도에서나 볼 법한 눈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눈이 휩쓸고 간 뒤에는 많은 불편함들이 있었습니다. 거리는 눈 때문에 미끄럽고, 그 눈마저 혹한에 얼어붙어 길은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차도 사람도 제 속도를 못 내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그렇게 폭설이 내린 지 일주일이 다 되었는데도 그 눈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거리에 눈이 그대로니 당연히 사람들은 눈을 밟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밟고 나서 어디에 들어가면 눈을 밝았던 신발 탓에 바닥은 금새 지저분해지고 물이 흥건하게 됩니다.

 

버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요즘 버스 바닥이 깨끗하게 되어 있는 걸 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출발 전 대걸레로 깨끗이 닦는다 하더라도 눈을 밟았던 승객들이 버스에 타게 되면 또 다시 바닥이 지저분해지니까요. 물도 흥건하고, 까맣게 때가 탄 바닥을 보면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처음엔 지저분해서 싫었어도, 눈이 왔던 것을 감안하고 또 계속 그런 버스들을 보게 되니 익숙해집니다.

 

그런 상태가 며칠 가다 보니 버스기사님들도 나름의 방책을 내놓나봅니다. 저는 아침 일찍 집 앞 버스정류소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탔던 버스 바닥을 보니 신문지들이 바닥에 펼쳐져 있었어요. 버스 바닥에 물기가 많으니 그 물기를 잡기 위해 깔아놓은 걸로 보였습니다. 버스 바닥이 눈 녹은 물로 여간 흥건한 게 아니니 기사님들에겐 그게 또 하나의 골칫거리였을 겁니다. 의자에 앉아 신문지로 덮인 바닥을 보면서 버스 승객 중에 저 신문지를 밟고 미끄러지지 않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게다가 이른 아침 탓인지 버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타고 계셨거든요.

 

그리고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제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버스가 천천히 출발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버스요금을 내고 빈 자리 쪽으로 걸어오시던 할머니 한 분이 신문지를 밟고 미끄러져 그 자리에 뒤로 넘어지셨거든요. 버스 승객들을 비롯해서 버스기사까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뒤로 넘어지셨던 할머니도 많이 놀라셨고, 가까이 있던 승객들은 서둘러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혀드렸습니다. 결국 '저 신문지 사고 한 번 칠 것 같은데' 했던 저의 걱정이 진짜로 일어나게 된 거죠.

 

자리에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할머니도 마찬가지셨나 봅니다. 할머니는 버스기사님에게 바닥에 미끄럽게 신문지를 왜 깔아놓았냐며 한 마디 하시더군요. 기사님은 물이 고여 있으면 미끄럽기 때문에 신문지를 깔아놓았다고 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신문지를 깔아놓은 게 더 위험해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승객이 완전히 앉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가 출발한 탓도 있었습니다. 승객 안전을 위해 승객이 자리에 앉았거나 손잡이를 잡은 후에 출발하는 것이 맞는데도 운전에 급급한 버스 기사님들은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거든요. 물론 모든 버스기사님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을 비롯해 제가 사는 일산에도 승객들이 자리에 다 앉았는지, 손잡이를 잘 잡고 있는지 확인하고 출발을 알린 후 차를 움직이는 기사님들도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은 바닥이 미끄럽고, 승객이 어르신이었다는 걸 감안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문지를 까는 건 기사님과 승객 사이에 어느 쪽이 더 나은지에 대한 견해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승객이 아직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상태도 아닌데 출발을 하는 것은 기사님의 부주의 탓인 거죠.

 

승객이 꼭 어른신이 아니더라도, 승객이 안전하게 자리를 확보하기 전까지 출발하지 않는 것이 정착되지 않은 것은 많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급출발, 급정지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전에 비해 대중교통 선진화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기사님들도 버스 운행에 있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오늘처럼 승객이 버스 출발로 인해 크게 넘어지는 일 등이 없도록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뒤로 크게 넘어지셨던 할머니는 부상 없이 버스에서 내리셨지만, 넘어졌을 때 언제나 부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버스에서 이런 종류의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거겠죠.

 

버스기사님들, 조금 더 승객들의 안전을 세심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승객이 안전한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2010.01.09 16:27 ⓒ 2010 OhmyNews
#버스 #안전 #부상 #버스기사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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