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일본, '식물공장' 전략적 육성
"우리도 내년에 연구용 식물공장 세운다"

[집중인터뷰]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빌딩농장은 미래의 농업"

등록 2009.12.07 17:27수정 2009.12.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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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농업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빌딩농장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 조호진


최근 농업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 농업인을 만날 기회가 잦아졌는데요, 얼마 전에 만난 한 농업인이 들려준 얘기가 귓전을 떠나지 않고 맴돕니다. 그는 최근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LED로 농작물을 키우는 '식물공장'을 구경하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마치 반도체 공장을 연상시키는 그 식물공장은 전체가 자동화돼 있었는데, 최첨단 기술의 복합체 같았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농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미래학자들은 농업이 더 이상 농촌, 농민들만의 영역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예측은 이웃 일본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교토 외곽에선 여러 곳의 식물공장에서 채소류를 재배해 당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도쿄 시내의 몇몇 빌딩에서는 LED를 이용해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고령화로 인해 농촌 붕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그 대안으로 식물농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하순 국내에서 빌딩농장에 관한 학술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이날 초청연사로 참석한 미국 콜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이 5만 명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빌딩농장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수년 내 미국에서도 빌딩농장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선 식물공장, 빌딩농장을 과연 언제쯤 구경할 수 있을까요? 또 이에 대한 연구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일본, '농촌 붕괴' 대안으로 식물공장 주목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견인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빌딩농장 학술행사 때 강연장에서 딕슨 교수의 강연을 통역했던 김 청장은 "국토가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 달하는 미국에서도 빌딩농장을 연구, 투자하는 상황인 만큼 우리도 이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할 때"라며 "국내에서도 식물공장(빌딩농장)에 대한 기본적 연구는 상당한 수준이며, 내년에 시험용 식물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들이 식물공장 사업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 청장은 "농업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하고는 "빌딩농장이 단순히 작물생산만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체험, 휴양, 관광, 유통 기능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빌딩농장이 자칫 기존 농민들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갈등 해소의 한 방법으로 영농조합 또는 농업인 단체에서 빌딩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지난 9월 농진청은 해양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식물공장 시스템을 남극 세종기지에 보낸 바 있는데, 이는 정부 차원의 첫 식물공장 가동인 셈입니다. 농진청은 식물공장(혹은 빌딩농장) 실증연구를 위한 예산으로 내년도에 25억 원(15억-공장 건립, 10억-연구)을 이미 편성한 상태인데, 자체적으로 빌딩농장 건립을 추진 중인 관련 기관 및 지차체 등과 협조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김 청장과 인터뷰는 빌딩농장에 국한한 집중인터뷰이며, 1차 이메일 인터뷰에 이어 지난 4일 청사로 김 청장을 방문하여 추가로 보충한 것입니다.


다음은 김재수 청장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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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과 해양연구원이 공동개발한 '폐쇄형 육묘시스템'의 모습 ⓒ 농촌진흥청

- 지난 9월 남극 세종기지에 '폐쇄형 육묘시스템', 즉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장치를 보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남극이라면 얼음과 추위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곳이지만 이후로는 세종기지 대원들도 신선한 채소를 자체적으로 키워서 먹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농진청에서 이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아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농촌진흥청과 해양연구원(극지연구소)의 공동연구로 남극세종기지에서 신선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식물공장시스템(신선채소 생산용 폐쇄형 육묘시스템)을 제작하였습니다. 이 장치는 금년 9월에 남극으로 선적하였고, 12월경 남극기지에 도착될 예정입니다. 2010년 1월에는 농촌진흥청 연구원이 현지에 가서 신선채소 생산시스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생산 및 운영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며 이후에도 인터넷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기술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 기상이변 등 외부환경의 급변으로 안정적 농작물 수확이 불확실해지자 이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지구 차원의 노력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는 기온, 강수량, 일사량 등을 변화시켜 농업의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집중호우, 초대형 태풍, 가뭄 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노지재배가 타격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임을 인식하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석연료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일본 및 EU국가들은 녹색기술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작년 8월 15일에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채택하여 환경을 보호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전 산업부문에 걸쳐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업부문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더위, 가뭄, 병해충 등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돌발 병해충 방제기술을 개발하는 등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상환경의 제약 없이 연중 안정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 등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미래농업기술이 될 것입니다."

농진청, 해양연구원과 공동으로 식물공장 시스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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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농촌진흥청 청장실에서 필자(왼쪽)와 인터뷰중인 김재수 청장 ⓒ 조호진


- 세종기지에 보급된 이른바 '폐쇄형 육묘시스템'을 두고 흔히 식물공장(Plant production factory)이라고 부르는데요, 국내에서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으며,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연구(준비)를 해오고 있습니까.

"최근 일본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저탄소 생산 및 기상이변에 자유로운 장점을 들어 식물공장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식물공장에 대한 보고서를 2009년 8월에 발표한 이래 기업체나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내연구 현황은 농촌진흥청에서 1990년 이후 연구개발을 진행하여 2001~2004년 한국형 식물공장 모델개발 연구를 수행하였고, 환경제어기술과 자동화 가능성을 검토하여 2005년 식물공장 기본시스템을 확립하였습니다.

현재 어린잎 채소, 싹 채소 생산을 위한 공장형 생산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고, 남극기지 식물공장 시스템과 같이 설비(하드웨어) 구현은 가능한 단계이며, 무인감시·환경제어 자동화 등 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는 더욱 정밀한 식물공장연구를 위해 지난 2008년도에 식물공장연구 TF팀을 구성, 기능을 확대하여 태양광·인공광 이용, 무인화·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구현하는 기술들을 연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 식물공장이 토양재배가 아니라면 흔히 기존의 유리온실 방식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최근 들어 유리온실은 점차 퇴조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유리온실 재배와 식물공장은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둘 중에서 식물공장은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식물공장은 '수직으로 설치된 유리온실에서 수경재배에 의해 태양광으로 엽채소를 수직상하 이동하며 재배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유리온실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며, 토양을 이용한 재배보다는 양액을 이용한 수경재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리온실과 차이점은 기존의 유리온실은 자연광을 주로 이용했지만 현재 식물공장은 자연광뿐 아니라 LED와 같은 인공광을 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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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식물공장 내부 모습. 3단 선반에서 채소들이 재배되고 있다. ⓒ 일본

기존 유리온실이 단층으로 구성된 반면 식물공장은 다층 구조로도 만들 수 있고, 기존 유리온실이 연료비 등의 문제로 경제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만 식물공장은 에너지 효율화 기술, 인공광 이용기술 등이 개발되어 기존 유리온실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 요즘 언론에서 빌딩농장(Vertical Farm)에 대해 심심찮게 언급하고 있더군요. 얼마 전엔 빌딩농장 개념 창안자인 딕슨 데스포미어(Dickson Despommier,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가 관련학회 초청으로 방한해 빌딩농장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그는 미래의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빌딩농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청장께서는 그의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십니까.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특강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빌딩농장은 식량난에 대비한 대안으로서 농업뿐만 아니라 비농업분야에도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식량난에 대비한 대안으로서 빌딩농장'이라는 제안은 현재는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않고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현재보다는 미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빌딩농장이 농업부문과 비농업 부문(관광, 레저, 교육 등)의 시너지 창출 효과가 있고, 농업분야에 첨단과학기술(IT, BT, NT)을 융·복합하여 농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효율적 경영관리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미래 농업에 대한 상징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빌딩농장은 첨단기술 복합체, 한국도 기반기술은 세계적 수준"

- 빌딩농장은 기존의 작물 재배방식을 뛰어넘은 현대 첨단기술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의 작물 재배기술은 물론 배양액 공급 및 실내환경제어 자동화 등 각종 자동화시스템, 에너지 및 물(水)자원 활용 및 재생기술, LED 등 인공광원 기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관련기술들의 국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빌딩농장 관련 국내기술 수준은 다양합니다. 작물재배를 위한 기초기반기술인 배양액 공급, 실내 환경 제어 및 자동화 기술뿐만 아니라, 식물 생산 공장을 위한 자동화시스템, 원격감시 환경제어시스템, 육묘 생산 시스템 등이 개발되어 있어 빌딩농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며 이러한 기초기반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그리고 빌딩농장 내 LED 적용을 위한 전구가 개발 완료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LED 적용연구와 기능성분 증대 등 응용연구를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활용, 광원 및 원격 감시 환경제어 시스템 등이 실제 빌딩농장에서 활용되기까지는 더 정밀하고 안전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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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김 청장은 예견이나 한 듯이 <한국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책을 수 년 전에 펴냈다. ⓒ 조호진

- 상대적으로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는 우리보다 이 분야의 관련기술, 경험이 앞서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는 어떤 분야이며, 이를 따라잡을 계획은 마련돼 있나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는 주로 에너지 활용 및 정밀 환경제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를 포함해서 실질적인 빌딩농장에 적합한, 더 정밀하고 안전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에서도 빌딩농장 도입을 위한 기초기반 요소기술 개발을 위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싹 채소 공정생산 기술, 빌딩농장용 광원, 원격 감시 환경제어 시스템 기술을 집중 개발할 계획입니다."

- 이웃 일본에서는 빌딩농장의 전초단계인 식물공장이 민간 기업차원에서 이미 상당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건설업계나 종합무역상사, 식품회사 등에서 미래 전략산업의 일환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인데요, 일본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정부에서 농산물 생산자와 상공업자를 선정하고, 다양한 홍보를 통하여 민간 사업자를 참여시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접목하여 사업의 조기정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식물공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민간 기업의 참여는 저탄소 녹색기술 사업을 통한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시책과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일본의 기업들이 식물공장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비경제적 수익 포함)을 올리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혹자는 아직은 작물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은 초보단계인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그러나 기업이미지 홍보(친환경, 미래산업 선도 등)나 체험학습,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한 비영업 분야의 이익창출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일본기업들의 이 같은 초기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본의 초기 전략은 농업 측면을 넘어 농업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농업은 식물생산 외에 첨단기술·휴양기능과 융·복합 형태로 발전되어, 단순히 작물생산만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추후 지향하는 빌딩농장에서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 외에도 체험, 휴양, 관광, 유통 기능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이미지 향상 등 미래 전략사업 일환으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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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에서 자체 구상중인 미래형 빌딩농장의 모형 ⓒ 농촌진흥청


- 2009년 현재 일본에서는 이미 50개의 식물공장이 가동 중이며, 일본 중앙정부는 2012년까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이 숫자를 3배 규모인 15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금년도 일본 농림수산성 및 경제산업성의 식물공장 관련사업 예산으로 146억 엔이 책정됐다고 합니다.
당국이 나서서 식물공장 사업을 견인하는 것을 보면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이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 관계당국의 움직임은 너무 미온적인 것은 아닌지요.
"일본이 식물공장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정부도 1990년대 초부터 이 분야에 대한 기초연구를 이미 해놓았고, 더 정밀한 연구개발을 현재 추진하고 있으므로 미온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과는 농업 및 비농업적 환경, 수요자의 요구 등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일 뿐만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오는 차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에는 어느 때라도 국가 차원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제반 관련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 연초에 11개 정부기관(부, 청) 공동으로 마련하여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겸 제3차 미래기획위원회 회의에 제출한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안)>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27대 중점육성기술'이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 농업분야에서는 '친환경 식물성장 촉진기술'(11번) 하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식물공장이나 빌딩농장도 훌륭한 아이템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친환경 식물성장 촉진기술'(11번)'에는 기술ㆍ산업 전략 로드맵에 1, 2단계 '친환경 첨단 식물공장'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부 추진전략에도 '친환경 식물공장 개발 기술'과 이를 위한 핵심기술로 '식물공장 제작 기술, 원격 감시 환경제어기술, 양액 기술, 광제어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은 친환경적인 식물의 환경제어를 기반으로 하는 식물공장 시스템 개발을 농업분야의 주요 녹색기술로 인식하고 연구개발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LED 기술은 일본, 미국, 대만 이어 세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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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식물공장에서 인공광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 일본

- 현재 국내에서 식물공장이나 빌딩농장 건립을 구상(추진)하고 있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혹은 기업체가 있는지요? 이와 관련한 동향이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미래형 농업생산 모델을 제시하고, 관광, 교육 및 국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극지방 국가를 대상으로 한 플랜트 비즈니스를 목표로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남양주시,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LG, (주)동양 등 기업체에서도 도시민에게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고 녹색 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빌딩농장은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보니 식물의 생장에 절대적 요소인 태양빛이 부족할 수 있는데요, 이를 보완하는 방식이 이른바 LED라는 인공광원을 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 농진청 소속 LED 전문가가 출연한 것을 봤습니다. 농진청은 물론 국내기업 가운데서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국내의 LED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LED 기술수준은 일본, 미국, 대만에 이어 세계 4위로 시장점유율이 2.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응용분야인 가전분야는 95%의 기술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최근 화석연료 절감과 농가 경영비 절감차원에서 LED를 농업에 이용하는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LED를 이용할 경우 기존 백열등에 비해 전기료가 약 70% 이상 절감되는 효과를 구명하였고, 작물의 광 생리를 조절하여 개화시기 및 생육조절, 농작물 품질 저하 방지 및 병해충 방제 등에 탁월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현재 농업현장에서 잎들깨, 국화, 딸기 재배에 활용되고 있고, 추후 작물별, 생육단계별, 특정 파장대별 효과를 계속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추후 빌딩농장 등에 응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빌딩농장의 장점으로는 기상이변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좁은 면적에서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고, 또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일뿐더러 소비자들에게 싼값으로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구입 및 시설투자 등 초기투자비가 과다하고 당장은 경제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이처럼 장단점이 교차하는 경우 사업의 방향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요?
"빌딩농장은 첨단기술의 융·복합 사업으로 우리나라에서 현재는 경제성이 없으나, IT강국의 장점을 살려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 농업기술을 융·복합한 패키지 기술 선도라는 비시장적 농업의 영역확대 측면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물재배 못지않게 전기, 화학, 미생물, 기계·설비 분야의 첨단기술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의 세계시장 선점 및 수출은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로 추후 우리나라에서도 농업과 관광, 레저공간으로서 산업적 효과가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가 있을 것입니다."

농작물 뿐 아니라 물고기, 조류 등도 사육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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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산하 농업과학원에서 시험중인 초보단계의 식물공장 모습 ⓒ 농촌진흥청


- 빌딩농장에선 기본적으로 모든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밀이나 쌀과 같은 주곡도 생산이 가능한지요? 또 조류나 어류도 생육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현실적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또 이런 사업은 경제성은 어떻습니까?

"빌딩농장에서는 인공광 등 환경조절이 가능한 상태에서 토양재배, 수경재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물 재배가 가능합니다. 다만 우선순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경제성 등을 감안한다면 식량작물보다는 신선채소나 화훼분야가 더 경제성이 있을 것입니다.

물고기, 새우, 조개류, 조류(닭, 오리, 거위) 등 밀폐사육이 가능한 동물만 사육이 가능하며, 소, 말, 돼지와 같은 대가축 사육은 공간 활용 측면이나 축분, 소음 등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경제성면에서는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단순히 농산물 생산 판매로만 분석하면 경제성은 현실적이지 못하나, 선진농업의 기술선점, 녹색공간 제공, 관광 및 레저공간 등 다양한 경영기술이 투입된다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얼마 전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바마가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는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도시농업'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로컬푸드(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먹을거리)와도 관련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도시의 빌딩농장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는 유통비는 물론 신선도 측면에서도 도시 소비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빌딩농장은 자칫 농촌의 농민들과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없지 않은데요, 이럴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말씀하신대로 도심에 위치하는 빌딩농장에 대기업이 참여해 농산업의 기업화를 촉진하면 중소 규모의 농가들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농민이나 농업인 단체들의 반발을 예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빌딩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양이 한계가 있고, 아직은 국내에서 농작물 생산만을 목적으로 빌딩농장을 생각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것은 도시에서 토지구입비 등 우리나라 현실로 보면 아직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농업을 위한 기술개발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민과 갈등에 대한 해소의 한 방법을 생각한다면, 빌딩농장을 영농조합 또는 농업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을 것입니다."

"농진청, 2010년 연구용 식물공장 착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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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을 커버로 다룬 금년 8월호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표지 ⓒ 삼성경제연구소

- 빌딩농장이 초기 수익성이 낮다고 해서 기업은 기업대로 미루고,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미래 산업이랄 수 있는 빌딩농장은 향후 발전이 극히 더디거나 아니면 논의 단계에서만 맴돌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웃 일본과 비교할 경우 국가 차원에서도 크게 뒤처지는 셈이 되죠.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최근 경제 불황으로 공실율이 높은 빌딩이 도심에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빌딩 가운데 하나를 매입(혹은 임대)하여 시험적으로 빌딩농장을 운영해볼 구상은 없으신지요? 혹 정부기관에서 직접 운영하기가 곤란하다면 일본처럼 참여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0년에 연구용 식물공장(Plant production factory)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식물공장(수직형 농장) 운영기술은 물론, 에너지, 환경제어 기술 등 다양한 기초 기반기술도 개발하여 추후 빌딩농장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제안해주신 도심빌딩 매입/임대를 통한 시범운영 건은 아직은 우리가 빌딩형 농장에 대한 기초기술이 미흡하고 이제 연구계획 단계이므로 추후 단계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금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보고서('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의 進化:식물공장')에 따르면, 첨단기술 융합분야인 식물공장을 한국에 도입할 경우 당장은 경제성이 없으나 도입에 따른 전후방산업의 성장, 농업고도화 등 비시장적 편익까지 고려하여 정부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요.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식품가격이 태풍 등 기상재해에 따른 풍흉에 따라 크게 변동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식물공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는 식물공장 기술이 국가의 안정적인 식량공급과 온실가스 저감 및 수자원 확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배후기술의 발달을 촉발하는 경제적 효과까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농업을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식물공장 사업이 추진되리라 봅니다. 수직농장 운영 관련기술 뿐만 아니라 추후 빌딩농장 관련 연구도 차근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빌딩농장 사업 초기부터 법규·제도 검토해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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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은 외국의 원천기술 도입이 아닌 토종기술 개발로 농촌-농업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호진


- 현대인은 각종 법규(法規)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법규들은 대개 사회현상을 뒤따라가는 것이 보통이죠. 혹 농진청에서 시대변화에 앞서서 식물공장이나 빌딩농장 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을 적극 추진할 용의는 없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간혹 기술개발은 되어 있는데 관련 법규가 미비하여 문제가 된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 계획과 과정 중에 관련법규를 미리 검토하여 실용화나 산업화에 지장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수직농장이나 빌딩농장의 경우, 앞에서도 질문하셨지만 농업인들이 오해할 소지에 대한 해결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겠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면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체들이 역량을 집중하여 사업 초기부터 기술개발과 더불어 법규나 제도 등도 미리 검토해서 추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 나갈 생각입니다."

- 끝으로, 농촌진흥 행정 당국의 수장으로서 우리 농촌, 또 농업기술 연구진이 향후 미래에 대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농촌은 우리의 '마음의 고향'으로서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이고 또 보존돼야 합니다. 그러나 농작물 생산기지로서 농촌이라는 측면에서는 변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우선 농작물 위주의 1차 생산단계를 넘어 가공품 생산에 더 주력해야 합니다. 농업대국인 네덜란드의 농민들은 1차 생산품보다는 노하우, 기술, 자재 등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전문가는 물론 주변 학문과 유기적인 연대가 절실합니다. 이제 우리 농촌도 최첨단 기술로 무장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외국의 원천기술을 무조건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리도 기초기술이 상당한 수준인 만큼 이제는 토종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은 1957년 경북 영양 출생으로,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1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청장은 농림부 통상협력과장, 국제협력과장, 주미대사관 농무관 등을 지내면서 해외 현장경험을 풍부히 쌓았으며, 농산물유통국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등을 역임한 농정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청장 취임 후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1) 열린 연구 2) 현장 연구 3) 미래 연구 4) 실용 연구를 강조한 바 있다. 김 청장은 또 농진청 산하 기관의 연구자들이 "자기 업무에만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변화에 눈을 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가 소득증대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연구를 당부한 바 있다.

김 청장은 또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농촌, 농업이 지니고 있는 녹색기술을 생활에 접목하는 '생활공감 녹색기술' 개발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행정가이면서도 학자적인 면모가 강한 김 청장은 미래농업 관련 여러 편의 논문을 비롯해 <한국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 <우리식품 미국 공략하기>, <식품산업에서 희망을 찾는다>등의 저서를 펴낸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제 블로그 '보림재'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 '보림재'에도 실렸습니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빌딩농장 #식물농장 #미래농업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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