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못 받으면 바보?... 올해 시상식도 역시나

상 나눠주기와 아이돌 재롱잔치로 '그들만의 잔치'

등록 2010.01.01 19:10수정 2010.01.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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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시상식이 끝났다. 방송 3사는 이미 며칠 전부터 연예와 연기대상, 가요제전을 열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해온 터라 시청자들도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기보다 많은 관심을 보인다. 대개 시청률이 20% 내외를 오락가락하니,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방송사에는 더 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최소 비용으로 높은 이익을 원하는 방송사의 심정은 이해할 있으나, 문제는 시상식이 전체적으로 '집안 잔치'로 끝난다는 점이다. 특히 집안 잔치는 연기와 예능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분야에서는 집안 단속을 위해서 공을 세운 이들을 노골적으로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상 못 받으면 바보, 늘어난 상들

 

올해 시상식에서는 상을 못 받으면 바보라고 할 만큼 다수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그동안에도 '공동수상'을 남발해 비난을 받았던 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동수상이 이어졌다. 특히 연기분야를 보면 MBC <연기대상>에서는 신인상을 시작으로 우수상, 최우수상이 모두 공동수상으로 이루어졌다. SBS <연기대상>, KBS <연기대상>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을 피해가고자 각 방송 3사는 다양한 부문을 마련해 공동수상을 피해가는 '요령'을 보여주었다. MBC에서는 우수상, 최우수상과 별도로 작년부터 황금연기상을 마련해 수상 분야를 늘려 수상하고 있다.

 

SBS, KBS는 MBC보다 더하다. SBS에서는 조연상, 드라마스페셜 부문, 연기상 특별기획, 연속극 부문을 마련해 최우수상과 대상과 별도로 모든 이에게 상을 주었다. KBS도 마찬가지다. KBS의 경우 특집문학관, 조연상, 미니 드라마 부문, 중편극, 장편극으로 나눠 역시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러한 결과 MBC는 라디오부문 수상과 제작진 수상부문을 제외하고 연기자에게마 주어지는 상이 총 32명었다. SBS에서는 연기상과 조연상을 각각 특별기획, 드라마스페셜, 연속극 등 세 부문으로 나눠 7명에게 줬고, '10대 스타상'을 10명에게 주었으며, 뉴스타상에는 12명이 받는 등 총 46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KBS에서는 38명이 수상했다.

 

이러한 사정은 예능 분야도 다를 바 없다. SBS는 다수의 공동수상이 있었고, KBS와 MBC도 마찬가지다. 그들만의 잔치를 다시 한 번 선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또 수상하지 않은 사람은 참석 자체를 하지 않아 축제의 장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일까, KBS 시상자로 나서며 상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이야기한 최명길의 존재가 누리꾼들로부터 '진정한 연기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관왕이 빛나는 이유, 특정 프로그램 독식

 

특히 오로지 시청률로만 모든 것을 판단해 시상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MBC 연기대상의 경우 <선덕여왕> 11개, <내조의 여왕> 7개로 독식했으며, SBS에서는 시청률이 좋았던 프로그램에 집중되었다. KBS에서도 <솔약국집 아들들> 5개, <꽃보다 남자> 5개, <아이리스> 8개 등 특정 프로그램이 독식했다.

 

MBC 예능 또한 예능프로그램과 시트콤이 독식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 9개, <세바퀴>가 8개로 집중적으로 수상했으며, KBS에서는 리얼버라이어티 <1박 2일>과 <개그콘서트>에서 집중적으로 수상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일까, 시상식에는 수상자들을 제외하곤 참석한 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예능보다 연기 쪽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MBC와 SBS는 수상자 이외에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KBS도 조금은 사정이 괜찮지만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후보자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아 시상식으로서의 모습을 퇴색시켰다.

 

그래서일까, 무관왕이지만 참석한 이들이 시상식에 진정한 주인공처럼 비춰지고 있다. 연기 분야에서는 KBS에서 최명길이 수상하지 못했지만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었으며, 예능 분야에서는 MBC 프로그램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시상자로 참석한 이경규, MBC에 참석한 김제동이 진정한 축제를 즐기는 예능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수는 아이돌밖에 없는 건가?

 

올해 가요제 역시 특정 가수에게 집중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2009년 한해 가요계의 이슈를 꼽자면 넓게는 아이돌 그룹의 선전과 좁게는 걸그룹의 인기로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가요제에 주요 시상은 당연히 아이돌 그룹이다.

 

더욱이 가요제에서는 시상식이 아니다. 연기와 예능과 달리 가요제는 흥겨운 축제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요계의 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여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가요제는 '아이돌 재롱 잔치'로 끝이 났다.

 

SBS는 아이돌 그룹으로 온 무대가 꾸며졌고, 40~50대는 찾아 볼 수 없었으며, 30대 가수도 박진영이 유일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의 춤과 무대가 조인해 다양하게 포장한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돌의 재롱 잔치였다. KBS도 사정은 좀 나아졌지만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승철, 백지영, 신승훈, 김건모 등을 제외하고는 아이돌 그룹이 주축을 이루었다.

 

그나마 MBC의 경우 장윤정과 박현빈, 태진아를 필두로 트로트 가수로 출연했으며, 최소리와 신문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가수들도 자신의 무대를 가졌고 '국악계 소녀시대'로 불리는 미지는 SG워너비와 합동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그 가운데 아이돌 그룹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방송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천편일률적으로 아이돌 그룹이 등장해 10대 팬들에게는 재미있었을지 몰라도 중장년층 세대에게는 재미를 주지 못해 반쪽 자리 축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지루하다. 연말이 되면 다 함께 즐겨야할 특집 프로그램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좌지우지 하는 시상식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것일까.

 

영화제와 달리 시상식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며,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것 또한 수상자가 내정되어 공공연하게 누가 탈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하니 상을 받고도 진정한 기쁨과 의미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다.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은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모든 프로그램 중에 우열을 가려 1명을 선정해야 하다. 축제라면, 다양한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고 매년 비슷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시청자가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2010.01.01 19:10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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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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